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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아지 고양이의 심장 초음파, 얼마나 자주 봐야 하나요?

강아지든 고양이든 심장병은 드물지 않게 병원에서 보게 되는 병 중 하나입니다. 나이든 소형견에서 주로 나타나는 MMVD(이첨판폐쇄부전증이라고도 하고, 이첨판 점액변성증이라고도 합니다)나, 고양이에서 종종 보게되는 HCM(비대성 심근병증) 같은 것들은 심장병이라고 해서 드물것 같지만, 생각보다 정말 많이 보게되는 병들입니다. 그렇다보니 심장 진료를 보지 않는 병원은 거의 없고, 최근에는 과거와 달리 꽤 많은 병원들이 심장초음파까지 봅니다.

오늘동물병원도 심장초음파 검사를 하고, 심장 진료를 루틴하게 봅니다만, 종종 다른 병원에서 심장병을 관리하다가 오게 되는 케이스를 볼 때가 있습니다. 오늘동물병원 근처로 이사를 오시기도 하고, 다른 병원에서 진단 받은 내용에 대한 관리를 오늘동물병원에 맡기고자 오시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 때 보게 되는 게 환자의 진료 기록인데, 병원에 따라, 수의사에 따라 심장병 환자를 모니터링하는 게 각각 다른 경우를 종종 보게 됩니다. 특히 심장초음파가 그렇죠. 어떤 병원은 심장초음파를 1-2달에 한 번씩 보는가하면, 어떤 병원은 심장 초음파를 많이 보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도대체 뭐가 맞는 걸까요? 이번 포스팅에서는 심장초음파의 모니터링 주기에 대한 얘기를 해볼까 합니다.

강아지든 고양이든 심장병이 있으면 최근에는 ACVIM(미국수의내과학회)의 분류 기준에 따라 환자의 스테이지를 결정합니다. 어떤 심장병이냐가 중요한게 아니라, 그냥 심장병이 있으면 ACVIM 스테이지에 따라 구분을 하죠. 스테이지 구분은 이렇습니다.

  • ACVIM Stage A: 심장병은 없지만, 심장병 고위험군. MMVD 호발품종인 나이든 말티즈나 킹찰스 스파니엘, HCM 호발 품종인 마인쿤 같은 경우 심장병이 없어도 Stage A라고 구분합니다.

  • ACVIM Stage B1: 심장병이 있지만, 아직 심장의 리모델링이 진행되지 않은 단계. 심장이 커지지 않은 단계라고 보면 됩니다.

  • ACVIM Stage B2: 심장병이 있고, 심장의 리모델링이 진행되어서 심장이 일정 수준 이상 커진 단계.

  • ACVIM Stage C: 심장병으로 인해 울혈성 심부전(Congestive Heart Failure)이 온 단계. 쉽게 생각해서 폐에 물이 찬 단계라고 볼 수 있습니다.

  • ACVIM Stage D: 울혈성 심부전을 관리하기 위해서 약을 먹고 있는데, 지속적으로 물 차는 게 재발하는 단계.

이 중에서 심장초음파의 주기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가이드라인에 명시되어 있는 단계는 B1 단계입니다. 강아지 MMVD의 진단과 관리에 관한 내용이 정리된 ACVIM 컨센서스 가이드라인에서는 B1 단계의 심장병 환자는 6-12개월에 한 번씩 심장 초음파 검사를 반복하는 걸 권장합니다.

이는 고양이에서도 동일합니다. 2020년에 올라온 고양이의 심근병증에 대한 ACVIM 컨센서스 가이드라인에서는 B1 단계의 고양이에서 1년에 한 번은 심장초음파 검사를 할 것을 권고합니다.

이렇게 B1 단계에서 6-12개월 단위의 심장초음파 검사를 권고하는 이유는 심장이 커졌는지 알기 위해서입니다. 바꿔말하면 B1에서 B2 단계가 되는지를 알기 위함이죠. B1과 B2를 구분하는 건 대단히 중요한데, 강아지의 경우 B1 단계에서는 별다른 약물 치료가 추천되지 않는 반면, B2 단계부터는 피모벤단이라는 강심제를 먹이는 것이 추천되기 때문입니다. 이는 2016년 JVIM(미국수의내과학 저널)에 올라온 EPIC study의 내용에 기반한 것으로 B2 단계에서 피모벤단을 먹이면, C 단계로의 진행을 늦출 수 있다는 근거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B1에서 B2로 병이 진행되지 않는지 구분하는 것이 중요하죠.

고양이에서도 동일합니다. B1 단계의 고양이는 별다른 약물 치료를 추천하지 않지만, B2 단계에서부터는 클로피도그렐 같은 항혈전제의 투약을 추천합니다. 강아지와는 달리 심장병의 진행 속도를 늦춰주는 치료는 없지만, FATE(Feline Aortic Thromboembolism, 고양이 대동맥혈전색전증) 같은 최악의 사태를 일정부분 예방할 수 있을 거라는 근거로 항혈전제를 먹이게 됩니다.

