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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광염으로 알아보는 비싼 동물병원과 저렴한 동물병원

동물병원 얘기를 할 때 빠지지 않고 나오는 얘기가 돈 얘기죠. 사람과 달리 의료 보험이 안되다 보니 기본적으로 비용 자체가 비싸고, 큰 병 아니라고 생각해서 가벼운 마음에 동물병원에 갔다가 ‘헉’하는 영수증을 받아 나오게 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한국은 문화적으로 의료비 때문에 안락사를 선택하는 경우가 많지는 않지만, 미국 같은 경우는 (한국보다도 훨씬 비싼 의료비 때문에) 안락사를 선택하기도 한다고 하더군요. 오늘동물병원이 저렴한 병원이냐하면, 전 저렴한 병원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보호자분의 동물병원비를 줄여주기 위해 노력하는 병원이긴 합니다. 그래서 이번엔 돈 얘기를 좀 해볼까 합니다. 비싼 동물병원과 저렴한 동물병원에 대해서요. (약간의 재밌는 수의학 정보와 함께요.)

비싼 동물병원에 대한 얘기를 하자면, 먼저 수가(=환자를 치료하고 받는 진료비) 자체가 높게 형성되어 있는 병원이 있습니다. 쉽게 얘기해서 똑같은 항목에 대해서 조금 더 비싼 돈을 받는 병원이 있다는 얘기입니다. 예를 들어, 하루 두 번 먹는 내복약의 1일치 조제비가 4천원인 병원이 있는가 하면, 똑같은 항목에 대해서 3천원만 받는 병원도 있죠. 병원마다 규모가 다르고, 유지비도 다르기 때문에 국가에서 수가를 정해주는 사람의 의료와 달리 동물병원은 병원에 따라 수가가 달라집니다. 1박의 입원비가 병원마다 다르고, 진료비도 병원마다 다르죠. 초음파 검사 가격 같은 경우는 병원마다 사용하는 장비도 다르고, 초음파를 보는 사람의 숙련도도 다르기 때문에 병원에 따라 검사비가 다 다릅니다. 똑같은 복부 초음파 검사가 A병원에서는 7만원일 수 있지만, B 병원에서 15만원일 수 있습니다.

이번 포스팅에서 얘기하려는 건 이런 얘기는 아닙니다. 동일 수가라는 전제 하에 비싼 병원과 저렴한 병원이 있을 수 있다는 얘길 하려고 합니다. 모든 항목에 대한 청구 가격이 동일하다고 가정할 때 병원에 따라 어떻게 보호자가 받게 되는 영수증이 달라지는가에 대한 얘기입니다.


혈뇨를 보는 강아지가 있다고 가정해보죠. 오늘동물병원을 다니는 환자들 중에 집이 병원과 거리가 멀어서 간단한 진료는 집 근처 동물병원을 가시는 경우들이 있는데, 그런 경우에 실제로 있었던 일들입니다. 수의사 입장에서는 매우 쉬운 진료 중 하나고,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증상입니다.

혈뇨를 보는 강아지의 감별 진단 목록은 여러가지가 있을 수 있지만, 가장 쉽게 생각할 수 있는 것은 방광 결석과 세균성 방광염입니다. 진단까지 가는 과정은 보통 영상 검사(방사선이나 초음파)를 이용하는데, 조금 계산(?)을 쉽게 하기 위해서 여기서는 세균성 방광염 때문에 혈뇨를 본다고 하고 계산기를 두들겨 보겠습니다.

세균성 방광염은 케이스에 따라 치료가 쉽지 않은 complicated UTI(Urinary Tract Infection, 요로계 감염)이 있고, 치료가 그리 어렵지 않은 simple UTI가 있죠. 정말 간단한 기본 진료에서도 수의사에 따라, 병원에 따라 어떻게 영수증의 차이를 만들어내는지에 대한 얘기를 하려고 하는 거니, simple UTI(=단순 세균성 방광염)에 대한 얘기를 해보겠습니다. 세균이 방광에 감염된 케이스니 치료는 당연히 항생제를 사용합니다.

세균성 방광염에 항생제를 사용한다는 것에 이의를 제기하는 수의사는 없습니다. 관건이 되는 부분은 어떤 항생제를 얼마나 오래 사용하느냐입니다. (실제 있었던 케이스를 그대로 옮겨보면) A 병원은 환자에게 아모크라(=아목시실린/클라불란산) 항생제와 위장관 보호제를 섞은 약 2주치를 처방했고, 2주 뒤에 약 다 먹고 병원에 내원해서 개선이 됐는지 확인하자는 얘길 했습니다. 진단을 할 때는 엑스레이와 초음파 검사로 진단을 했죠. 비슷한 또 다른 환자의 경우는 B 병원에서 같은 증상에 대해 아모크라(=항생제), 메트로니다졸(=항생제), 파모티딘(=위장관 보호제)을 처방받았습니다. 약을 며칠치나 받았는지는 얘길 듣지 못했지만, 대충 1주일치라고 하죠. A 병원을 간 방광염 환자와 B 병원을 간 방광염 환자 모두 혈뇨는 며칠 지나지 않아 약을 먹고 괜찮아졌습니다.

