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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에게 고단백 사료를 급여하는 건 나쁜가요?

앞선 사료에 관한 포스팅에서 했던 얘길 다시 한 번 옮겨적자면, 사람이 많은 곳에서 하지 말아야 할 얘기가 3가지가 있으니, 첫번째가 종교, 두번째가 정치, 세번째가 영양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그래서 사실 그다지 자주 다루고 싶은 주제는 아닙니다만, 역시나 안부 게시판에 질문을 올려주신 분이 있어서 한 번 적어봅니다. 질문을 그대로 옮긴 건 아니지만, 대략적인 질문의 요지는 다음과 같습니다.

고단백 식이가 간과 신장에 안 좋은 영향을 끼친다는 얘기가 사실인가요?

질문에 대한 답을 하기 전에 먼저 한가지 얘기하고 가자면, AAFCO가 정한 기준치(성묘는 100kcal당 6.5g 이상, 임신 중이거나 수유 중인 고양이, 혹은 새끼 고양이는 100kcal당 7.5g 이상의 단백질이 최소 요구치)보다 적은 건 문제가 됩니다. 여기에는 딱히 반론의 여지가 없지 않을까 싶네요. 대부분의 상업용 사료들은 이 기준치를 훌쩍(약 1.5-2배) 넘기는 단백질 함량을 가지고 있죠.

질문을 주신 내용은 기준치를 충분히 넘어서 단백질 함량이 높은 사료들이 건강한 고양이에게 해로운가라는 것입니다. 먼저 적시하자면, 간부전과 신부전이 있는 고양이에게 고단백 사료는 해롭습니다(여기엔 별 이론의 여지가 없습니다). 그래서 간부전이나 신부전이 있는 고양이 환자들에겐 저단백 사료를 먹이죠.

하지만 질문의 요지는 건강한 고양이에게 고단백 식이를 먹였을 때, 이게 향후 간부전이나 신부전을 유발할 만한 위험요소가 되는가입니다. 특히 고양이에게 신부전이 흔하게 나타난다는 점에서 신장과 관련된 얘기들은 정말 여러가지 썰들이 있죠. (간에서의 얘기는 상대적인 논의가 거의 없기도 하고, 이 포스팅에서는 신장과 관련된 얘기만 집중해보려 합니다.)

결론만 얘기하면 고단백 식이가 건강한 고양이에서 신장에 안 좋은 영향을 끼치지는 않는다는 것이 중론에 가깝습니다. 사람에서 연구 결과를 외삽한 것도 있고, 고양이에서의 실험도 있습니다. 관련한 내용으로 읽어볼만한 논문은 2017년 L. F. Böswald가 쓴 게 있습니다.

이 논문에서는 2가지를 살펴봅니다. 신부전이 진단 되기 이전에 고양이들이 먹었던 식이가 대조군(=건강한 고양이)의 식이와 비교했을 때 단백질과 인 함량에 있어 어떤 차이가 있었는지를 보죠. 뭐 이런저런 얘기들을 하는데(사실 이 논문의 포인트는 고단백이 아니라 인 함량이 높은 식이가 어떤 영향이 있는가를 보는가에 가깝습니다, 단백질에 대한 얘기만 빼보자면, 단백질 함량이 높은 것 자체는 신부전의 발생과는 큰 상관이 없다는 얘기가 있습니다.

신부전이 진단됐던 고양이들이 이전에 고단백 식이를 했던 것은 맞지만, 사람에서의 연구와 고양이에서의 연구를 봤을 때, 단백질 자체가 많이 들어간 게 직접적인 신부전의 원인이 되지는 않는 것으로 보인다는 거죠.

즉, 고단백 식이가 고양이에게 안좋다는 얘기는 사실이 아닌 것에 가깝습니다. 여기까지는 그다지 어렵지가 않죠. 어느정도 수의영양학자들 사이에서도 컨센서스가 이루어진 얘기니까요. (고단백 식이가 신장에 안 좋은 영향을 끼친다는 로덴트 스터디가 있긴 합니다만, 해가 되지 않는다는 게 컨센서스에 가깝습니다)

하지만 고단백 식이가 나쁘지 않다는 얘기가, 고단백 식이가 좋다는 얘기는 아닙니다. 엄밀하게 말하면 고단백 식이가 나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이지만, 좋은지는 잘 모른다가 정확한 표현이겠네요. 나쁘지 않다는 말과 좋다는 말은 좀 많이 다른 얘기인데, 실제 고양이의 식이는 단백질 함량 외에도 관여하는 영양소가 상당히 많고, 실제 고양이의 건강은 단백질 이외에도 많은 것에 영향을 받습니다. 단백질 함량을 늘리면, 상대적으로 칼로리를 맞추기 위해서 탄수화물이나 지방의 함량이 줄어들게 되는데, 이런 것에 대한 고려 또한 필요한거죠. 그래서 고단백 사료가 좋은가라는 질문에는 단순히 단백질에서 그치지 않는 너무 많은 변인들에 대한 얘기가 포함됩니다.

예를 들어 앞서 언급했던 논문은 단백질이 그 자체로 신부전의 위험요인이 되지 않는 것으로 보이지만, 인 함량이 높은 식이는 위험요인으로 보인다는 얘길 합니다. 실제로 2017년 JFMS에 올라온 다른 논문을 보면, 건강한 고양이에서 인 함량이 높은 식이를 하면 신장에 안 좋은 영향을 끼친다는 얘기가 있죠.

고단백 식이만 놓고 보면, 신장에 악영향을 끼치지는 않는 것으로 보이지만, 고단백 식이들이 대부분 인 함량이 높다는 걸 생각하면 고단백 식이 논란을 단순히 단백질의 함량만으로 고려할 건 아닙니다(단백질과 인은 보통 같은 원료(ingredient)에 들어있는 경우가 많아, 늘 그런 것은 아니지만 고단백 사료의 상당수가 인 함량이 높은 식이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때로는 야생의 고양이(=길냥이)들이 고단백 식이를 한다는 이유(보통 대사 에너지의 50% 이상 혹은 60%까지 단백질로 채운다는 이야기) 때문에 진화적으로, 혹은 자연적으로 그렇게 태어난 게 고양이니 집에서 키우는 고양이도 고단백 식이가 적절하다는 주장도 있죠. (대부분의 상업 사료는 이렇게까지 단백질 함량을 높이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야생 고양이처럼 고단백 식이를 10-15년 정도 지속했을 때, 그게 신장이나 건강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가에 대해서는 연구된 바가 없습니다(대부분의 야생 고양이들은 식이적인 문제가 아니더라도 10-15년을 살지 못하니까요)

고단백 식이는 그 자체로 건강과는 별개로 환경에 안좋은 영향을 끼친다는 것도 고단백 식이를 얘기할 때 단골처럼 나오는 얘기죠. 단백질 함량을 높이려면 결국 고기를 만들어내야하는데, 그게 환경에 좋은 영향을 끼치지는 않을테고, 고단백 식이가 환경적인 차원에서 지속 가능성이 얼마나 있느냐에 대한 얘기도 있습니다.

(현재까지의 몇 안되는 에비던스를 토대로 보면) 건강한 고양이에서 고단백 식이가 나쁘지 않은 건 맞습니다(혹은 나쁘지 않을 가능성이 좀 더 높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좋은지도 모릅니다. 좋다고 믿고 싶다면, (적어도 추가 연구가 없는 현재 시점 기준으로) 거기서부터는 과학의 영역이 아닌 종교의 영역일테니 굳이 여러 사람이 모인 곳에서 얘기하고 싶지는 않은 주제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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