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살 이상의 건강한 강아지 77마리 중에서 45마리가 담낭 슬러지가 있었는데, 3개월에 한 번씩 1년 동안 추적검사를 했지만, 담낭 슬러지의 양이나 중력 의존성이 크게 달라지지 않았고, 모든 강아지가 무증상 상태로 지냈다는 얘기가 나옵니다. 77마리 중 45마리라면, 이 경우에도 3마리 중에 2마리는 담낭 슬러지가 있었다는 이야기입니다.
슬러지가 있는 환자 중에서 내분비 질환(쿠싱이나 갑상선기능저하증)이 있거나, 품종 특이적인 요인(담낭점액종이 잘 생기는 쉘티나 코카 스파니엘, 슈나우져), 고지혈증 같은 요인들이 더해질 때 담낭점액종으로 발전하는 경우가 있는 것 같다는 추측이 있긴 합니다. 하지만 담낭 슬러지가 있는 대부분의 강아지들이 대부분은 별다른 치료를 하지 않아도 건강하게 살아갑니다.
오늘동물병원의 경우에는 우연하게 발견된 담낭 슬러지에 대해서는 치료를 추천드리지 않습니다(담낭 슬러지를 치료의 대상으로 보지 않는 캠프에 있는 셈입니다). 다만, 앞서 언급했듯 담낭점액종 고위험군에 속한 환자들의 경우에는 UDCA를 처방할 때가 있습니다. 쉘티나 코카 스파니엘, 슈나우져라든가 내분비 질환이 있는 환자들에서 담낭 슬러지가 다량 확인되면, 보호자분과 상의 하에 UDCA를 먹이기도 하는 거죠. (UDCA는 상대적으로 부작용이 거의 없는 약에 가까워서, 내분비 환자들처럼 기존에 약을 먹고 있다면, 처방이 그리 부담스럽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어느 진영에 있느냐에 따라서 생각은 달라질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담낭 슬러지에 UDCA(우루사)를 처방하는 것이 잘못됐다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UDCA는 담즙 분비를 촉진시키는 역할(choleretic)을 하고, 약간의 면역 조절능(immune-modulator)이 있습니다. 간을 보호해주는 역할을 하기도 하죠. 많은 수의사들이 UDCA 처방에 있어 각자의 기준이 있습니다. 어떤 수의사는 단순히 담낭 슬러지만 있을 때는 UDCA를 처방하지 않지만, 담낭 슬러지가 있는 상태에서 간수치까지 상승됐다면 처방을 하기도 합니다. UDCA는 쓴 맛이 나는 약이기 때문에 환자가 얼마나 약을 잘 받아먹느냐가 처방을 고민하는 요소가 되기도 하고, 어쨌든 전문의약품이다보니 약을 먹이면 의료비도 늘어나서 보호자분의 비용 부담에 대한 생각도 하게 됩니다.
담낭 슬러지에 약을 처방하는 게 과잉진료인 것도 아니고, 담낭 슬러지에 약을 처방하지 않는 게 수의사의 무신경함을 보여주는 것도 아닙니다. 어느 쪽이든 나름의 합리적인 이유가 있죠. 그렇다보니 아무래도 담낭 슬러지를 치료할 거냐 말거냐에 대한 최종 결정은 보호자분이 내리시게 되고요. 보호자분 또한 어느 쪽의 결정을 내리시든 잘못하고 있는 게 아닙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