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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아지 담낭 슬러지? 약을 먹어야 하나요?

건강 검진을 하고 나면 담낭에 슬러지가 있으니, 모니터링 혹은 관리가 필요할 것 같다는 얘기를 들으시는 경우가 있습니다. 슬러지(Sludge)란 액체 속에서 녹지 않고 가라앉아 있는 침전물을 얘기합니다. 담낭에 생기면 담낭 슬러지, 방광에 생기면 방광 슬러지라고 하죠. 보통 복부 초음파 검사를 통해서 우연히 알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오늘동물병원에서 검사했던 환자를 예시로 들어보면, 아래와 같은 모습이 초음파 검사를 통해 보이면 담낭에 슬러지가 있다고 얘기합니다.

초음파 사진을 보면, 강아지 담낭 내에 중력 방향에 따라 바닥에 가라앉아 있는 침전물들이 확인됩니다. 담낭 내의 담즙은 액체이기 때문에 초음파에서는 짙은 검은색으로 확인되지만, 슬러지는 약간은 하얗게(=echogenic) 보이죠. 중력을 거스르지 않고 침전되어 있다는 점이 슬러지의 특징입니다. 이런 슬러지가 중력을 거스른다면 어떻게 될까요? 그런 경우에는 단순한 슬러지라고 보지 않고, 담낭점액종의 가능성이 있다고 봅니다. 아래와 같은 사진처럼 보이죠.

이렇게 중력을 거슬러 담낭벽에 슬러지가 붙어있는 모습을 보면, 단순한 슬러지라고 얘기하지는 않고 담낭점액종이라고 얘기합니다. 담낭 슬러지가 건강한 강아지에서도 볼 수 있는 거라면, 담낭점액종은 그 자체로 병이기 때문에 치료가 필요합니다. 외과적 혹은 내과적인 접근을 통해 무증상이라 하더라도 향후 환자에게 문제가 되지 않도록 해줘야 하죠. (보통은 내과적인 약물 치료법은 치료 반응이 좋지 않아서, 수술이 필요한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담낭점액종의 경우엔, 언제 수술을 하느냐 정도의 논란이 있을뿐 치료가 필요한 질환이라는 데에는 이견이 없습니다. 다만, 담낭 슬러지는 그렇지 않습니다. 담낭 슬러지를 치료해야하냐 아니냐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죠. 그래서 이번 포스팅에서는 담낭 슬러지를 치료하느냐 아니냐에 대한 얘기를 해볼까 합니다. 담낭 슬러지가 확인되면 약을 먹여야 한다는 수의사들이 있는가 하면, 담낭 슬러지는 우연치않게 발견되는 모습일 뿐이니 치료가 필요하지 않다고 하는 수의사도 있죠. 양쪽 진영 모두 각자의 근거가 있습니다.

먼저, 담낭 슬러지를 치료해야한다는 쪽의 근거입니다. 이쪽에 속한 수의사들은 담낭 슬러지가 있으면 담낭점액종으로 진행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 UDCA(Ursodeoxycholic acid, 통칭 우루사)를 먹여야 한다고 얘기합니다. 근거가 되는 논문을 살펴보자면, 2017년 The Journal of Veterinary Medical Science에 올라온 Mizutani의 논문이 있습니다. 이 논문에선 담낭점액종일 때의 담낭 내 내용물의 조성과 담낭 슬러지의 조성이 비슷하다는 얘기가 나옵니다.

둘 다 돼지의 뮤신(swine mucin)과 비슷하고, 조성이 비슷하니 아무래도 연속성을 가지고 있는 게 아니냐(=슬러지가 진행이 되면 담낭점액종이 되는 게 아니냐)는 얘기를 하죠. 담낭 슬러지가 담낭 점액종으로 발전하기 이전 상태라는 얘기입니다. 이를 근거로 삼는다면, 담낭점액종이 약으로는 치료가 어렵고, 거의 대부분 수술을 필요로 하니, 담낭 슬러지 상태일 때 UDCA를 먹여서 병의 진행을 막아야 한다고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2016년 JAAHA에 올라온 논문에서도 슬러지를 치료하는 게 나을 수 있다는 근거가 되는 문구가 있습니다.

담낭점액종이 잘 생기곤 하는 쿠싱 환자나 갑상선기능저하증 환자에서 통계적으로 슬러지가 더 많았고, 슬러지가 많은 환자들은 상대적으로 담낭의 크기도 커서 담낭이 수축하는 능력이나 운동성이 떨어졌을 때 슬러지가 생기는 게 아니냐는 얘기도 있죠.

