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이제와서 미국수의내과학회(ACVIM) 컨센서스 가이드라인까지 나온 얘기를 새삼스럽게 하느냐… 하면 간혹 이런 경우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진료실에서 있을법한, (사실은 실제로 있었던) 일입니다. 나이든 강아지에서 심잡음이 들려서 (흉부 방사선이나 심장 초음파 검사 같은) 이런저런 검사를 해보니 환자가 B2 단계의 심장병(MMVD) 환자였습니다. 가이드라인 내용이 있으니, 현재는 무증상이더라도 피모벤단 투약이 추천된다고 보호자분께 말씀을 드리죠. 보통의 경우는 대부분 약을 먹이시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들도 있습니다. 피모벤단 자체가 약값이 비싼 편이다 보니 앞으로 평생 먹어야 한다는 얘기에 비용 부담을 느끼시는 경우들도 있고(체중이 많이 나갈수록 더 그렇습니다), 혹은 아이가 약 먹이기 아주 어려운 아이라 하루 2번 투약할 때마다 아이와 전쟁을 치뤄야 하는 경우도 있죠. 피모벤단은 부작용이 거의 없는 약에 가깝지만, 간혹 약을 먹고 나면 부작용으로 구토를 하거나, (약간 사람 커피 마신 것처럼) 아이가 하이 텐션이 되어서 안절부절 못하는 모습을 보게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각양각색의 이유로 피모벤단 투약이 꺼려지거나, 하지 못하게 되는 경우들에 관한 얘기입니다.
혹은 이보다 조금 더 자주 있는 일로, B1 단계(심비대가 없는 심장병)에서 정기적인 모니터링을 하던 환자였는데, 최근에 한 검사에서 아슬아슬하게 B2 단계라는 얘기를 듣고, 약을 이제는 시작해야하는 건지 고민하게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제 막 B2 단계에 진입한 환자들 얘기죠. (혹은 LVIDDn은 정상인데, LA:Ao ratio는 1.6보다 높게 나온다든가 하는… B1과 B2의 중간에 걸치는 환자들 얘기입니다)
이번 포스팅에서 하려는 얘기는 이런 환자들에서 피모벤단 투약을 꼭 해야만 하는지, 혹은 약간 B1에서 B2에 걸치는 것 같은데, 피모벤단 투약을 해야만 하는지에 대한 얘기입니다. (예전에 포스팅했던 B1에서 피모벤단을 먹여야 하는가…와는 다른 얘기입니다)
여기에 대한 답은 아이러니하게도 피모벤단 투약을 권고하는 컨센서스의 배경이 된 EPIC study에 나와있습니다. 먼저 EPIC study를 조금 간략하게 요약해보도록 하죠.
EPIC study에서는 실험의 엔드포인트(endpoint, 실험이 확인하고자 하는 목표가 되는 지점)가 2가지 있습니다. 첫번째 엔드포인트(primary endpoint)는 폐수종이 발생하는 시점, 폐수종 때문에 안락사를 하는 시점, 심장 때문에 환자가 사망하는 시점을 포괄합니다. EPIC study가 확인하고자 했던 가설이 피모벤단을 투약하면 폐수종 발생이 늦춰지거나, 심장 때문에 환자가 사망하는 시점을 늦춰줄 거라는 것이었으니 그에 맞는 실험의 엔드포인트를 정한거죠.
두번째 엔드포인트(secondary endpoint)는 이유가 뭐가 됐든 환자가 사망하는 시점입니다. 강아지 심장병이 보통 나이가 들어서 생기는 병이라는 걸 생각하면, 논문에서 살펴본 강아지들이 꼭 심장 때문에 사망하리라는 법은 없죠. 종양이 문제가 될 수도 있고, 신부전이 문제가 될 수도 있습니다. 두번째 엔드포인트는 이런 점을 모두 포함해서 원인에 상관없이 강아지가 무지개 다리를 건너는 시점을 얘기합니다.
이 두가지 엔드포인트를 조금 쉽게 도식화하면 아래 그림과 같아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