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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아지 백내장, 보조제는 거의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나이가 든 강아지들은 눈이 뿌옇게 변한 걸 보게 되곤 합니다. 어떤 경우에는 눈을 보고 나이가 좀 있다고 추측하게 되는 경우도 있고요. 보통 노령성으로 나타나는 핵경화나 백내장 때문에 눈이 하얗게 변합니다. 이 둘은 서로 다른데, 핵경화는 나이가 들면서 생기는 노령성 변화로 환자에게서 시력 소실이나 염증을 유발하지 않기 때문에 별도의 관리를 필요로 하지 않고, 백내장은 시력 소실과 염증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수술이나 안약으로 관리가 필요합니다.

핵경화는 9살 이상 강아지의 절반 정도에서 나타나는 변화로 수정체 섬유가 계속해서 만들어지면서 수정체 중심부의 핵을 꽉 누르면서 핵의 밀도가 높아져서 나타납니다. 나무가 나이가 들면서 나이테가 생기는 걸 상상하면 쉽습니다. 핵경화는 시력에 영향을 끼치지 않고, 염증을 유발하지 않기 때문에 별도의 추가 검사나 치료를 필요로 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눈이 뿌옇게 보이기 때문에 쉽게 백내장과 혼동되곤 합니다.

반대로 백내장은 수정체를 구성하는 단백질에 변성이 생기면서 수정체 자체가 빛을 투과하지 못하게 변하는 병을 얘기합니다. 빛이 투과되지 않기 때문에 진행이 많이 되면 시력을 소실하기도 하고, 수정체 내부의 변성된 단백질이 눈 안에서 흘러나오면 염증을 유발해서 관리가 필요합니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나이가 들면서 생기는 이런 변화를 막기 위해 안약이나 보조제를 먹이는 것이 의미가 있는가에 대해 알아보려 합니다.

먼저 핵경화는 병이라고 보지 않습니다. 나무에 나이테가 생기는 것을 막기 위해 무언가를 하지 않는 것처럼 핵경화 또한 정상적인 노화의 과정 중 하나라고 보기 때문에 어떤 보조제를 추천하지는 않습니다. 사람의 경우에는 핵경화가 수정체의 굴절률 변화를 유발해서 근시가 발생하게 됩니다. 그래서 사람에서의 핵경화는 근시를 교정하기 위해 안경을 쓰는 식으로 관리합니다만, 동물의 경우에는 안경을 쓰지 않기 때문에 정상적인 노화라고 볼 뿐 별도로 핵경화를 관리하기 위해 무언가를 하지는 않습니다.

반면 백내장은 얘기가 조금 다릅니다. 시력을 소실할 수 있는 병이기 때문에 수술적으로 교정을 하기도 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안약을 처방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 때 사용하는 안약은 백내장 때문에 2차적으로 발생하는 염증을 관리하기 위한 안약입니다. 백내장은 수술적으로만 교정이 가능할 뿐 안약으로는 치료할 수 없습니다. 백내장의 진행을 늦춰준다는 보조제나 안약이 시중에 유통되고, 때로는 동물병원에서 처방되는 경우가 있긴 합니다만, 현재 그런 기적의 보조제나 안약은 없다는 것이 정론입니다.

대표적으로 백내장의 진행속도를 늦춘다며, (혹은 백내장을 관리한다면서) 처방되는 안약이 가리유니입니다. 가리유니는 피레녹신이라는 성분명의 안약으로 1958년 일본에서 사람의 노령성 백내장 진행을 막아준다면서 나온 안약입니다. 꽤 나온지 오래된 약인 셈인데, 1958년 이후 일본에서조차 백내장 예방에는 별 효과가 없다는 것으로 안과 의사들 사이에 의견이 종합된 안약입니다. 최근 피레녹신이 사람의 노안에서 도움이 될 수 있다는 논문이 나온 적이 있습니다만, 적어도 백내장에서는 가리유니가 백내장의 진행 속도를 늦춰준다고 보기에는 근거가 아주 많이 빈약합니다.

가리유니 외에 캔씨(Can-C)라는 안약도 있습니다. 국내에서는 구할 수가 없고, 직구를 해야 구입 가능한 약으로 N-Acetyl Carnosine이라는 항산화제를 성분으로 합니다. 역시나 백내장의 진행 속도를 늦춰준다는 얘길 하지만, 실제 효능이 증명된 적은 없습니다.

