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고양이 HCM(비대성 심근병증)에
블로그

고양이 HCM(비대성 심근병증)에 피모벤단이 효과가 있을까요?

간혹 저희 병원 블로그에 보호자분들이 어떤 키워드로 검색을 해서 들어오시는지 블로그 통계를 확인해보곤 합니다. 적당한 블로그 소재를 찾기 위해서인데, 그러다보면 심심치 않게 “고양이 HCM 피모벤단” 같은 검색어를 보게 됩니다. 고양이 DCM(확장성 심근병증) 환자에서 피모벤단을 쓴다는 포스팅 때문에 찾아오시는 것 같았습니다. 아마 HCM 환묘를 키우시는 분들께서 피모벤단이 효과가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서 검색을 하시는게 아닐까 싶습니다. 피모벤단은 개에서 강심제로 사용하는 심장약으로 엄밀하게 약품 라벨에서는 고양이에서의 사용을 허가하지 않고 있습니다. 하지만 개에서 효과가 좋은 약이다보니, 고양이에서도 피모벤단을 사용하는 연구들이 있었고, 그래서 수의사 선생님들 중에서는 고양이 HCM에서 피모벤단을 사용하시는 경우들이 있습니다.

실제로 피모벤단이 정말 고양이 HCM에서 도움이 되느냐 되지 않느냐는 아주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입니다. 이걸 알기 위해서 많은 수의사들이 다양한 임상 실험을 하고, 여러가지 연구 논문을 씁니다. 그런 논문을 바탕으로 각자가 판단을 내려, 피모벤단을 고양이에서 적극적으로 쓰는 선생님들도 있고, 병이 많이 진행된 상황에서 쓰는 선생님들도 있고, 아예 쓰지 않는 선생님들도 있습니다.

이 포스팅에서는 고양이 HCM에서 피모벤단의 사용 효과에 관한 최근의 논문을 한 편 살펴보고, 그 외에 비슷한 내용들을 담은 논문을 소개해볼까 합니다. 먼저 고양이에서 피모벤단 사용이 안전한가에 대한 논문입니다.

2011년 Journal of Veterinary Cardiology에서는 피모벤단을 복용한 고양이 170마리를 살펴본 논문이 올라왔었습니다. HCM에만 한정된 것은 아니고, 심근병증이 있는 고양이라면 HCM이든, 아니든 모두 연구에 포함이 됐고, 이 논문은 피모벤단을 복용하는 것이 고양이에게 별다른 해가 되지 않는다는 것으로 결론을 내렸습니다. 피모벤단을 투약해서 심근병증을 앓는 환자가 더 나아졌는지의 여부가 아니라, 별 부작용 없이 약을 먹을 수 있는지를 본 것이죠. 2012년에도 비슷한 논문이 있었습니다. JAVMA에 올라온 논문으로 심부전 고양이에서 피모벤단을 복용시켰고, 역시나 결론은 대부분의 경우 별 부작용 없이 약을 먹일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다만 이 논문에서는 SAM(Systolic Anterior Motion)이 있는 고양이에서는 저혈압을 유발할 수 있다는 부작용이 보고됩니다.)

그럼 큰 부작용이 없다는 걸 알았으니, 실제로 피모벤단이 효과가 있는지에 대해서 살펴봐야합니다. 하지만 의외로 고양이에서 피모벤단의 효과에 관한 논문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2014년 JAVMA에 퍼블리쉬된 논문은 고양이에서 피모벤단의 사용이 효과적이라고 얘기합니다. HCM이 있고, 울혈성 심부전(CHF, Congestive Heart Failure)이 있는 고양이에서 피모벤단을 사용했더니, 피모벤단을 먹은 그룹은 626일, 그렇지 않은 그룹은 103일을 살아서 피모벤단을 복용한 그룹이 더 오래 살았다는 결과를 이 논문은 보여줍니다.

하지만 논문이 후향적(Restrospective) 연구라는 단점이 있고, 논문을 잘 뜯어보면, 그 외의 다른 문제들도 확인이 됩니다. 대조군으로 사용된 피모벤단을 먹지 않은 환자군이 폐수종 환자에서의 예후를 악화시킬 수 있는 아테놀롤을 먹었다는 점, 피모벤단을 먹은 환자군들은 클로피도그렐(대동맥 혈전색전증(FATE)를 예방해주는 약)을 함께 먹었다는 점 등이 있습니다. 대조군은 예후를 안 좋게 할 수 있는 약을 먹은 반면, 실험군은 예후를 좋게 만드는 약을 추가로 먹은 거죠. 그래서 이 논문은 매우 긍정적인 결과를 보여줬음에도 그다지 신뢰도 있는 근거로 삼기가 어렵습니다.