반대로 담낭 슬러지를 치료의 대상으로 보지 않는 수의사들을 위한 근거도 있습니다. 같은 2016년 JAAHA 논문을 보면 200마리의 강아지에서 66.5% 정도가 담낭 슬러지가 있었다는 얘기가 있습니다. 간수치라고 얘기하는 빌리루빈, ALKP, GGT 같은 수치들은 슬러지가 있는 것과는 큰 상관관계가 없었다는 얘기도 나오죠. 66.5%면 초음파를 볼 때, 3마리 중에 2마리는 슬러지가 있다는 얘기입니다. 그렇다면 단순히 우연치 않게 확인되는 소견(incidental finding)일 뿐 병이라고 생각하기는 어렵다고 볼 수 있죠.

비슷한 얘기는 2016년 JVIM 논문에서도 확인됩니다. 이 논문에서는 담낭 슬러지가 있는 강아지를 12개월에 걸쳐 추적 검사를 합니다.

4살 이상의 건강한 강아지 77마리 중에서 45마리가 담낭 슬러지가 있었는데, 3개월에 한 번씩 1년 동안 추적검사를 했지만, 담낭 슬러지의 양이나 중력 의존성이 크게 달라지지 않았고, 모든 강아지가 무증상 상태로 지냈다는 얘기가 나옵니다. 77마리 중 45마리라면, 이 경우에도 3마리 중에 2마리는 담낭 슬러지가 있었다는 이야기입니다.

슬러지가 있는 환자 중에서 내분비 질환(쿠싱이나 갑상선기능저하증)이 있거나, 품종 특이적인 요인(담낭점액종이 잘 생기는 쉘티나 코카 스파니엘, 슈나우져), 고지혈증 같은 요인들이 더해질 때 담낭점액종으로 발전하는 경우가 있는 것 같다는 추측이 있긴 합니다. 하지만 담낭 슬러지가 있는 대부분의 강아지들이 대부분은 별다른 치료를 하지 않아도 건강하게 살아갑니다.

오늘동물병원의 경우에는 우연하게 발견된 담낭 슬러지에 대해서는 치료를 추천드리지 않습니다(담낭 슬러지를 치료의 대상으로 보지 않는 캠프에 있는 셈입니다). 다만, 앞서 언급했듯 담낭점액종 고위험군에 속한 환자들의 경우에는 UDCA를 처방할 때가 있습니다. 쉘티나 코카 스파니엘, 슈나우져라든가 내분비 질환이 있는 환자들에서 담낭 슬러지가 다량 확인되면, 보호자분과 상의 하에 UDCA를 먹이기도 하는 거죠. (UDCA는 상대적으로 부작용이 거의 없는 약에 가까워서, 내분비 환자들처럼 기존에 약을 먹고 있다면, 처방이 그리 부담스럽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어느 진영에 있느냐에 따라서 생각은 달라질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담낭 슬러지에 UDCA(우루사)를 처방하는 것이 잘못됐다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UDCA는 담즙 분비를 촉진시키는 역할(choleretic)을 하고, 약간의 면역 조절능(immune-modulator)이 있습니다. 간을 보호해주는 역할을 하기도 하죠. 많은 수의사들이 UDCA 처방에 있어 각자의 기준이 있습니다. 어떤 수의사는 단순히 담낭 슬러지만 있을 때는 UDCA를 처방하지 않지만, 담낭 슬러지가 있는 상태에서 간수치까지 상승됐다면 처방을 하기도 합니다. UDCA는 쓴 맛이 나는 약이기 때문에 환자가 얼마나 약을 잘 받아먹느냐가 처방을 고민하는 요소가 되기도 하고, 어쨌든 전문의약품이다보니 약을 먹이면 의료비도 늘어나서 보호자분의 비용 부담에 대한 생각도 하게 됩니다.

담낭 슬러지에 약을 처방하는 게 과잉진료인 것도 아니고, 담낭 슬러지에 약을 처방하지 않는 게 수의사의 무신경함을 보여주는 것도 아닙니다. 어느 쪽이든 나름의 합리적인 이유가 있죠. 그렇다보니 아무래도 담낭 슬러지를 치료할 거냐 말거냐에 대한 최종 결정은 보호자분이 내리시게 되고요. 보호자분 또한 어느 쪽의 결정을 내리시든 잘못하고 있는 게 아닙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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