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파운드(=대충 10kg) 미만의 소형견은 그보다 큰 대형견에 비해 치과 문제를 겪을 가능성이 높으니 치과 질환 예방에 신경을 많이 써야 하고, 전신 마취 후에 치과 방사선 촬영을 동반하는 COHAT(Complete Oral Health Assessment and Treatment)은 소형견과 고양이에서는 1살이 됐을 때 추천되어야 한다고 얘기합니다(대형견은 2살).
가이드라인의 이런 추천은 일반적으로 동물병원에서 듣게 되는 얘기와는 많이 다르죠. 보통은 치석도 좀 끼고, 입냄새도 나고 해야 스케일링을 추천받는 경우들이 많으니까요. 이제 막 1살 생일을 맞은 강아지 고양이의 치아는 상당수가 치석 하나 없이 깨끗한 경우가 대부분입니다만, 그럼에도 AAHA는 1살에 첫 치과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얘기합니다. 소형견에서 가끔 보게 되는 문제인 미맹출 치아에 대한 확인을 이때 하고, 앞으로 있을 치주 질환을 막기 위해 1살부터 정기적인(어느 정도의 기간인지 명시하진 않지만, provided at an interval이라고 적음) 치주 치료를 해야 한다고 말하죠. (보통 1살 때 강아지 고양이의 생일 선물로 건강 검진을 해주고자 하시는 경우들이 있는데, 정작 AAHA는 강아지 고양이 모두 1살령의 건강 검진은 그다지 권하지 않습니다.)
AAHA 가이드라인에서 말하는 건 그러니까 치과 치료를 예방적인 차원에서, 선제적으로 어린 나이부터 해야한다는 얘기입니다. 하지만 실제 임상에서 치석 하나 없이 새하얀 1살 강아지 고양이의 치아를 두고, 스케일링을 하자고 수의사가 권하면 과잉진료 소리를 듣기 딱 좋죠. 그렇다보니 어쩔 수 없이 대다수의 수의사가 어느 정도 치석이 생기고 환자의 치아에 문제가 생긴 게 눈에 보일 때 치과 치료를 권하게 됩니다. 예방적인 접근법(proactive care)을 선택하지 못하고, 질환이 생기고 뒤늦게 대응하는 접근법(reactive care)을 선택하게 되는겁니다.
이렇게 치주 질환이 생기고 난 이후에 대응하는 접근법(reactive care)에는 2가지 문제가 있습니다. 보호자에게 과잉 진료(내지는 돈만 밝히는 수의사) 소리를 듣지 않기 위해서 (저를 비롯한) 대부분의 수의사가 방어적으로 이런 소극적인 접근법을 택하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만, 이 접근법의 가장 치명적인 문제는 강아지 고양이에게 자주 생기는 치주 질환을 완전하게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이 마땅치 않다는 데에 있습니다.
치주 질환은 예방하고 관리하는 병이지 치료하는 병이 아닙니다. 세균 때문에 한 번 내려앉은 잇몸과 잇몸뼈(=치조골)는 GTR(Guided Tissue Regeneration)이나, GBR(Guided Bone Regeneration) 같은 술기들을 이용해 다시 정상 상태로 회복하려는 시도를 해볼 수는 있지만, 완전히 정상으로 돌아오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치주 질환이 너무 심하게 진행된 치아들은 (치아를 살릴 방법이 마땅치 않기 때문에) 발치를 추천하는 거죠. 가벼운 치은염의 경우는 스케일링을 하고 나면 정상으로 돌아오지만, 치은염 이상의 치주 질환으로 진행된 경우에는 병의 진행을 멈출 뿐 다시 정상으로 돌아오게 하기가 어렵습니다. 그렇다보니 이렇게 병이 생긴 걸 눈으로 확인하고 그때서야 치과 치료를 해주게 되면, 사실은 이미 늦은 경우들이 있게 되죠.
여기에 한 가지 더 문제를 복잡하게 만드는 건 치주 질환이 눈에 보이지 않고, 숨겨져 있는 질환이라는 점입니다. 이건 케이스로 살펴볼 수 있을듯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