재밌는 건 이렇게 B1 단계를 제외한 다른 단계에서는 어떤 주기로 심장초음파 검사를 반복해야하는가에 대한 얘기가 언급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심장병은 시간이 지나면서 나빠지는 병이니, 대부분의 수의사들은 정기적인 모니터링을 해서 심장이 얼마나 나빠졌는지를 확인해야한다는 생각을 합니다. 헌데 꼭 그래야만 하는 걸까요?

일전에 썼던 “동물병원에서 합리적으로 검사하기“라는 글에서 어떤 진단 검사를 하고자 할 때는 그게 치료 방향을 바꾸거나, 추가적인 진단 검사로 이끌 수 있어야 검사가 합리화될 수 있다는 얘기를 한 적이 있습니다. 심장초음파에도 똑같은 기준을 적용해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가이드라인에서 권고하는 B1 단계의 반복적인 심장초음파 검사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겠네요. B1 단계에서는 주기적인 심장초음파 검사를 통해서 B2 단계로 진행됐는지를 알아낼 수 있고, 그러면 심장초음파 검사를 함으로써 치료 방향을 바꾸게 됩니다. 검사를 하고 나서 약을 안 먹던 환자가 약을 먹을 수 있으니까요.

그럼 이미 약을 먹고 있는 B2 단계라면 어떨까요? 이 단계에서는 심장초음파에서 무엇이 확인된다한들 약이 바뀔 일이 거의 없습니다. 강아지 MMVD라면 피모벤단을 먹을테고, 고양이 HCM이라면 클로피도그렐을 먹겠죠. 기계적으로 심장초음파 검사를 해서 6개월 후에 심장이 더 커졌다는 걸 알게됐다 한들 환자가 먹는 약이 바뀌는 일은 없습니다. 이미 심장이 커서 약을 먹고 있는 환자인데, 그게 더 커진다한들 그냥 더 커졌다는 걸 알기만 하는 겁니다. 그리고 그건 심장초음파를 보지 않아도 예상할 수 있습니다. 대부분의 환자에서 심장이 작아지는 일은 없고, 그대로이거나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커지기만 하니까요.

그럼 언제 약이 바뀔까요? B2단계에서 C단계가 되면 약이 바뀝니다. 수의사에 따라 약처방은 조금씩 다르지만, 이 때 빠지지 않고 추가되는 약이 이뇨제입니다. 보통 폐수종이 와서 폐에 물이 차게 되는데, 이 물을 빼기 위해서 이뇨제를 먹이죠. 그러면 이렇게 폐에 물이 차는 것을 심장초음파로 알 수 있을까요? 심장초음파로는 폐에 물이 찼는지 아닌지 알 수 없습니다. 심장초음파가 알려주는 건 폐에 물이 찰 가능성이 높다 아니다 뿐이지, 물이 찼다 아니다를 알려주지 않습니다. (그래서 폐수종이 있는 환자가 심장병 때문에 찼는지 다른 이유 때문에 찼는지를 알고자 할 때는 심장초음파가 도움이 됩니다.)

폐에 물이 찼는지 아닌지 알려주는 검사는 크게 3가지가 있습니다. 첫번째는 흉부 방사선 촬영이고, 두번째는 폐 초음파, 세번째는 호흡수 모니터링입니다. 폐 초음파는 정확도가 조금 떨어져 보통 병원에서는 흉부 방사선 촬영을 좀 더 우선시하고, 집에서는 호흡수 모니터링을 조금 더 우선시하죠. 심장병 환자를 케어하시는 보호자분들께서는 귀에 못이 박히게 들으셨을법한 SRR(Sleeping Respiratory Rate, 수면 중 호흡수)가 폐수종이냐 아니냐를 판단하는 가장 민감한 지표라고 봅니다.

그럼 이런 생각이 들죠. 약이 바뀌는 기준이 심장초음파가 아니라 환자의 수면중 호흡수라면, 이 때도 심장초음파가 필요한가에 대한 의문이요. 이뇨제를 먹으면서 안정적으로 C 단계를 관리 중인 환자에서도 그렇습니다. 이뇨제를 늘려야 하냐 아니냐는 환자의 호흡수가 증가하고, 폐수종이 다시 생겼느냐 아니냐를 기준으로 보지 심장초음파를 토대로 보지 않습니다. 이는 약물 반응성이 좋지 않은 D 단계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런 애매한 부분 때문에 교과서나 가이드라인에서는 꼭 필요한 B1 단계를 제외하면 심장초음파를 어느 정도 주기로 다시 봐야 한다는 얘길 결코 하지 않습니다. 어떤 명시된 권고 사항이 없다보니 심장초음파 재진 간격이 병원마다 들쭉날쭉인 겁니다. 어떤 병원에서는 2달에 한 번 보자고 하고, 어떤 병원에서는 6달에 한 번 보자고 하죠(심한 경우에는 2주 만에 심장초음파를 재검하는 경우도 봤습니다. 2주 동안 달라질 게 딱히 없을텐데 말이죠.)


전세계 수의사들이 모르는 게 있을 때 전문의의 조언을 구하고자 질문을 던지는 사이트가 있는데, 그 사이트에서 이런 심장초음파의 재진에 대해 물어본 수의사가 있었습니다. 질문을 대충 번역해서 옮겨보면 이렇습니다.

