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고양이의 10% 정도가 B2 단계의 HCM이 있다고 하는데, 이 중에 다시 10%가 혈전이 생긴다고 합니다. 바꿔 말하면, 동물병원에 온 고양이 100마리 중에 B2 단계의 HCM이 있는 고양이가 대략 10마리인데, 이 중에 1마리가 혈전이 생긴다는 얘기죠. HCM이 있는 10마리의 고양이 중에 어떤 고양이가 혈전이 생기는 1마리가 될지, 수의사들은 알지 못합니다. 그래서 보통 혈전을 막기 위해 수의사는 혈전이 생길 1마리가 아니라, HCM이 있는 B2 단계의 고양이 10마리 모두에게 클로피도그렐을 처방하죠. (9마리는 사실 약을 안 먹어도 되지만, 누가 9마리에 속하고, 누가 1마리에 속할지 모르니까요)
혈전이 생길 가능성이 10%이고, 상대적인 리스크 감소 효과가 35%라면, 실제적인 리스크 감소 효과는 3.5%입니다. FATCAT 스터디에서 나온 1년 이내의 혈전 재발 가능성을 낮춰주는 상대 리스크 감소 효과는 44%였는데, 이 수치를 이용하면 4.4%죠. 그러면 저 표와 같은 계산이 나옵니다. 1년 이내의 리스크를 줄인다는 개념으로 접근하면 1년 이내에 혈전이 생길 고양이에게 혈전이 생기지 않게 예방하기 위해서 총 23마리의 고양이에게 클로피도그렐을 투약해야 1마리가 혈전을 피할 수 있게 되고, 1년이라는 기간을 생각하지 않으면 총 29마리에게 클로피도그렐을 투약해야 1마리가 이득을 보게 되죠.
바꿔 말하면 이렇습니다. 1마리의 고양이에게서 혈전이 생기지 않게 하기 위해 23~29마리에게 클로피도그렐을 투약해야한다는 거죠. HCM 고양이 10마리 중에 1마리의 혈전을 예방하기 위해 나머지 (혈전이 안 생기는) 9마리에게 클로피도그렐을 투약해야한다는 것도 어쩐지 뭔가 찝찝한데, 실질적으로 약이 혈전 예방을 어느정도까지 해주냐…를 고려하면 실제는 9마리가 아니라 더 많은 수에게 불필요한 약을 투약할 가능성이 생긴다는 얘기와 같습니다.
확률의 얘기이기 때문에 어디에 베팅할 것이냐는 논의의 여지가 있습니다. 베팅 실패의 결과가 혈전으로 인한 고양이의 사망이라면 (혈전이 안 생길 가능성이 의외로 조금 높은 확률이더라도) 약을 안 먹이는 쪽에 베팅하고 싶지는 않아지죠. 수의사 입장에서는 1마리를 위해 불필요한 23-29마리에게 투약이라는 개념이지만, 보호자 입장에서는 그 1마리가 내 고양이가 될 수도 있는 일이니까요. 하지만 이걸 베팅의 개념이 아니라 투약의 코스트/베네핏 개념으로 접근한다면, 클로피도그렐이 B2 단계의 고양이에게 반드시 의무적인 투약 사항이 되어서는 안된다는 건 알 수 있습니다. ACVIM이 그랬던 것처럼 권고는 가능하겠지만, 보호자가 (약 먹이는게 너무 힘들어서) 먹이지 않겠다고 했을 때, 꼭 먹이라고 강요할 약까지는 아니라는 얘기죠. 리시니우가 얘기하는 것도 딱 그 정도의 이야기이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