이렇게 B1 단계에서 6-12개월 단위의 심장초음파 검사를 권고하는 이유는 심장이 커졌는지 알기 위해서입니다. 바꿔말하면 B1에서 B2 단계가 되는지를 알기 위함이죠. B1과 B2를 구분하는 건 대단히 중요한데, 강아지의 경우 B1 단계에서는 별다른 약물 치료가 추천되지 않는 반면, B2 단계부터는 피모벤단이라는 강심제를 먹이는 것이 추천되기 때문입니다. 이는 2016년 JVIM(미국수의내과학 저널)에 올라온 EPIC study의 내용에 기반한 것으로 B2 단계에서 피모벤단을 먹이면, C 단계로의 진행을 늦출 수 있다는 근거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B1에서 B2로 병이 진행되지 않는지 구분하는 것이 중요하죠.
고양이에서도 동일합니다. B1 단계의 고양이는 별다른 약물 치료를 추천하지 않지만, B2 단계에서부터는 클로피도그렐 같은 항혈전제의 투약을 추천합니다. 강아지와는 달리 심장병의 진행 속도를 늦춰주는 치료는 없지만, FATE(Feline Aortic Thromboembolism, 고양이 대동맥혈전색전증) 같은 최악의 사태를 일정부분 예방할 수 있을 거라는 근거로 항혈전제를 먹이게 됩니다.
재밌는 건 이렇게 B1 단계를 제외한 다른 단계에서는 어떤 주기로 심장초음파 검사를 반복해야하는가에 대한 얘기가 언급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심장병은 시간이 지나면서 나빠지는 병이니, 대부분의 수의사들은 정기적인 모니터링을 해서 심장이 얼마나 나빠졌는지를 확인해야한다는 생각을 합니다. 헌데 꼭 그래야만 하는 걸까요?
일전에 썼던 “동물병원에서 합리적으로 검사하기“라는 글에서 어떤 진단 검사를 하고자 할 때는 그게 치료 방향을 바꾸거나, 추가적인 진단 검사로 이끌 수 있어야 검사가 합리화될 수 있다는 얘기를 한 적이 있습니다. 심장초음파에도 똑같은 기준을 적용해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가이드라인에서 권고하는 B1 단계의 반복적인 심장초음파 검사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겠네요. B1 단계에서는 주기적인 심장초음파 검사를 통해서 B2 단계로 진행됐는지를 알아낼 수 있고, 그러면 심장초음파 검사를 함으로써 치료 방향을 바꾸게 됩니다. 검사를 하고 나서 약을 안 먹던 환자가 약을 먹을 수 있으니까요.
그럼 이미 약을 먹고 있는 B2 단계라면 어떨까요? 이 단계에서는 심장초음파에서 무엇이 확인된다한들 약이 바뀔 일이 거의 없습니다. 강아지 MMVD라면 피모벤단을 먹을테고, 고양이 HCM이라면 클로피도그렐을 먹겠죠. 기계적으로 심장초음파 검사를 해서 6개월 후에 심장이 더 커졌다는 걸 알게됐다 한들 환자가 먹는 약이 바뀌는 일은 없습니다. 이미 심장이 커서 약을 먹고 있는 환자인데, 그게 더 커진다한들 그냥 더 커졌다는 걸 알기만 하는 겁니다. 그리고 그건 심장초음파를 보지 않아도 예상할 수 있습니다. 대부분의 환자에서 심장이 작아지는 일은 없고, 그대로이거나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커지기만 하니까요.
그럼 언제 약이 바뀔까요? B2단계에서 C단계가 되면 약이 바뀝니다. 수의사에 따라 약처방은 조금씩 다르지만, 이 때 빠지지 않고 추가되는 약이 이뇨제입니다. 보통 폐수종이 와서 폐에 물이 차게 되는데, 이 물을 빼기 위해서 이뇨제를 먹이죠. 그러면 이렇게 폐에 물이 차는 것을 심장초음파로 알 수 있을까요? 심장초음파로는 폐에 물이 찼는지 아닌지 알 수 없습니다. 심장초음파가 알려주는 건 폐에 물이 찰 가능성이 높다 아니다 뿐이지, 물이 찼다 아니다를 알려주지 않습니다. (그래서 폐수종이 있는 환자가 심장병 때문에 찼는지 다른 이유 때문에 찼는지를 알고자 할 때는 심장초음파가 도움이 됩니다.)
폐에 물이 찼는지 아닌지 알려주는 검사는 크게 3가지가 있습니다. 첫번째는 흉부 방사선 촬영이고, 두번째는 폐 초음파, 세번째는 호흡수 모니터링입니다. 폐 초음파는 정확도가 조금 떨어져 보통 병원에서는 흉부 방사선 촬영을 좀 더 우선시하고, 집에서는 호흡수 모니터링을 조금 더 우선시하죠. 심장병 환자를 케어하시는 보호자분들께서는 귀에 못이 박히게 들으셨을법한 SRR(Sleeping Respiratory Rate, 수면 중 호흡수)가 폐수종이냐 아니냐를 판단하는 가장 민감한 지표라고 봅니다.
그럼 이런 생각이 들죠. 약이 바뀌는 기준이 심장초음파가 아니라 환자의 수면중 호흡수라면, 이 때도 심장초음파가 필요한가에 대한 의문이요. 이뇨제를 먹으면서 안정적으로 C 단계를 관리 중인 환자에서도 그렇습니다. 이뇨제를 늘려야 하냐 아니냐는 환자의 호흡수가 증가하고, 폐수종이 다시 생겼느냐 아니냐를 기준으로 보지 심장초음파를 토대로 보지 않습니다. 이는 약물 반응성이 좋지 않은 D 단계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런 애매한 부분 때문에 교과서나 가이드라인에서는 꼭 필요한 B1 단계를 제외하면 심장초음파를 어느 정도 주기로 다시 봐야 한다는 얘길 결코 하지 않습니다. 어떤 명시된 권고 사항이 없다보니 심장초음파 재진 간격이 병원마다 들쭉날쭉인 겁니다. 어떤 병원에서는 2달에 한 번 보자고 하고, 어떤 병원에서는 6달에 한 번 보자고 하죠(심한 경우에는 2주 만에 심장초음파를 재검하는 경우도 봤습니다. 2주 동안 달라질 게 딱히 없을텐데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