가장 최근에는 아니나 다를까, 이 논문을 완전히 반박하는 새로운 내용의 논문이 나왔습니다. JVIM에 나온 따끈따끈한 논문으로 이미 2019년 ACVIM 컨퍼런스(유료링크)에서 공개된 내용이지만, 정식으로 논문이 퍼블리싱됐습니다. Prospective, double-blind, randomized 연구로 신뢰도에 있어서 retrospective 논문보다 더 높게 보는 논문입니다. 이 논문은 83마리의 최근에 폐수종이 있었던 HCM 고양이를 토대로 피모벤단을 먹여보고, 다양한 지표를 봐서 피모벤단이 실제 임상적으로 효과가 있는지를 살펴봅니다.

결론만 그대로 옮기면 다음과 같습니다.

최근 울혈성 심부전을 겪은 HCM 고양이를 살펴본 이 연구에서 180일 동안의 예후에 피모벤단의 이득은 확인되지 않았다.

In this study of cats with HCM and recent CHF, no benefit of pimobendan on 180-day outcome was identified.

Effects of pimobendan in cats with hypertrophic cardiomyopathy and recent congestive heart failure: Results of a prospective, double-blind, randomized, nonpivotal, exploratory field study

이 연구진이 살펴본 것은 피모벤단을 투약했을 때, 이뇨제의 증량 시점을 늦추는 효과가 있는지였습니다. 연구진은 180일 동안의 실험을 진행했고, 피모벤단을 투약한 실험군이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임상적인 이득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이런 논문들을 토대로 결론을 내리자면, HCM 고양이가 피모벤단을 먹는 것이 큰 부작용을 동반하는 일은 아닐 가능성이 높으나, 실제 효과가 있다고 보기는 미심쩍다에 가깝다고 볼 수 있습니다. 수의학에서 심장병은 임상적인 근거가 아니라 이론적인 근거를 토대로 약을 쓰는 경우들도 있기 때문에 피모벤단 사용 자체가 잘못된 일이라고 보긴 어렵습니다만, 적어도 현재 확인된 논문 근거는 임상적으로는 아주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론적으로도 개와 고양이에서는 피모벤단의 작용이 다르게 나타난다는 것이 일반적인 의견입니다.)

피모벤단은 상당히 비싼 약이고, 약의 크기가 크기 때문에 약을 먹이기 힘든 고양이에게 처방하기는 다소 부담스러운 약이기도 합니다. 어떤 이론적인 근거가 있다 하더라도 처방이 쉽지만은 않다는 얘기죠.

HCM 고양이에서 피모벤단 처방에 대한 판단은 최종적으로 주치의 선생님이 하시는 것이지만, 고양이에서 피모벤단을 처방하느냐 처방하지 않느냐는 이런 것들을 근거로 합니다. 속시원한 답도 아니고, 개별의 논문들은 매우 전문적인 내용들을 담고 있기는 하지만, 적어도 왜 수의사들조차 피모벤단 처방에 대해서 왈가왈부하는지는 간략한 답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비슷한 고민이 있으신가요?

아이의 상태가 궁금하시면 편하게 연락 주세요. 전화 또는 카카오톡으로 예약·상담을 도와드립니다.

More · 다른 칼럼

이어서 읽어보세요

금보다 비싼 지푸라기, 삼스카(톨밥탄)

같은 무게의 금보다 비싼 약은 꽤 많습니다. 당장 피모벤단만 해도 5mg짜리 한 정의 가격이 금 5mg보다 비싸죠. 이번 포스팅에서는 그런 비싼 약 중에서도 특히 비싸기로 유명한 삼스카(성분명 톨밥탄)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삼스카(성분명 톨밥탄)는 병원마다 청구가가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30mg짜리 한 정에 적게는 2만원에서 많게는 5만원 정도까지 하는 비싼 약입니다. 포스팅을 쓰는 현재의 금값을 기준으로 순금 30mg의 […]

칼럼 읽기

강아지 고양이의 정맥 라인 잡기, 스탠다드를 따라서.

그깟 라인 하나 잡는 게 뭐 대단한 일이라고 이렇게 여러번 글을 쓰게 될까 싶었습니다. 라인 잡을 때 쓰는 테이프를 가지고 포스팅을 했던 적도 있고, 어떤 색의 카테터로 라인을 잡아야 하나를 가지고 포스팅을 했던 적도 있죠. 어쩌면 인턴 때보다 원장이 된 지금이 라인에 대한 고민을 더 많이 하는 게 아닌가 싶네요. 이번 포스팅에서는 조금 더 스탠다드한 […]

칼럼 읽기

개똥을 약으로 쓰는 경우, 대변 이식(FMT)은 얼마나 효과가 있나요?

“개똥도 약에 쓰려면 없다”는 속담은 어쩌면 현대에 와서 의미가 조금 달라져야하지 않나 싶습니다. 개똥을 실제 약으로 쓰는 경우가 빈번하게 생기고 있기 때문이죠. 흔히 변이식(FMT, Fecal Microbiota Transplantation이라고 합니다)이라고 하는 방법이 강아지와 고양이에서 치료 방법으로 쓰이고 있습니다. 건강한 강아지나 고양이의 변을 아픈 환자에게 먹이거나, 항문으로 관장액 밀어넣듯이 대장에 직접 넣어주는 식으로 변이식을 적용합니다. (놀랍게도) 사람에서 먼저 […]

칼럼 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