제 환자 중에 심장약을 먹고 있는 환자들이 몇몇 있습니다. 전문병원에서 심장병을 관리하고 있고, 환자에게 문제가 생기면 상당 부분은 제가 직접 관리를 해야합니다. 보호자분은 6개월에 한 번씩 800달러를 내고 재검을 받아야 한다는 걸 힘들어하시고요. 제 궁금증은 이렇습니다. 일단 환자가 심부전으로 진단이 되면 꼭 반복적으로 심장초음파 검사를 해야하는 걸까요?

VIN.com

이에 대한 미국 심장전문의의 답변은 이렇습니다. 심장 분야에서 마크 리시니우와 마크 키틀슨은 전세계적으로 유명한 심장내과 전문의들인데, 각각의 대답입니다. 먼저 마크 리시니우의 대답은 이렇습니다(리시니우는 심장초음파를 볼 때 좌심방의 사이즈를 어떻게 측정해야하는가 하는 방법을 만든 사람입니다).

대부분의 경우, 일단 울혈성 심부전이 진단되면 1년 미만의 생존 기간을 갖습니다. 단지 “어느 정도 진행됐는지 보기 위해서” 재검을 하는 것은 시간과 돈 낭비죠. 우리(수의사)는 이미 상태가 좋지 않다는 걸 압니다. 그리고 환자가 약으로 관리가 되고 있는지 아닌지도 알고 있죠. 드물게 심장병이 좋아지는 경우가 있기는 합니다. 예를 들어 그레인 프리 식이를 했던 강아지의 DCM 케이스나, 어린 고양이의 TMT(Transient Myocardial Thickening) 같은 것들이 있죠. 이런 케이스들은 예외적인 경우입니다. 그리고 그런 케이스들은 히스토리나 시그날먼트 같은 것들을 토대로 판단할 수 있죠.

대부분의 경우에는 당신이 직접 (혹은 보호자가 직접) 호흡수를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환자가 울혈성 심부전이 관리되는지 아닌지 알 수 있습니다.

Mark Rishniw

마크 키틀슨도 비슷한 얘기를 합니다.

(보호자가 6개월에 한 번씩 800달러를 쓰고 재검을 받는 것에 관해서)

저도 이게 비상식적(insane)인 일이라는 데에 동의합니다. 요즘 심장전문의들은 몇 달씩 이미 예약이 다 잡혀있죠. 하지만 이들 중 상당수는 불필요한 재검인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불필요한 재검이 없다면, 심장초음파 검사를 정말 필요로 하는 환자들을 위해서 시간을 더 잘 쓸 수 있을텐데 말이죠.

Mark Kittleson

비슷한 질문을 한 다른 쓰레드에서도 리시니우는 노골적으로 불필요한 반복적인 심장초음파 검사에 반대합니다.

(울혈성 심부전이 재발하는 걸 보다 빨리 알고, 치료 반응을 살피기 위해서 3-6개월 간격으로 심장초음파 재검을 추천한다는 얘기를 들었다는 질문에 대해)

심장초음파로 돈을 버는 사람이라면 저런 추천을 할듯 싶습니다. 심한 HCM과 울혈성 심부전이 있는 고양이라면, 심장 초음파를 다시 봐야 하는 이유는 결코 없습니다. 아주 심각하게 나빠지지도 않겠지만, 그렇다고 엄청나게 좋아지지도 않을 거니까요. 보호자의 의료비를 아껴주세요.

Mark Rishniw

심장이 좋아질 것으로 기대되는 경우라면, 당연히 모니터링의 의미가 있습니다. 먹던 약을 안 먹어도 될 수 있으니까요. 마크 리시니우 심장전문의가 얘기한 강아지의 식이에 의한 DCM이나 고양이의 TMT가 그렇습니다(이런 병은 완치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동물병원에서 가장 흔하게 보게 되는 강아지의 MMVD와 고양이의 HCM은 그런 병이 아닙니다. 좋아지는 일 없이 그냥 계속해서 나빠지기만 하는 병이죠. C 단계에서의 심장약은 심장을 치료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는 게 아니라, 심장병 때문에 폐에 물이 차지 않게 하는데 초점을 맞춥니다. 심장 자체를 약으로는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이 없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한때 심장초음파를 보지 않으면 심장 진료를 제대로 보지 않는 병원이라는 얘기 때문에 보호자분들 사이에서도 반복적인 심장초음파 검사가 당연하다고 생각하시게 되는 문화(?)가 생겼는데, 사실은 그렇지 않은 셈입니다. 심장초음파는 심장병을 진단하고 심장병의 예후를 대략적으로 판단하는데는 유용한 검사입니다. 하지만 최초의 심장 초음파 검사를 통해 진단이 정확하게 이루어지고 나면, 그 이후의 반복적인 검사는 의미가 상당히 떨어지게 됩니다. 환자는 불필요한 스트레스를 받게 되고, 보호자분 또한 불필요한 의료비를 지출하게 되죠. 오늘동물병원은 그런 일이 바람직하지 않다고 보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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