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특발성 방광염은 고양이 하부요로계 질환 중에서 단연 가장 흔하게 보게 되는 병 중 하나입니다. 문헌에 따라 다르지만, 10살 미만의 고양이에서는 하부요로계 질환의 59% 정도가 특발성 방광염이라는 얘기가 있을 정도입니다. 화장실을 드나들지만, 자세만 취하고 소변이 잘 나오지 않는다거나, 혈뇨를 본다든가, 화장실에서 소변 볼 때 비명을 지르는 등의 임상 증상들을 보입니다. 특발성 방광염의 대부분은 급성으로 증상이 나타나고, 급성의 경우는 보통 특별한 걸 하지 않더라도 일주일 이내에 임상 증상이 사라집니다. (만성은 얘기가 조금 다릅니다.)
보통은 시간이 지나면 좋아지기 때문에 방광염 자체가 아주 무서운 병은 아닙니다만, 요도가 짧고, 요도 직경이 작은 수컷 고양이들의 경우에는 요도 폐색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아, 방광염 증상을 보일 때는 소변을 찔끔거리면서라도 잘 보고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요도 폐색에 대해서는 케이스 소개 포스팅으로 언급을 했던 적이 있어서, 이번 포스팅에서는 요도 폐색이 아닌 방광염 고양이에서 어떤 것들이 도움이 되는가를 알아볼까 합니다. (사실 도움이 되는 게 별로 없어서 조금 실망스러우실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폐색이 되지 않은 방광염의 경우, 병원에서 사실 약을 처방할 필요가 딱히 없습니다. 이렇듯 자연스레 시간이 해결해주는 질환들이 몇 가지 있는데, 이럴 때 수의사는 약을 처방해야하는 게 아닌가 하는 압박을 느끼게 됩니다. 보호자분에게 “시간이 지나면 알아서 좋아질테니, 집에 가서 조금 더 지켜봐주세요”라고 정석대로 설명을 드렸는데, 아무런 약을 받지 못한 보호자분이 그 시간을 기다리지 못하고 임상증상이 남아있는 고양이를 보며, 다른 병원에 가서 뭔가 약을 받아 먹이면, 그 약이 무슨 약이든 나을만할 때가 됐기 때문에 낫게 됩니다. 그럴 경우 수의사들은 그럴바에야 내가 뭐라도 하나 처방을 하는 게 낫지 않나라는 압박감을 느낍니다. 이런 부분이 수의사들이 느끼는 방광염 치료의 함정입니다.
고양이 방광염 치료에서 가장 흔하게 보호자분들이 하는 오해는 왜 항생제를 처방해주지 않느냐는 것입니다. 1982년 JAAHA에 올라온 Barsanti의 논문을 보면, 항생제는 고양이 방광염 치료에 아무런 차이를 만들어내지 않습니다. 고양이 방광염은 대부분 특발성이고, 세균 감염에 의해서 방광염이 생기는 경우는 (다른 기저 질환이 있는 게 아니라면) 몹시 드뭅니다.
혹은 어떤 경우 스테로이드를 방광염에 처방하기도 합니다만, 스테로이드도 아무런 차이를 만들어내지 못합니다. 스테로이드의 경우는 오히려 더 나쁠 수가 있는데, 스테로이드 자체가 고양이에서 면역력을 떨어뜨리면 방광에서 세균 감염의 리스크를 높이기 때문입니다.
항불안제라고 처방되는 아미트리프틸린도 논란이 있습니다. (요즘엔 아미트리프틸린은 잘 쓰지 않고, 같은 계통의 새로운 약물인 클로미프라민이 조금 더 선호됩니다) 아미트리프틸린의 경우 사람에서 간질성 방광염(interstitial cystitis)이 있을 때, 효과가 있다는 얘기가 있어서 고양이에도 이 내용을 외삽해서 처방할 때가 있곤 합니다. 연구 결과를 살펴보면, 아미트리프틸린을 먹고 임상 증상이 더 빨리 해소되는 경우가 있기는 하지만, 대신 재발률이 좀 더 높았고, 재발까지의 시간이 더 짧아지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보통 만성의 특발성 방광염에서는 처방을 하곤 하지만, 급성에서는 큰 도움이 되지 않아 잘 처방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