혈뇨를 보던 아이가 괜찮아졌으니, 보호자분들께서는 어느 쪽 병원을 가셨던 진료비에 대해 (아마도) 만족을 하셨을 겁니다. 그런데 수의사가 보기엔 이 두 진료 사이에 차이가 있습니다. 보호자에게 청구되는 금액이 일단 다릅니다. 비슷하지만 조금은 다른 약을 처방했는데, 당연하겠지만 처방된 약이 다르니 금액도 다를 겁니다. 특히 A 병원 같은 경우는 2주치를 처방했으니, 하루 약값을 3300원 정도로 단순 계산해도 23,100원 정도가 더 나왔을 겁니다. 메트로니다졸 같은 경우는 비싼 약은 아니지만, 만약 개별 약에 대한 청구를 별도로 했다면, B 병원에서 약값이 더 나왔을 수도 있겠네요. 똑같은 질환에 대해 의료비가 다르게 나온 셈입니다. 둘 다 세균성 방광염이 치료 됐으니 나쁘지 않았지만, 가성비(?)를 따지자면 더 좋은 병원과 아닌 병원이 있는 셈이죠.

오늘동물병원은 같은 환자를 어떻게 치료할까요? 오늘동물병원의 경우는 단순 세균성 방광염 환자에서는 아목시실린(=항생제, 아모크라 아님)을 5일치 처방합니다(혈뇨만 멈추면 재검은 안합니다). 왜 이렇게 하는지, 이렇게 했을 때 영수증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한 번 살펴보죠.


먼저 어떤 항생제를 써야 할까요? 가장 이상적인 것은 소변을 뽑아서 세균 배양 검사와 항생제 감수성 검사를 하고 결과에 맞는 항생제를 쓰는 겁니다만, 항생제 감수성 검사는 꽤 비싸죠. 이상적이지만, 사람의 경우도 초진때는 보통 이렇게 하지 않습니다. 세균성 방광염이라는 생각이 들면 보통 방광염에 가장 효과적일 수 있는 항생제를 처방합니다. 사람에서의 내용을 외삽해서 동물도 그렇게 합니다. 이 때 퍼스트 초이스로 사용하는 항생제는 수의사의 선호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만, 보통 아목시실린을 추천합니다. (Trimethoprim-sulfonamide나 아목시실린/클라불란산, 세팔렉신도 틀린 선택은 아닙니다.)

어떤 항생제를 쓰느냐는 약값을 다르게 만듭니다. A병원과 B병원 모두에서 처방한 아모크라는 아목시실린/클라불란산이라는 성분명의 항생제인데, 약값이 비싼 편에 속합니다. 보통 이 약을 처방하게 되는 경우에는 기본 조제비에 고가 약물이라고 청구를 따로 추가하죠. 아목시실린은 아목시실린/클라불란산에 비해서는 저렴한 약이죠. 아목시실린/클라불란산은 아목시실린 단독 약물에 저항성을 보일 수 있는 세균을 조금 더 효과적으로 사멸시키기 위해 만들어진 약입니다. (뭐가 하나 더 들어갔으니 당연히 약값이 더 비쌉니다) 아목시실린/클라불란산이 보편적으로는 아목시실린 단독 약물보다 조금 더 좋은 약인 것 같기는 한데, 중요한 것은 방광염에서 이 둘이 어떤 차이를 만들어내느냐는 것입니다. 이에 대한 대답은 ISCAID(International Society for Companion Animal Infectious Diseases, 세계 반려동물 감염질환 학회)에서 낸 가이드라인에 나옵니다.

이 가이드라인에 보면 아목시실린 단독 제제와 아목시실린/클라불란산을 쓰는 것의 차이에 대한 언급이 나옵니다.

아목시실린/클라불란산도 처방할 수 있는 옵션 중 하나지만, 아목시실린 단독제제에 비해서 클라불란산이 들어간 게 더 낫다는 에비던스가 부족해서 추천하지 않는다는 얘기가 있죠. 그럼 효과과 비슷하다는 전제를 깔고 갈 때, 싼 약과 비싼 약 중에 선택해야하는 건 당연히 저렴한 약입니다. 아목시실린/클라불란산은 꽤 비싼 약이라, 대부분의 동물병원이 기본 조제비에 고가 약물로 추가하는 약이니, 이 약 대신 조금 더 저렴한(보통 기본 조제비에 포함되는) 아목시실린을 선택한다면 약값을 상당히 아낄 수 있죠.


