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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아지 proBNP 검사의 쓸모에 관해서

블로그에 고양이 proBNP 검사에 관한 얘기는 몇 번 쓴적이 있지만, 강아지 proBNP 검사에 대해서는 쓴 적이 없는 것 같습니다. 오늘동물병원의 경우 강아지 proBNP 검사를 거의 아예 하지 않는데, 그렇다보니 상대적으로 떠올린 적이 딱히 없어서 그랬던 것 같습니다. 다른 병원에서 강아지 심장병 때문에 proBNP 검사를 하고 오는 경우도 있고, 어떤 병원의 경우에는 강아지 건강검진에 proBNP가 항목으로 포함되어 있는 걸 본 적도 있어서, 이번 포스팅에서는 강아지에서 proBNP 검사가 어떤 의미가 있는지 써보려 합니다.

NT-proBNP(줄여서 proBNP)란, 심장이 커지면서 심근이 늘어나기 시작하면 증가하는 것으로 애초엔 심장병 때문에 폐수종이 온 환자와 그렇지 않은 환자를 구분하기 위해 만들어진 검사입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많은 임상가들이 이 검사를 무증상 심장병 환자와 건강한 환자를 구분하기 위해 사용하기 시작했는데, 건강검진에 proBNP 검사가 포함된 건 그 연장선에 있습니다. proBNP 검사는 정확히 언제 하는 것이 좋을까요? 사람에서의 활용은 다음과 같습니다(2007년 ACVIM 컨퍼런스 프로시딩, 유료 링크).

1. 응급 환자에서 심부전(heart failure)을 진단하기 위해서 사용.

2. 응급실에서 심부전이 있는 환자가 여러명일 때 우선순위를 정하기 위해서(Triage) 사용.

3. 호흡 곤란이 있는 응급 환자 중에서 심장이 원인인 환자와 호흡기가 원인인 환자를 구분하기 위해서 사용.

4. 심부전이 있는 통원 환자의 예후와 위험성 정도를 평가하기 위해서 사용.

5. 심장병이 심각한 입원 환자의 예후를 평가하기 위해서 사용.

실제 동물에서의 활용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응급 상황에서 응급의 원인이 심장에 있는지를 감별할 때 사용하고, 조금 더 활용을 찾자면 심장병 환자의 예후를 평가하기 위해 사용합니다. 고양이의 경우, 호흡 곤란이 있을 때, 원인이 HCM 같은 심장병 때문인지, 아님 천식 같은 호흡기 문제 때문인지 구분하는 것이 중요한데, 이럴 때 proBNP는 아주 훌륭한 역할을 합니다. 호흡이 안 좋은 환자에서 무리하게 심장초음파를 보려다가 스트레스 때문에 흥분해서 호흡이 더 나빠지면 아이를 잃을 수도 있다보니, 피 몇 방울만으로도 검사가 가능한 proBNP는 아주 좋은 검사가 되는 거죠.

강아지에서도 그럴까요? 강아지는 호흡곤란이 있을 때 심장병이 원인인지 아닌지 구분하는 것이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소형견이나 어린 강아지에서 폐수종이 의심되는데, 청진기에서 심잡음이 들리지 않는다면, 심장병에 의한 폐수종일 가능성은 아주 많이 낮습니다. 심잡음을 듣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고, 피를 뽑아서 proBNP 검사를 하는 것보다는 청진기를 대서 심잡음을 들어보는 것이 좀 더 환자에게 스트레스도 덜합니다. (고양이는 청진만으로 심장병을 확인하기 어렵기 때문에 proBNP 검사가 의미가 있습니다) 일부 대형견에서는 부정맥이나 심근병증에 의한 폐수종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청진만으로 심장병을 배제할 수 없지만, 대부분이 소형견인 국내 임상 환경에서는 사실 심장병이 있는지 없는지는 청진기 하나만으로 확인이 가능합니다.

바꿔 얘기하면, 건강한 환자에서도 동일한 얘기를 적용할 수 있습니다. 소형견의 심장병은 대부분 MMVD(이첨판폐쇄부전증)인데, 이 경우 심장병이 있는지 없는지의 여부는, 동일하게 청진기만으로 진단이 가능합니다. 청진기에서 심잡음이 들리면 심장병이 있다는 얘기고, 없으면 건강하다는 얘기입니다. 이렇게 심잡음이 없는 건강한 강아지 환자에게서 proBNP 검사는 가치가 없습니다. 간단한 신체검사만으로도 심장병이 있는지 없는지 알 수 있는데, 비싼 proBNP 검사를 할 필요가 전혀 없는 거죠. (사족이지만, 심장초음파 검사도 그렇습니다. 심잡음이 없으면 대부분의 경우 심장초음파 검사가 필요하지 않습니다.)