그 외에 또 보호자분들이 많이 구입해서 먹이시거나 추천받으시는 걸로는 루테인이 들어간 다양한 보조제들이 있습니다. 이런 보조제 중에서 가장 유명한 것은 (역시나 국내에서는 정식 판매를 하지 않지만 직구로 구할 수 있는) 오큐글로(Ocu-Glo)입니다. 오큐글로는 실제 논문이 있는 보조제 중 하나로 당뇨병성 백내장의 진행 속도를 지연시키는데 도움이 있다는 얘기가 있습니다. 당뇨에 걸린 강아지들은 당 관리가 아무리 기가 막히게 잘 된다 하더라도 거의 반드시 백내장이 오게 되고, 이 백내장을 피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데, 오큐글로를 먹이면 그래도 조금 늦게 백내장이 오더라는 얘기입니다. (기억해야할 것은 “당뇨병성” 백내장에 한정된 얘기라는 것입니다. 노령성 백내장에 오큐글로가 도움이 되는가는 확인된 바가 없습니다.)

보조제에 따라 동일 성분이더라도 함량이 다를 수 있고, 레시피는 제품마다 다르기 때문에 가능하면 그래도 이름있는 제품을 먹이는 것이 좋습니다만, 오큐글로의 주성분이 루테인과 포도씨 추출물, 오메가3라는 점을 감안하면, 어쨌든 이 성분들의 조합이 당뇨병성 백내장에는 도움이 될 수도 있다고 약간의 추측을 해볼 수 있습니다. (전 이런 걸 지푸라기 같은 보조제라고 표현하는데, 이 경우에는 잡아봄직한 지푸라기가 되는 거죠.)

강아지에서는 노령성 백내장을 예방하거나, 진행 속도를 지연시키는 약이 없다는 것이 정설인데, 사람의 경우는 어떨까요? 에비던스 기반으로 권장되는 치료를 깔끔하게 정리해둔 Uptodate를 보면(유료 링크) 사람에서도 노령성 백내장을 지연시키거나 예방할 수 있는 치료는 없다고 볼 수 있습니다.

Uptodate는 백내장을 예방하거나, 진행을 늦춘다고 알려진 증명된 치료법은 없다고 못박고 있습니다. 강아지 백내장에서 가리유니 같은 약물이 사람에서의 내용을 외삽해서 처방하라는 걸 감안하면, 동물 또한 백내장을 예방하거나 진행을 늦추는 증명된 치료는 없다고 보는 것이 맞습니다(실제로 관련 논문도 없고요). 백내장을 치료하기 위해, 혹은 진행 속도를 지연시키게 위해 병원에서 무언가를 처방받았다면, 효과가 증명되지 않는 약을 처방 받은 것이고, 무언가 보조제를 주고 있다면, 그래도 아이를 위해 뭔가 하고 있다는 마음의 위안은 될지언정 뚜렷한 효과가 있는 건 아니라는 얘기일 수 있습니다.

백내장 자체는 수술 이외에는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없지만, 그렇다고 병원에서 수술을 하지 않는 환자들을 그냥 손놓고 바라만 보는 것은 아닙니다. 백내장을 지연시키자면 안약을 처방하는 것은 근거가 없지만, 백내장은 그 자체로 눈에서 염증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안약 처방이 필요한 경우들이 있습니다.

백내장은 Lens-Induced Uveitis(LIU, 수정체 유발 포도막염)을 유발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수정체 내의 변성된 단백질이 안구 내로 흘러나오게 되면, 안구 내에서 염증이 유발되는 것을 수정체 유발 포도막염(LIU, Lens-Induced Uveitis)라고 합니다. 이렇게 백내장 때문에 포도막염이 생기면, (백내장 자체는 통증을 유발하지 않지만) 포도막염에 의해 통증과 충혈 등을 유발하게 되고, 강아지가 많이 불편해하게 됩니다. 때로는 이렇게 생긴 포도막염이 녹내장까지 유발해서 심한 통증과 영구적인 (백내장 수술로는 돌이킬 수 없는) 시력 손상까지 유발할 수 있고요.

그래서 백내장이 있는 환자들은 백내장의 진행 단계를 평가하고, 장기적인 소염 안약을 처방받습니다. 보통 NSAID 계통의 안약을 처방받는 경우가 일반적입니다. 백내장 자체를 돌이켜주지는 않지만, 백내장 때문에 눈에 심한 염증(포도막염)이 발생하는 것을 막아주니까요. LIU가 생기는 걸 막아주는 것에 가깝고, 눈 자체를 맑고 투명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어떤 개선을 보려고 투약하는 게 아니다보니 많은 보호자분들이 꾸준히 투약해주지 못하시곤 합니다만, 그래도 백내장에 (수술 없이) 무언가 안약을 넣는다면 LIU 예방을 위한 소염 안약이 유일하게 추천되는 안약입니다.

노령성 백내장에서 수술까지 하는 경우가 많지 않다보니, 많은 보호자분들이 이런 효용이 입증되지 않은 안약을 사용하시곤 하는데, 비용적인 부분이나 아이와 안약을 넣느라 씨름하는 것까지 감안하면 안타까울 때가 많습니다. 오늘동물병원은 이런 부분에서 무엇이 아이한테 도움이 되는 것이고, 무엇이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인지 명확하게 안내를 드리려고 노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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