약값에 영향을 주는 요인은 어떤 약을 처방했느냐도 있지만, 며칠이나 처방했느냐도 있습니다. 단순 세균성 방광염에서 얼마나 약을 오래 먹어야 할까요? 수의 내과학의 바이블이라는 에팅거 수의내과학 교과서를 보면 이에 대한 언급이 있습니다.

교과서에서는 보통 7-14일 정도의 치료를 권고하죠. 실제로 A 병원은 14일치 약을 처방하고, B 병원은 (가정이긴하지만) 7일치를 처방했습니다. 어느쪽이든 교과서에서 권고하는 정도의 기간을 처방했으니 과잉 진료라고 볼 수는 없습니다. 오늘동물병원의 5일은 어디서 나온 걸까요? 최근의 수의학은 Antibiotic stewardship이라고 가능한 항생제를 적게 처방하면서 치료를 하는 걸 권장합니다. 사람에서는 세균성 방광염이 있는 경우 더 빠른 시기에도 치료를 종료하기 때문에 동물도 최근에는 조금씩 더 짧게 권장하는 치료 기간이 변해가고 있죠. 오늘동물병원도 이런 수의학 트렌드를 따라 가능한 최소한의 약을 처방하려고 노력합니다. ISCAID 가이드라인에는 이런 내용이 언급됩니다.

이렇게 가이드라인과 트렌드를 따라 환자에게 최선이라고 생각되는 걸 선택했을 때, 영수증은 어떻게 달라질까요? 에비던스 기반의 최신 의료는 늘 비싸기만 한걸까요? 당연히 그렇지 않습니다. 오늘동물병원의 수가를 기준으로 계산해보죠. (일반적으로 대부분의 동물병원이 저가 약물은 조제비에 포함시켜서 청구하고, 고가약물을 별도 청구하는 반면, 오늘동물병원은 모든 개별 약에 대해서 조제비와 별도로 약가를 청구합니다.) 5kg짜리 강아지가 같은 증상으로 A병원과 B병원, 오늘동물병원을 왔을 때 똑같은 질환에 대해 어떤 영수증을 받고 가는지를 보죠.

먼저 A병원입니다. A 병원은 아모크라와 위장관 보호제(편의상 파모티딘이라고 하죠)를 2주치 처방받았습니다. (오늘동물병원의 수가를 기준으로) 기본 가루약 조제비 하루 2,200원에 아모크라 1T에 2,200원, 파모티딘 1T에 220원이니 14일치를 조제해서 정해진 용량대로 조제하면 총 46,970원이 나옵니다. (오늘동물병원 같은 개별 약가가 아니라 통상적인 저가약물을 조제비에 포함시키는 방식이라면, 보통 하루 조제비 3,300원에 아모크라 약값이 추가되는 방식으로 청구됩니다. 그러면 조제비 46,200원에 아모크라 약값 15,400원 추가되면서 61,600원 정도의 약값이 나오죠.)

B 병원은 어떨까요? B 병원은 아모크라, 메트로니다졸, 파모티딘을 일주일치 처방했습니다. 같은 방법으로 계산하면 대략 26,750원 정도가 나옵니다. 메트로니다졸 같은 경우는 혐기성균을 없애기 위해 사용하는 항생제라 호기성균을 컨트롤하고자 하는 세균성 방광염에서는 일반적으로 처방하지 않는 약입니다. 왜 처방이 됐는지는 조금 의문이지만, 어쨌든 약 자체가 7일치다보니 A 병원보다 조금 저렴해지기는 했군요.

같은 질환에 대해 오늘동물병원의 처방약 가격을 보겠습니다. 오늘동물병원은 위장관 보호제를 처방하지 않고, 아목시실린 항생제만 5일치를 처방하기 때문에 하루 조제비 2,200원에 아목시실린 약값 1T에 660원을 계산하면, 총 11,820원이 나옵니다. 위장관 보호제의 효용이 거의 없다는 얘긴 이전 포스팅에서 했던 적이 있습니다. 고가 약물을 쓰지 않고, 동일한 효과를 낼 수 있는 저가 약물을 처방하되, 치료 기간을 줄여서 환자가 약 먹는 기간도 짧게 하고, 의료비도 줄이는 거죠. 표로 정리해보면 이렇습니다.

