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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아지 슬개골 탈구, 언제 수술을 해야 하나요?

꽤 많이 하는 수술이지만, 병원마다 수술을 해야되는가 아닌가에 대한 얘기가 조금씩 다른 게 슬개골 탈구인 것 같습니다. 슬개골은 무릎뼈의 한자어로 (“쓸”개골이 아니라 “슬”개골입니다), 슬개골 탈구란 무릎 인대 안쪽에 있는 무릎뼈가 원래 있어야 하는 대퇴골의 활차구에서 내측 혹은 외측으로 빠져버리는 병을 얘기합니다(내측으로 빠지는 경우가 더 흔합니다).

슬개골 탈구가 생기는 원인 자체는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지만, 물리적인 문제(슬개골이 들어가야 하는 활차구의 깊이가 얕다거나, 뼈의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거나) 때문에 발생하기 때문에 약이나 보조제, 한방침 같은 것으로 ‘예방’을 하거나 ‘치료’를 하는 것은 불가능하고 오로지 수술로만 교정이 가능합니다. 슬개골 탈구를 예방해준다고 광고하는 보조제를 보면 대부분 관절염 보조제로 슬개골 탈구 자체에는 별다른 영향을 주지 않는 것들 뿐입니다. 과대광고인 셈이죠.

이번 포스팅에서는 언제 슬개골 탈구를 치료해야하는가에 대한 얘기를 해볼까 합니다. 어떤 수의사는 슬개골 탈구가 있으면 무조건 수술해야한다고 하기도 하고, 어떤 수의사는 수술을 굳이 할 필요가 없는 경우가 많다고 얘기하기도 합니다. 어느 쪽이 틀렸다고 딱 잘라 말하기는 어렵지만, 각각의 입장에 어느 정도의 에비던스가 있는지는 살펴볼 수 있습니다. 먼저 볼 논문은 슬개골 탈구에 대해 정리가 잘 되어 있는 2021년 Journal of Small Animal Practice(JSAP)의 리뷰 논문입니다. 저자는 K.L.Perry입니다. 슬개골 탈구에 관해 전반적으로 아주 정리가 잘 된 논문인데, 언제 치료할 것인가에 대한 항목이 따로 있어 옮겨봅니다.

먼저 대부분의 수의사들이 동의하는 내용이 있습니다. 임상증상을 보이는 슬개골 탈구 환자는 수술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간헐적으로 다리를 절거나, 깨금발을 드는 환자들의 경우, 슬개골 탈구가 원인이라는 판단이 되면 수술을 필요로 합니다. 슬개골 탈구의 기수(grade)보다 중요한 것이 임상증상입니다. 보통 3,4기에서는 임상 증상을 보이고, 1,2기에서는 임상증상을 보이지 않지만, 3기에서도 임상증상을 보이지 않는 환자가 있고, 2기에서도 임상증상을 두드러지게 보이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래서 기수가 아예 관련이 없다고 얘기하긴 어렵지만, 기수보다 중요한 것이 보호자분이 보시는 임상증상입니다. 환자의 나이가 8-9살인데, 그동안 전혀 모르고 살다가 병원에 가서 슬개골 탈구가 있다는 얘길 들었다면, 그 환자는 수술이 필요하지 않은 환자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논란이 되는 부분은 증상이 없는 슬개골 탈구 환자입니다. 병원에 갔다가 우연히 알게 되는 케이스인데, 이런 경우는 수의사마다 판단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먼저, 수술을 해야된다고 하는 쪽의 논리는 슬개골 탈구를 방치하면 나중에 다른 문제를 유발할 수 있다는 근거를 둡니다. 슬개골 탈구가 방치되면 나중에 관절염이 심하게 진행되거나, 전십자인대단열 같은 추가적인 문제가 나타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수술을 해보면, 슬개골 탈구가 있는 환자들은 관절면에서 미란(빨갛게 마모된 모습)이 확인됩니다. 아팠겠다는 생각이 들죠.

실제로 슬개골 탈구가 관절염의 진행을 가속화시키거나, 전십자인대단열을 유발하느냐는 관련 논문이 있습니다. 조금 오래된 논문이지만, 1992년 Veterinary Surgery에 올라온 Robert G. Roy의 논문을 보면, 슬개골 탈구와 관절염의 관계에 대한 얘기가 나옵니다.

논문을 보면, 수술을 한 케이스와 하지 않은 케이스에서 관절염의 진행 정도가 큰 차이가 없었다는 얘기가 있습니다. 수술을 빨리 한다고 관절염이 늦게 온다고 단정지어 얘기하기란 어렵다는 얘기죠. 전십자인대의 경우도 4단계의 슬개골 탈구에서는 리스크가 높아지는 게 사실이지만, 1-3단계의 슬개골 탈구에서는 리스크를 유의미하게 높이지는 않는다는 논문이 있습니다. 2010년 JAVMA(Journal of American Veterinary Medical Association)에 올라온 Campbell의 논문입니다.

그래서 최근에는 많은 수의사들이 임상증상이 없는 환자에서의 슬개골 탈구 수술을 권유하지 않습니다. 수술을 할 때는 항상 수술로 얻을 수 있는 이득이 수술의 리스크와 비용보다 더 커야 하는데, 정형외과 수술이다보니 비용이 저렴한 것도 아니고, 예후가 좋다고는 하나 리스크가 없는 수술도 아니기 때문입니다.

앞서 소개한 JSAP의 리뷰논문에서는 “Number needed to treat(치료에 필요한 수)”이라는 개념을 언급합니다. Number needed to treat은 최소한 1명에서 치료효과를 얻고자 하려면 몇 명이나 치료해야하는가를 살펴보는 개념으로 치료의 이득 대비 해로움을 알고자 할 때 살펴보는 숫자입니다. 보통 수술을 해야하는냐 마느냐가 가장 논란이 되는 2단계 슬개골 탈구의 경우 Number needed to treat은 2입니다. 2020년 올라온 Hamilton의 논문에 나온 숫자인데, 최소 4년의 팔로우업 기간을 두고 봤을 때, 2단계 슬개골 탈구 환자의 절반 정도가 결국에는 수술이 필요한 환자였다는 말입니다. 반대로 얘기하면, 2단계 슬개골 환자를 모두 수술했다면, 절반 정도의 환자는 불필요하게 슬개골 수술을 했다는 얘기가 됩니다. (임상 증상이 생기고 나서 수술을 해도 늦지 않는다는 걸 생각하면, 무증상의 슬개골 탈구 환자를 꼭 해야하는가에 대한 의문이 생기죠)

오늘동물병원의 경우는, 무증상의 슬개골 탈구 환자에게 수술을 권하지 않습니다. 슬개골 탈구는 강아지를 키우는 보호자분들은 한번쯤 어디선가 들어본 병이고, 우리 아이가 슬개골 탈구라는 얘길 들으시면 다들 놀라십니다만, 모든 슬개골 탈구 환자가 수술이 필요한 것은 아닙니다. 우리 아이가 슬개골 탈구라는 얘기에 불안해서 미리 예방적인 수술을 하시는 케이스들이 있습니다만, 이런 아이들 중 상당수는 병원에서 얘기해주지 않았다면 슬개골 탈구라는 걸 몰랐을 아이들인 경우가 상당히 많습니다. 우리 아이가 수술이 필요한지 아닌지는 보호자분들도 알 수 있습니다. 슬개골을 만져보고, 탈구가 있는지 아닌지는 알 수 없더라도 평상시 다리를 불편해하는 모습이 있는지 아닌지는 금방 알 수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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