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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뇨제를 복용 중인데 피하수액을 하고 있다고요?

언제나처럼 도파민 중독에 빠져 인스타그램을 뒤적이고 있을 때였습니다. 인스타그램 계정 중에는 수의학이나 의학의 밈을 포스팅하는 계정들이 있는데, 빵 터지는 재밌는 포스팅이 하나 있더군요.

신장 전문의(Renal), 심장 전문의(Cardiology), ICU(중환자 관리), CCOT(Critical Care Outreach Team, 중환자실 외에서 중환자를 관리하는 팀)에서 모두 한심하다는듯이, 이뇨제인 푸로세마이드(Furosemide)와 수액(생리식염수, normal saline)을 환자에게 동시에 처방한 의사를 쳐다보고 있는 밈입니다.

이 밈을 이해하려면 기본적인 의학 지식이 필요합니다. 수액과 이뇨제를 함께 처방하는 것이 보통은 바보같은 일이라는 걸 이해해야 밈을 보고 웃을 수 있죠.

이뇨제는 기본적으로 몸에서 소변을 통해 체액을 내보내는 역할을 합니다. 반면 수액은 환자를 수화시켜서 몸안의 체액을 늘리는 역할을 하죠. 정반대되는 효과를 내는 처방을 동시에 한 셈이니 바보같은 일이 되는 셈입니다. 심장 전문의 입장에서는 이뇨제를 줘서 체액량을 감소시키고, 폐수종이 오지 않게 하고 있는 상황인데, 거기에 수액을 줘서 폐수종 리스크를 늘리는 게 이해가 되지 않을테고, 신장 전문의 입장에서는 수액을 줘서 수화상태를 개선시키고 있는데, 왜 이뇨제를 줘서 수화 상태 개선을 막는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되죠. 중환자 관리를 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왜 하나마나한 일을 복잡하게 하고 있나라는 의문을 품게 되는 일입니다.

조금 더 쉽게 얘기하자면 한쪽에서는 수도를 열어놓고 물을 열심히 받고 있는데, 한쪽에서는 물을 열심히 퍼내고 있는 상황과 같습니다. 환자를 수화시키고 싶다면, 이뇨제를 중단하고 수액만 주는 것이 맞는 일이고, 폐수종을 막기 위해 환자를 탈수시키고 싶다면 수액을 중단하고, 이뇨제만 주는 것이 맞는 일입니다. 불필요하게 2가지 일을 병행할 필요는 없죠. 환자에게 가장 필요한 우선순위가 무엇이냐를 정하고, 우선순위에 맞는 일만 하면 됩니다.

2015년 사람의 심장 관련 저널인 JACC에 올라온 논평(editorial comment)을 보면, 이에 대한 비슷한 지적이 나옵니다. 입원을 하면 기계적으로 별다른 고민 없이 수액을 달아놓는 관행 같은 것이 있는데, 실제 의료 기록 통계를 통해 이런 일이 생각보다 자주 일어나는 일(대략 11%)이고, 이렇게 수액과 이뇨제를 병용하는 게 입원 기간 중 예후를 나쁘게(adverse outcome) 할 확률을 50~100% 가량 높인다는 얘기가 나옵니다.

수의학도 예외는 아닙니다. 생각보다 꽤 많은 심장병 환자들이 이뇨제 때문에 신장 수치가 올라갔다는 이유로 집에서 이뇨제를 먹이면서 피하수액을 병행하고 하죠.

물론 이뇨제와 수액을 병행해야하는 경우가 아예 없는 건 아닙니다. 고칼슘혈증이 있어서, 칼슘 수치를 떨어뜨리고자 할 때는 이뇨제를 줘서 소변으로 칼슘이 더 많이 배출되게 하고, 동시에 수액을 줘서 역시나 소변으로 칼슘이 더 많이 배출되게 하죠. 혹은 급성 신부전에서 환자가 소변을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을 때(무뇨나 핍뇨 상태)엔 이뇨제와 수액을 병용하게 되는 케이스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케이스들은 병원에서 입원 관리 중에 하게 되는 처치죠.

평상시에 이뇨제 때문에 올라간 신장 수치를 관리하기 위해 피하수액을 하는 환자를 보면, 그냥 이뇨제를 감량하면 되지 않나…라는 생각을 합니다. 물을 주면서 퍼내기보다는, 물 주는 걸 멈추고 덜 퍼내면 되는 일이니까요. 환자는 피하수액 때문에 매일 바늘에 찔릴 필요가 없어지고, 보호자분도 환자한테 피하수액을 주느라 고생할 필요가 없어집니다.

JACC 논평에서는 “이뇨제와 수액을 함께 쓰는 것은 음양의 조화 같은 문제가 아닙니다.”라는 얘기가 나오죠. 적절히 이 둘을 섞어서 기가 막힌 밸런스로 수화 상태를 맞춰놓는 게 아니라는 얘기와 같습니다. 기초 생리학을 기반으로 하는 얘기이기 때문에 사람이나 동물이나 똑같이 적용될 수 있는 얘기일테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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