A 병원

B 병원

오늘동물병원

처방 내역

아모크라, 파모티딘

총 14일치

아모크라, 메트로니다졸, 파모티딘

총 7일치

아목시실린

총 5일치

약값

46,970원

26,750원

11,820원


세 병원 모두 같은 질환을 치료했지만, 병원비는 각각 다릅니다. 약값을 제외하고 진단 검사까지 포함하면 영수증은 조금 더 달라지죠. 예를 들어 결석을 배제하고 가기 위해 영상 검사를 할 것인가(오늘동물병원도 혹시나 결석 가능성을 확인하기 위해 방광 초음파 정도는 봅니다), 영상 검사를 초음파만 볼 것인지 방사선까지 볼 것인지, 세균이라는 걸 확실히 하기 위해 소변을 뽑아서 현미경 검사를 할 것인지, 현미경 검사에서 세균이 의심되면 배양까지 할지… 같은 것들을 고려하면 병원비는 더 비싸질 수 있죠. 이 모든 것들 중에 과잉진료는 없습니다. 모두 이상적인 상황에서라면 교과서에서 권고하는 검사들이죠.

하지만 수의사의 경험과 가이드라인을 지키려는 노력, 환자의 상태를 고려한 융통성 같은 것들이 영수증을 다르게 만듭니다. 치료가 잘 된 케이스에서도 약을 다 먹고 검사를 한 번 더 할 것인지에 따라 의료비가 달라집니다. (방광염이랑 임상 증상이 있느냐가 치료 여부를 결정하는 기준이 되기 때문에 오늘동물병원은 임상 증상이 사라진 환자에서는 재검을 권유하지 않습니다)

아주 간단한 단순 세균성 방광염 진료에서도 병원의 차이, 수의사의 차이는 이런 결과를 나타냅니다. 환자가 약을 적게 먹어서 편해지는 것도 있고요. 이런 것들이 단순한 기본 진료가 아니라 심화 진료로 넘어가면 차이가 훨씬 더 커집니다. 기본 진료에서도 심하면 4배 가까이 비용 차이가 날 수 있지만, 심화 진료에서 4배 차이가 난다면, 그 땐 2-3만원 정도의 차이에서 그치지 않죠. 백만원 단위의 차이가 나는 경우도 있습니다.

심장 진료라면, 반복적인 심장 초음파 검사가 그다지 중요하지 않으니, 심장 초음파 검사 비용을 세이브할 수 있을테고, 에비던스를 따른다면 불필요하게 초기 심장병에서 약값을 지출하는 것도 피할 수 있습니다. 모든 강아지 고양이가 피해갈 수 없는 예방 접종조차도 가이드라인대로의 진료를 따르면 접종 횟수를 줄이고 접종비를 아낄 수 있습니다. 중성화를 하고 장기 지속형 항생제 주사를 놓는 불필요한 의료비도 지출을 막을 수 있고, 항체가 검사 같은 것에도 돈을 쓰지 않을 수 있죠.

수의학도 양방향으로 발전합니다. 어드밴스드한(내지는 아카데믹한) 분야에서는 (수의사가 생각할 때도) 이런 것도 있네 싶은 고급 술기들이 있는가하면, 한편으로는 어떻게 해야 보호자의 비용 부담과 환자의 불편함을 줄일 수 있을지 생각하며 발전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아마도 일정 부분은 비용적인 부분 때문에 안락사를 선택하는 미국과 유럽이 수의학에 있어서는 선도적인 역할을 하기 때문이지 않나 싶기도 합니다. 미국과 유럽 쪽에서는 의료비를 줄이고 치료를 간편하게 만드는 것이 (최종적으로는 보호자가 안락사를 선택할 가능성이 줄어드니) 환자의 기대 수명을 늘리는 것과 일맥상통하기 때문입니다.

동물병원은 아이들이 아파야 돈을 법니다. 아픈 강아지 고양이가 많을수록 더 많은 돈을 벌죠. 하지만 환자의 수는 한정되어 있고, 하루에 한 명의 수의사가 볼 수 있는 진료의 수 또한 한정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한 명의 환자에게서 가능한 최대한 많은 돈을 버는 것이 수의사 입장에서는 경제적으로 합리적인 일이죠. 의료의 역설이랄 수 있는데, 아픈 강아지 고양이의 수를 줄이기 위한 일을 하면서도, 동시에 아픈 환자가 많아야지만 이 직업이 유지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수의학의 발전이 단순히 수의사가 돈을 더 많이 버는 쪽으로 발전하지 않는 것은 결국 더 많은 환자에게 의료 서비스가 제공될 수 있도록 비용이 저렴해지고, 치료가 간편해져야 궁극적으로는 수의사와 아픈 환자 모두가 윈윈이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오늘동물병원도 그런 쪽으로는 늘 진심이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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