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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허피스 바이러스, L-lysine의 효과는?

이번 포스팅에서는 고양이 허피스 바이러스 감염증에서 많은 보호자분들이 먹이는, 그리고 수의사들도 종종 추천하는 L-lysine 보조제에 대한 얘기를 해볼까 합니다. 고양이에서 결막염이나 상부호흡기 증상을 유발하고, 완전히 감염체가 사라지는 일도 없고, 때로는 보호자분과 수의사를 모두 좌절스럽게 하는 허피스 바이러스는 치료를 위해 다양한 방법을 사용하게 됩니다. 단순히 항생제로 2차적인 세균 감염을 예방하는 정도에서 그치는 경우도 있고, 항바이러스제를 이용해서 좀 더 공격적인 치료를 하게 될 때도 있습니다. 보조제 쪽으로 살펴보자면, 종종 먹이게 되는 것이 L-lysine입니다.

이미 어느 정도 알려진 내용이지만, L-lysine이 실제로 허피스에 도움이 되느냐는 수의사들 사이에서도 논란이 있습니다. 그렇다보니 추천한다고 해서 잘못됐다고 하기 어렵고, 추천하지 않는다고 해서 무책임한 수의사라고 하기도 어렵습니다. 제품명을 특정지어 얘기하기는 어렵지만, 조금만 찾아보면 고양이 허피스 보조제로 고양이들의 면역력을 증진시킨다며 판매하는 제품들이 있습니다.

L-lysine이 허피스 감염을 억제하는데 도움이 된다는 얘기는 L-lsyine이라는 아미노산이 아르기닌이라는 아미노산이랑 경쟁적으로 작용해서 허피스 바이러스 복제에 필요한 아르기닌의 농도를 낮춘다는 개념에서 나왔습니다. 실제로 1960년대에 나온 논문에서는 실험실에서 실험을 했을 때, lysine의 농도가 높으면 HSV-1(허피스 바이러스)의 복제가 억제된다는 결과를 보여줬습니다. 이 때의 결과는 아르기닌 농도가 낮을 때를 전제로 했는데, 이 논문을 토대로 사람에서는 L-lysine을 많이 먹으면서, 아르기닌의 섭취량을 줄이면 HSV-1의 임상 증상을 완화시킬 수 있다는 얘기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고양이에서는 아르기닌이 필수 아미노산이라 제한하기가 어려웠고, 그래서 고양이에서 L-lysine은 아르기닌의 제한을 전제하지 않고 연구가 이루어집니다.

2002년 JAVMA에서 나온 논문은 L-lysine을 먹인 고양이들의 바이러스 배출(viral shedding)이 안 먹인 고양이에 비해서 더 적었다는 것을 보여줬지만, 임상 증상은 두 그룹 사이에 차이가 없었다고 했고, 2007년 JFMS에서 나온 논문에서는 L-lysine을 먹인 고양이들이 오히려 허피스 임상증상이 더 심하게 나타난다고 했습니다. 2008년 JFMS에서 나온 논문은 L-lysine을 먹여도 고양이들의 허피스 바이러스 감염률을 낮춰주지 않았다고 얘기했고, 2009년 JAVMA에서 나온 논문은 L-lysine을 먹은 고양이들이 오히려 더 심한 임상증상을 보였다고 얘기했습니다.

나름 최근의 논문이라고 할 수 있는 2015년 BMC Vet Research의 논문은 조금 재밌습니다. 이 논문은 직접 실험을 한 논문이 아니라 다양한 다른 논문들을 리뷰해서 내용을 종합한 논문인데, 결론에서 이렇게 얘기합니다.

우리는 라이신(lysine) 보충을 즉각 중단한 것을 추천한다. 라이신의 실제 효능에 대한 과학적인 증거가 전혀 없기 때문이다.

We recommend an immediate stop of lysine supplementation because of the complete lack of any scientific evidence for its efficacy.

Lysine supplementation is not effective for the prevention or treatment of feline herpesvirus 1 infection in cats: a systematic review

보통 대부분의 논문들이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하다” 정도로 애매하게 결론을 내리는 것과 달리, 이 논문은 매우 단호하게 L-lysine의 보충을 당장 중단해야한다고 얘기합니다.

병원에서 진료를 볼 때면 어떤 보충제나 영양제에 대해서 보호자분이 물어보실 때, 관련 근거에 대해 자세하게 말씀드리지만, 이득이 된다는 근거가 없다 하더라도 먹여서 해가 되는 게 아니라면 먹이시는 걸 크게 반대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L-lysine의 경우 갑작스러운 임상 증상의 악화를 유발할 수 있다는 논문 근거가 있는 편이라 과거와 달리 최근에는 L-lysine의 급여를 추천하지 않습니다.

L-lysine이 효과가 있다고 얘기하는 몇몇 논문들의 경우, L-lysine을 한 번에 입 안에 넣어줘야 하고, 음식에 뿌려주지 말라고 하는데, 스트레스가 임상증상 발병의 주된 요인인 허피스 바이러스 감염증에서 고양이한테 먹기 싫어하는 것을 입 안에 강제로 넣는 행위는 또다른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행위일 수 있습니다.

최근들어 효과가 있다는 논문보다는 효과가 없다는 논문들이 조금 더 많이 나오는 듯 싶지만, 허피스 바이러스 감염증에서 L-lysine을 주는 것은 여전히 수의사들 사이에서 논쟁적인 주제입니다. 병원을 찾는 보호자분들에게 “L-lysine은 오히려 나쁠 수 있으니 먹이지 마세요”라고 얘기하면, 놀라시는 경우들이 있지만, 굳이 큰 도움이 되지 않는 걸 리스크가 있을 수 있다는 걸 알면서도 (영양제 구입에 돈을 써가며) 먹일 필요가 있는가는 의문입니다. 더군다나 안그래도 눈물 콧물 흘려서 안쓰러운 고양이랑 입을 벌려가는 씨름까지 해가면서까지 먹인다고 생각한다면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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