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 치료와 다른 수술을 함께 하는 걸 꺼리는 이유는 여기에 있습니다. 구강 내는 세균이 굉장히 많은 오염된 공간인데, 치과 치료를 하게 되는 경우 구강 내의 세균이 혈액 속으로 흘러들어가 깨끗해야만 하는 다른 수술 부위에 전파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입니다. 수술 부위 감염만큼 악몽같은 일이 없기 때문에 가능하면 수술 부위 감염이 생기지 않도록 치과 치료를 따로 하고자 하는 것이죠.
하지만 실제로 이를 검증한 연구는 없습니다. 균혈증이 정말 생긴다는 연구는 있습니다만, 이 균혈증이 다른 수술 부위의 감염 리스크를 높인다는 연구가 없습니다. 동물에서의 연구가 없을 때, 보통 수의학에서 확인하는 것이 사람에서의 연구가 있는가인데, 사람은 스케일링을 할 때 전신 마취를 하지 않기 때문에 동물과 유사한 상황이 없어 관련 연구가 없습니다.
그렇다보니 이론적으로는 가능하면 같이 하는 게 좋지 않다는 걸 많은 수의사들이 알지만, 환자의 마취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반복적인 내원을 해야하는 보호자분의 편의를 위해, 혹은 보호자분의 비용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 치과 치료와 수술을 같이 진행하곤 합니다.
환자를 관리할 때 의학적으로 금언처럼 여겨지는 것이 하나 있습니다. “First, Do no harm.”이라는 말입니다. 가장 먼저, 환자에게 해가 될 일을 하지 말라는 얘기입니다. 이 기준을 가지고, 낮은 가능성이라도 환자에게 해가 될 가능성이 있다면, 해가 되지 않는 쪽으로 보호자분께 치료 방향을 권고해드립니다. 어떤 가이드라인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최근 수의사들이 이에 관해 토론을 한 것을 참고(유료 링크)하자면, 일반적으로는 많은 수의사들이 다음과 같은 기준을 가지고 있습니다.
– 정형외과 수술은 치과 수술과 같이 하지 않는다.
– 개복/개흉 수술은 치과 수술과 같이 하지 않는다.
– 치주 질환이 심해서 치아 상태가 아주 좋지 않은 환자는 가능하면 다른 수술을 함께 하지 않는다.
수술 부위 감염이 있을 경우, 관리가 어렵고 환자가 위험해질 수 있는 수술(정형외과 수술, 개복/개흉 수술)은 가급적이면 감염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서 치과 수술과 함께 하지 않는 것입니다. 반면, 최악의 경우 감염이 있다 하더라도 관리가 어렵지 않은 작은 피부 종양(작은 양성 종양에 한해서)의 경우는 치과 치료와 함께 진행하곤 합니다.
또한 발치가 필요해서 마취 시간이 길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경우에는 다른 수술과 함께 하지 않기도 합니다. 나눠서 2번에 걸쳐 마취하는 것이 한 번의 긴 마취보다 더 안전하다고 생각되면 가능하면 2번에 나눠서 수술을 하는 걸 추천합니다. 반대로, 감염 리스크에 관련된 문제이기 때문에 개복 수술이라 하더라도 치아가 아주 깨끗한 어린 강아지의 잔존 유치 발치와 중성화 수술은 한 번의 마취에 함께 진행하곤 합니다.
명확한 기준이 없다는 건 보호자분들께 혼란을 줄 수 있습니다. “이 병원에서는 가능하다고 했는데, 저 병원에서는 안된다고 했다”는 얘기가 이럴 때 나오는 거죠. 하지만 같은 병원에서도 주치의에 따라 판단이 달라질 수 있는 문제다 보니, 어느 쪽이 틀렸다고 얘기하기가 어렵습니다.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없다는 건 이럴 때 참 난감합니다.
오늘동물병원의 경우, 보편적인 의견을 따라갑니다. 개복이나 개흉 수술은 치과 수술과 함께 하지 않습니다. 함께 했을 때 또 마취를 하지 않아도 되고, 마취 비용이 세이브되는 면이 있어서 보호자분의 비용적인 부분을 아껴드릴 수 있다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만, 그 이전에 “First, Do no harm.”이 원칙이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