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뇨를 보는 강아지가 있다고 가정해보죠. 오늘동물병원을 다니는 환자들 중에 집이 병원과 거리가 멀어서 간단한 진료는 집 근처 동물병원을 가시는 경우들이 있는데, 그런 경우에 실제로 있었던 일들입니다. 수의사 입장에서는 매우 쉬운 진료 중 하나고,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증상입니다.
혈뇨를 보는 강아지의 감별 진단 목록은 여러가지가 있을 수 있지만, 가장 쉽게 생각할 수 있는 것은 방광 결석과 세균성 방광염입니다. 진단까지 가는 과정은 보통 영상 검사(방사선이나 초음파)를 이용하는데, 조금 계산(?)을 쉽게 하기 위해서 여기서는 세균성 방광염 때문에 혈뇨를 본다고 하고 계산기를 두들겨 보겠습니다.
세균성 방광염은 케이스에 따라 치료가 쉽지 않은 complicated UTI(Urinary Tract Infection, 요로계 감염)이 있고, 치료가 그리 어렵지 않은 simple UTI가 있죠. 정말 간단한 기본 진료에서도 수의사에 따라, 병원에 따라 어떻게 영수증의 차이를 만들어내는지에 대한 얘기를 하려고 하는 거니, simple UTI(=단순 세균성 방광염)에 대한 얘기를 해보겠습니다. 세균이 방광에 감염된 케이스니 치료는 당연히 항생제를 사용합니다.
세균성 방광염에 항생제를 사용한다는 것에 이의를 제기하는 수의사는 없습니다. 관건이 되는 부분은 어떤 항생제를 얼마나 오래 사용하느냐입니다. (실제 있었던 케이스를 그대로 옮겨보면) A 병원은 환자에게 아모크라(=아목시실린/클라불란산) 항생제와 위장관 보호제를 섞은 약 2주치를 처방했고, 2주 뒤에 약 다 먹고 병원에 내원해서 개선이 됐는지 확인하자는 얘길 했습니다. 진단을 할 때는 엑스레이와 초음파 검사로 진단을 했죠. 비슷한 또 다른 환자의 경우는 B 병원에서 같은 증상에 대해 아모크라(=항생제), 메트로니다졸(=항생제), 파모티딘(=위장관 보호제)을 처방받았습니다. 약을 며칠치나 받았는지는 얘길 듣지 못했지만, 대충 1주일치라고 하죠. A 병원을 간 방광염 환자와 B 병원을 간 방광염 환자 모두 혈뇨는 며칠 지나지 않아 약을 먹고 괜찮아졌습니다.
혈뇨를 보던 아이가 괜찮아졌으니, 보호자분들께서는 어느 쪽 병원을 가셨던 진료비에 대해 (아마도) 만족을 하셨을 겁니다. 그런데 수의사가 보기엔 이 두 진료 사이에 차이가 있습니다. 보호자에게 청구되는 금액이 일단 다릅니다. 비슷하지만 조금은 다른 약을 처방했는데, 당연하겠지만 처방된 약이 다르니 금액도 다를 겁니다. 특히 A 병원 같은 경우는 2주치를 처방했으니, 하루 약값을 3300원 정도로 단순 계산해도 23,100원 정도가 더 나왔을 겁니다. 메트로니다졸 같은 경우는 비싼 약은 아니지만, 만약 개별 약에 대한 청구를 별도로 했다면, B 병원에서 약값이 더 나왔을 수도 있겠네요. 똑같은 질환에 대해 의료비가 다르게 나온 셈입니다. 둘 다 세균성 방광염이 치료 됐으니 나쁘지 않았지만, 가성비(?)를 따지자면 더 좋은 병원과 아닌 병원이 있는 셈이죠.
오늘동물병원은 같은 환자를 어떻게 치료할까요? 오늘동물병원의 경우는 단순 세균성 방광염 환자에서는 아목시실린(=항생제, 아모크라 아님)을 5일치 처방합니다(혈뇨만 멈추면 재검은 안합니다). 왜 이렇게 하는지, 이렇게 했을 때 영수증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한 번 살펴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