MMVD가 아닌 다른 심장병은 어떨까요? DCM이나 ARVC 같은 (국내에서 보기 힘든) 병들을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DCM의 경우, 전혀 가치가 없지는 않습니다. 2012년 JVIM에 올라온 논문을 보면, 홀터 모니터(심전도를 연속으로 계속 오랜기간 측정해주는 검사)와 함께 proBNP를 보면 무증상의 DCM 환자를 잡아낼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옵니다. 하지만 proBNP 단독 검사로는 민감도 70%, 특이도 81% 정도로 proBNP 하나로만 DCM을 진단하기는 어렵다는 얘기도 함께 나옵니다(결국 proBNP에 비싼 홀터나 심장초음파 검사를 같이 해야된다는 얘기죠). ARVC(Arrhythmogenic RV Cardiomyopathy)의 경우 복서에서 나타날 수 있는 심근병증인데, 역시나 proBNP로는 스크리닝이 어렵습니다.

2008년 ACVIM 컨퍼런스에 올라온 Kellihan의 자료(유료 링크)를 보면, 건강한 개에서 매주 proBNP를 측정했을 때, 전체 37마리 중 6마리가 장비의 상한값보다 높은 수치를 보였다는 얘기가 있습니다(위양성의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죠). 2015년에 Veterinary Clinical Pathology에 올라온 논문을 보면 심장병이 없는 그레이하운드가 정상보다 높은 proBNP 수치를 보인다는 얘기도 있습니다. 총 29마리의 건강한 그레이하운드 중에서 11마리가 1,000pmol/L 이상의 proBNP 수치를 보여줬는데, 이는 보통 심장병이 있다고 보는 기준치보다 높은 수치입니다(1,000pmol/L를 넘으면 심장병이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봅니다). 2015년 Veterinary Clinical Pathology에 올라온 또 다른 논문을 보면, 건강한 개에서 7주 동안 매주 proBNP 검사를 했을 때, 12마리의 건강한 개 중 5마리가 적어도 한 번은 1,000pmol/L 이상의 수치를 보이면서 위양성을 보였다는 얘기도 있죠.

물론 전반적으로 심장병이 있는 환자들이 평균적으로는 더 높은 proBNP 수치를 보입니다만, 이런 결과를 보면, 단순히 건강검진에서 청진과는 별개로 proBNP를 보는 게 의미가 있냐에 대해서는 물음표가 쳐집니다.

예후 평가 수단으로서 proBNP

예후 평가 수단으로서는 어떨까요? 이미 심장병이 진단이 된 상태에서 proBNP 수치를 통해 아이의 심장병이 얼마나 심각한 수준인지,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시간이 아이에게 남아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 proBNP 검사를 하는 겁니다. 이 경우에는 관련 논문들이 좀 있습니다. 2012년 Veterinary Cardiology에 올라온 논문(Reynolds et al, 2012)을 보면 proBNP가 1500pmol/L 이상인 경우는 폐수종이 임박했다는 얘기일 수 있다는 언급이 있고, 같은 해 올라온 또다른 논문(Wolf et al, 2012)을 보면, 팔로우업 검사에서 proBNP가 965pmol/L보다 낮게 나오면 좀 더 오래 산다는 얘기가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연구들에도 불구하고, 현재 강아지 심장병의 예후를 평가할 때는 심장초음파로도 비슷한 예후 평가가 가능하고, 연속적으로 proBNP 검사를 해서 수치 변화를 살펴보는 것이 추가적인 이득에 있는가에 대해서는 명확한 연구가 이루어진 바가 없습니다. 심장초음파로 심장의 크기를 평가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예후 판단이 가능하다고 보기 때문에 여기에 값비싼 proBNP 검사를 추가할 필요성이 크게 없는 셈이죠. (심장병의 확정 진단을 위해서 결국 심장초음파를 해야한다는 걸 감안하면, 둘 중 하나의 검사를 선택하는 문제가 아니라, 그냥 심장초음파를 보면 된다는 얘기죠.)

강아지 심장병(MMVD)에 대해서 다룬 ACVIM(미국수의내과학회) 가이드라인은 proBNP의 활용에 대해서 호흡곤란이 있는 환자에게서 심장병이 원인인지 아닌지를 감별해주는 정도의 쓸모만 언급을 합니다. 보조적인 수단으로 활용 가능하다는 얘기가 있죠. 물론 앞으로 proBNP의 또다른 활용법이 연구될 수는 있습니다만, 현재로서 강아지에서 proBNP의 쓸모는 겨우 그 정도뿐입니다. 강아지에서는 건강검진으로도, 예후를 평가하는데에도 가치가 그리 크지는 않은 검사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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