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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암제 감수성 검사, 추천하지 않습니다

동물병원은 사실상 종합 병원처럼 다양한 진료 과목을 보기 때문에 기본적인 예방접종부터 말기 암 환자까지, 정말 다양한 영역의 진료를 봅니다. 그렇다보니 다양한 진료 과목의 수보다 더 많은 검사들을 합니다. 원내에서 하는 검사들도 있고, 외부에 의뢰해서 하는 검사들도 있습니다. 다양한 검사들 중엔 정확하고 신뢰할만한 검사가 있는가 하면, 아닌 검사도 있어서, 모든 검사들이 다 의미가 있고, 그 값어치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일전에 강아지 알러지 검사에 대해서 (국내에선) 큰 의미가 있지 않아 추천하기 어렵다는 얘기를 한 적이 있는데, 이번 포스팅에서는 항암제 감수성 검사에 대한 얘기를 해볼까 합니다. (항생제 감수성 검사가 아닙니다. 항생제 감수성 검사는, 늘 그런 것은 아니지만, 가능하다면 하는 것이 안 하는 것보다 좋은 검사에 가깝습니다)

항암제 감수성 검사는 암(악성 종양)이 있는 환자에서 종양을 외과적으로 제거하고, 종양을 외부 실험실에 의뢰해서 환자가 걸린 암에 가장 적합한 항암제를 찾아준다는 검사입니다. 보통 PDST(Pet Drug Sensitivity Test)라고 알려져 있는데, chemosensitivity assay가 조금 더 많이 통용되는 단어에 가깝습니다.

보통 동물병원에서는 외과적으로 종양을 제거한 이후, 10여가지 항암제를 선택해 실험실에 의뢰를 하고, 실험실에서는 암세포를 배양하고, 암세포를 억제하는데 가장 효과적이었던 항암제들을 리스트로 뽑아줍니다. 그러면 수의사가 보호자분과 상의 후에 억제를 잘 한다고 하는 항암제를 선택해서 환자에게 투약하는 식으로 치료가 이루어집니다.

언뜻 봤을 때는 매우 합리적인 치료 과정인듯 싶지만, 오늘동물병원은 항암제 감수성 검사를 추천하지 않습니다. 이유는 실험실에서의 세포 억제 결과가 환자에서의 실제 항암 효과와 일치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입니다. “In vitro”라는 말과 “In vivo”라는 말이 있습니다. In vitro는 “시험관 내”, 즉 실험실에서 이루어지는 실험을 얘기하고, In vivo는 “생체 내”, 즉 몸에서 직접 이루어지는 일을 얘기합니다. 항암제 감수성 검사는 in vitro와 in vivo의 결과가 크게 달라지는 대표적인 검사 중에 하나입니다. 이해하기 쉽게 말하자면, A라는 항암제가 항암제 감수성 검사(in vitro)에서 감수성이 높게 떴다 하더라도, 환자(in vivo)에서도 감수성이 높을 거라고 예측하기 어렵다는 얘기입니다.

2001년 JAAHA(Journal of the American Animal Hospital Association)에 올라온 논문은 이런 부분을 아주 명확하게 얘기하고 있습니다.

항암제 감수성 검사를 임상적으로 이용해서 검사 결과와 실제 임상 적용 후의 약물 반응을 비교했는데, 임상적인 반응(clinical response)과 생존 기간(survival time)에 있어서, 항암제 감수성 검사의 결과가 중요한 예측인자(significant predictor)로 작용하지 않았다는 얘기입니다. 실험실에서는 생체 내에서 이루어지는 약물의 약동학적 특징(pharmacodynamic properties)들을 재현할 수 없고, 이런 한계 때문에 환자에서의 약물 반응을 항암제 감수성 검사로 예측하기 어렵다는 것이 요지입니다.

2020년 VCO(Veterinary and Comparative Oncology)에 올라온 리뷰 논문을 보면, 짧게 항암제 감수성 검사에 대한 언급이 나옵니다.

앞서 언급한 논문과 비슷한 얘기가 다시 한 번 언급됩니다. 일부 흥미로운 결과를 보여주는 실험들이 있었지만, 아직 임상적으로 루틴하게 적용해서 보호자분에게 추천할 정도의 검사는 아니라는 얘기입니다. (임상적인 적용을 위해서는 좀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는 결론이 있고요.)

오늘동물병원은 항암제 감수성 검사에 대해 (적어도 현 시점에서는) 검사를 하는 것이 나쁘다는 입장입니다. 예전에 포스팅했던 알러지 검사 같은 경우는, 그 검사를 하는 게 (보호자분 지갑 사정에는 해가 될지언정) 환자에게 해가 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항암제 감수성 검사는 자칫하면 잘못된 항암제 선택으로 이어져 환자에게 해로울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케이스 리포트로 소개했던 적이 있는 방광이행상피세포암종(TCC, Transitional Cell Carcinoma)의 경우, 이미 in vivo 상의 임상 결과로 미톡산트론이라는 항암제를 쓰는 것이 가장 예후가 좋다는 데이터가 확립되어 있습니다. 헌데 항암제 감수성 검사를 해서 미톡산트론 이외의 항암제가 더 감수성이 좋은 것으로 결과가 나온다면, 감수성 결과가 환자의 실제 임상 반응과는 큰 상관 관계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미톡산트론 이외의 다른 항암제를 사용하게 되곤 합니다. 결과는 더 나쁜 예후로 이어질 수 있고요.

각각의 암들은 실제 생체에서 어떤 항암제가 가장 효과적으로 작용하는지에 대한 데이터가 있습니다. (좀 더 탄탄하게 데이터가 많은 암이 있고, 아닌 암은 있을 수 있지만요) 특정 암에서 어떤 항암제가 가장 잘 듣는지 연구해서 실제 환자에게 적용하는 것이 수의종양학(veterinary oncology)입니다. 항암제 감수성 검사는 가장 잘 맞는 항암제를 찾으려는 노력의 일환이지만, 항암제 감수성 검사에 의존해서 적합한 항암제를 찾는다는 것은 현재로서는 일차원적인 단순한 생각에 불과합니다. 잘 확립되어 있는 임상 데이터를 외면하고, 상관 관계가 떨어진다는 항암제 감수성 검사를 추천하고 일차원적인 생각으로 환자에게 적용하는 것은 보호자분을 위해서도, 환자를 위해서도 좋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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