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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신부전, 얼마나 더 살 수 있을까요?

신부전이나 암처럼 치료가 불가능한 어떤 질환이 진단되었을 때, 보호자분들이 궁금해하시는 것 중 하나가 예후에 관한 내용입니다. “그러면 아이가 얼마나 더 살까요?”라는 얘기는 진료실에서 종종 듣게 되는 질문 중 하나입니다. 진단과 치료만큼이나 예후에 대한 평가가 좀 더 정확하게 될수록 환자에 대한 케어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예후를 안다는 건 실제로 굉장히 중요한 일이기도 하죠. 흔한 병일수록 케이스의 수가 많으니 통계를 내기가 조금 더 수월하고, 그렇다보니 흔한 병일수록 예후를 좀 더 명확하게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만, 신부전은 매우 흔한 병임에도 불구하고, 그런 예후를 얘기하기가 조금 어려운 병입니다.

신부전의 예후에는 상당히 많은 인자들이 관여하고 있고, 이처럼 예후인자가 많다보니, 개별 환자에 따라 똑같은 신부전 3기라도 어떤 환자는 좀 더 오래 살고, 어떤 환자는 그렇지 못한 경우를 보게 됩니다. 똑같은 3기라도 단백뇨가 있는 환자와 단백뇨가 없는 환자의 예후가 다르고, 똑같은 4기라도 빈혈이 있는 환자와 빈혈이 없는 환자의 예후가 다르죠. 그렇다보니 보통 IRIS staging을 따라 대략적인 예후를 말씀드려도, 정확하게 들어맞는 경우는 많지 않습니다. 그래서인지 수의사 입장에선 ‘신부전이면 얼마나 산다’라고 얘기하기가 쉽지 않고, 보호자분 입장에선 “처음엔 병원에서 수의사가 몇 달 남았다고 했는데, 지금 몇 년째 잘 버티고 있어요”라는 말이 나오는거죠.

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대략적인 숫자를 알고 싶은 게 사람의 마음입니다. 그래서 신부전일 때 대충 어느 정도의 기대 수명을 생각해야하는지에 대한 포스팅을 준비해봤습니다. (똑같은 신부전이라도 강아지와 고양이의 기대 수명은 조금 다른데, 이번 글에서는 고양이에 관한 얘기만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강아지는 보통 고양이보다 신부전의 기대 수명을 조금 더 짧게 봅니다)

먼저 MST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Mean Survival Time의 약자로 정확하게 번역하자면 중앙 생존 기간이라고 번역합니다만, (엄밀하진 않지만) 통칭 평균 생존 기간이라고 얘기합니다. 생존 기간이 중요한 종양 환자에게서 얘기하는 기간이죠. 수의사들이 환자에게 남은 시간이 얼마나 되는지 얘기할 때 말하는 숫자가 바로 이 숫자입니다. 생존률을 평가하고자 할 때, 제일 흔히 보게 되는 것 중 하나가 카플란 마이어 곡선이라는 건데, 시간이 지나면서 환자가 얼마나 살아있는지를 그래프로 보여준 것입니다. 흔히 아래 그림처럼 생긴 것으로 (역시나 종양학에서) 지겹게 보게 되는 것 중 하나죠.

고양이 신부전 환자의 기대 수명에 관해 가장 널리 인용되는 논문 중 하나는 2008년 JVIM(Jorunal of Veterinary Internal Medicine)에 올라온 L.M. Boyd의 논문입니다.

이 논문에서 저자는 크레아티닌 수치가 2.3mg/dL 이상인 고양이 211마리의 생존 기간이 IRIS staging에 따라서 어떻게 되는지 확인해봅니다. IRIS의 분류 기준으로 신부전 2기는 크레아티닌 수치 1.6 이상이지만, 이 논문에서는 2.3-2.8을 IIb라고 구분하고, 2.9-5.0을 III, 5.0 이상을 IV로 구분했습니다. 2기를 제외하면 나머지 3기와 4기는 IRIS와 동일한 스테이징을 한 거죠. 엄밀하지 않지만, 굳이 얘기하자면, IIb는 신부전 2기 말이라고 볼 수도 있을 것 같네요. 이렇게 구분한 후, 생존 기간을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탈수가 교정된 이후의 생존 기간입니다).

신부전 단계

고양이의 n수

평균 생존 기간

(Median Survival Time)

95% CI(신뢰구간)

IIb (CRE 2.3 – 2.8)

82마리

1,151일

1,014일 – 1,565일

III (CRE 2.9 – 5.0)

84마리

679일

445일 – 910일

IV (CRE 5.0 이상)

42마리

35일

21일 – 99일

이를 카플란 마이어 생존 곡선으로 그려보면 아래와 같습니다.

신부전 2기는 검은 실선, 3기는 파선, 4기는 점선으로 표시되어 있습니다. 신부전 단계가 높을수록 생존 기간이 짧아진다는 걸 그래프로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죠.

물론 앞서 얘기했듯, 이런 통계가 절대적이지는 않습니다. 논문에는 단순히 크레아티닌 수치를 기준으로 생존 기간을 평가한 것 외에도, 특정 시점을 토대로 생존 기간이 얼마나 됐는지에 대한 얘기가 있는데, 논문에 언급된 것 이외에도 신부전의 예후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매우 많습니다. UPC 수치가 0.4 이상으로 단백뇨가 있는 환자와 0.2 미만으로 단백뇨가 없는 환자의 기대 수명은 크레아티닌 수치가 동일하다 하더라도 다릅니다. 또한 신부전 처방식을 먹는 신부전 환자와 안 먹는 신부전 환자의 기대 수명도 다르고요.

체중이 빠지기 시작하면 생존 기간이 짧아졌고, 빈혈이 나타나기 시작한 후부터는 생존 기간이 짧아졌습니다. 최근에는 이렇게 예후에 악영향을 미치는 요인들을 해결하기 위해서 직접적인 개입(식도관이라든가, 조혈 주사)을 하기 때문에 이를 절대적으로 믿을 건 아니겠지만, 어느 정도 참고할만한 부분은 분명히 있죠.

사실 오늘동물병원의 경우, 신부전이 진단된 날에는 진료실에서 정확한 기대수명을 말씀드리지는 않는 편입니다. 잘 모른다는 게 정확한 답이지 않을까 싶네요. 개별 환자에 따른 편차가 너무 크고, 어떤 경우 기대수명을 확정지어 말하면 치료를 포기하시는 경우도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신부전 말기에서는 조금 얘기가 다른데, 빈혈이 나타나기 시작한다든가, 아이가 체중이 줄어들기 시작한다든가 하는 경우에는 기대 수명에 대한 고려를 하셔야 한다고 말씀드리죠.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하기 때문에 보호자분의 경각심을 높이기도 해야 하고, 실제 보호자분이 마음의 준비를 해야 될 때가 그리 멀지 않았다는 얘기일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오랜기간 함께 하던 아이의 마지막을 생각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걸 직접적으로 몇 달 후라는 확정된 미래라고 들으면 더욱 쉽지 않죠. 신부전도 그런 ‘숫자’가 없는 건 아닙니다만, 적어도 암 같은 병에 비하면 변수가 워낙 많아서 곧이곧대로 들을 얘기도 아닙니다. 그래서인지 논문도 신부전 단계에 따른 예후보다는 특정 인자가 컨트롤 됐을 때의 예후에 대한 연구가 더 많은듯 싶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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