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의 심근병증은 여러가지가 있지만, 조금 이해를 쉽게 하기 위해 가장 흔한 HCM을 예로 설명해보죠. HCM은 심근이 두꺼워지는 병을 얘기합니다. 보통 좌심실을 둘러싸는 심근이 두꺼워지는 걸 얘기하죠. 정확한 기준이 정해져 있는 건 아니지만, 보통 심장 초음파 검사에서 이완기 말 심근의 두께가 5mm 미만으로 나오는 걸 정상이라고 얘기합니다. 6mm 이상이면 심근이 비대해졌다고 얘기하고, 그 사이값인 5-6mm는 애매한 그레이존에 있다고 봅니다. 그래서 고양이 심장초음파를 볼 때는 다양한 위치에서 심근의 두께를 측정합니다. 심근이 두꺼워진 부분이 있다면, HCM일 가능성이 높으니까요.
근데 문제는 심근 두께만 가지고 HCM을 진단하지 않는다는 데에 있습니다. 심근병증 때문에 이미 심장이 커진(=좌심방이 커진) B2나 C 단계에서는 진단이 직관적입니다. 정상 심장에서 좌심방이 커질 일은 없고, 심장초음파로 좌심방이 커진 걸 평가하는 건 그리 어렵지가 않습니다. 경험이 많이 쌓이면 길이 측정을 하지 않고, 눈대중으로 초음파 화면만 보고도 커졌다 아니다를 알 수 있을 정도죠. 좌심방이 커진 걸(=정상 심장이 아닌 걸) 알고 있는 상황에서 심근 두께를 측정했는데 6mm 이상의 수치가 나온다면, HCM이라고 확신을 가지고 말하는 게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문제가 되는 건 앞서 얘기했던 것처럼 좌심방이 커지지 않은 B1 단계입니다. 이 단계에서는 정상 심장과 좌심방의 사이즈가 동일하기 때문에 심근 두께와 HCM에서 나타나는 심장의 미묘한 변화들을 토대로 진단을 내려야 합니다. 미묘한 변화라는 것이 보통은 심장의 이완능이 떨어지는 걸 얘기하는데, 이완능은 조금 복잡한 개념이 있으니, 일단 조금 쉽게 얘기할 수 있는 심근 두께부터 얘기해보죠.
잘 모르는 사람이라면 고양이 심장에서 심근이 두꺼워진 부분을 측정하는 게 뭐 그리 어려운 일인가 싶은데, 이게 생각보다 상당히 어려운 일입니다. 초음파는 심장이라는 3D 구조물을 2D 화면에 띄워주는 검사 장비라서 어떤 단면을 보느냐에 따라서 실제로는 두꺼운데, 얇게 측정이 될 때가 있고, 실제로는 얇은데 두껍게 측정될 가능성이 있죠. 거기다가 갈비뼈 사이의 작은 공간(acoustic window라고 합니다)을 통해서만 심장을 초음파로 볼 수 있기 때문에, 볼 수 있는 뷰가 한정적입니다. 그러다보니, 잘 보이지 않는 부분(예컨대 심장의 끝인 apex)이 있고, 그 부분이 두꺼워져 있다면 진단을 놓칠 가능성이 있습니다(전체적으로 두꺼워지는게 아니라 국소적으로 두꺼워지는 HCM도 있으니까요). 이건 심장 초음파라는 검사 수단의 한계랄까요.
심장 초음파라는 검사의 한계를 넘어 심장초음파를 보는 사람의 한계도 있습니다. 2003년에 나온 논문을 하나 보죠. 심근의 두께를 측정할 때 어떻게 뷰를 잡고 측정하느냐는 사람의 손을 타는 일인데, 이게 아주 미세한 각도 차이에도 다르게 측정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10-20cm짜리를 측정하는 게 아니라 5mm 근방의 아주 작은 무언가를 측정하는 일이기 때문에 더 그렇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