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어떤 약의 효과는 이렇게 단 한 편의 논문만으로 검증되지는 않습니다. 어떤 약이 보편적으로 처방되는 약이 되려면, 좀 더 많은 임상 데이터들이 필요합니다. 안정성과 효능 양쪽 모두에 있어서요. 그래야 어느 정도 용량으로 환자에게 안전하게 먹일 수 있는지, 어떤 효과를 기대해야하는지, 다른 약과의 상호자용은 어떻게 되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오늘동물병원은 베라프로스트를 처방하지 않습니다. 신부전에는 베라프로스트보다 더 검증된 다른 치료법들이 있고, 기존의 치료들과 베라프로스트가 어떻게 상호작용을 하게 되는지 잘 모르기 때문입니다.)
이런 약들은 미래가 기대되는 약들로 포함시킬 수는 있지만, 당장의 컨센서스에서는 루틴하게 처방하지 않는 약에 가깝습니다. 물론 미래에 이 약이 확실하게 검증되기 전에 먼저 약을 먹여보겠다고 하는 얼리어답터가 있을 수는 있습니다. 크게 해만 되지 않는다면, 일단 먹여보겠다고 할 수 있는 거죠. 물론 그로 인한 책임은 온전히 먹이기로 결정한 사람이 집니다. 그 책임에는 부작용에 대한 가능성도 있고, 별 효과가 없는데 비싼 돈을 주고 약을 구입해서 먹이게 되는 경제적인 부담도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약에 있어서 얼리어답터가 되는 것이 그다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보지만, 마음이 다급한 보호자분들 입장에서는 그렇게 이것저것 재고 있는 게 배부른 소리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예컨대 마땅한 치료가 없는 고양이 전염성 복막염(FIP) 같은 경우에는 제 경우도 마음이 다급해져 얼리어답터가 되고, GS-441524라는 신약을 처방하게 되기도 하죠.)
최근 나온 신약 중에는 제다큐어라는 제품도 있습니다. 인지장애(=치매)를 치료해준다고 홍보되고 있고, 크리스데살라진이라는 성분을 가지고 있는 국내 출시 신약입니다. (이 약도 종종 처방하냐는 문의를 받습니다.) 인지장애가 마땅한 치료법이 없는 병이고, 진행 속도를 늦추는 정도의 관리만 가능하기 때문에 이런 약은 언론의 주목과 보호자분들의 주목을 모두 받습니다. 하지만 신약이다 보니 정말 크리스데살라진이 인지장애를 치료해주는지에 관한 명확한 데이터가 없고, 동물에서의 데이터는 제조사에서 제공하는 것을 제외하면 거의 전무합니다. 서울대학교와 5개의 로컬 동물병원에서 수행한 임상 실험이 있다고 제조사에서 설명하는데, 실험이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졌는지에 대한 내용은 없고, 크리스데살라진에 대해서 수의사가 살펴볼 수 있는 전문적인 내용이 거의 공개가 되어 있지 않습니다. 약에 대한 에비던스가 전혀 퍼블리싱되지 않은 거죠.
잘 찾아보면, Alzheimer’s Drug Discovery Foundation이라는 곳에서 크리스데살라진에 대해 정리한 내용이 있는데, 사람에서의 효능에 대해 문서지만, 동물에서의 내용이 있어 인용하자면,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