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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HCM(비대성 심근병증), 아테놀롤은 언제 먹나요?

고양이 HCM(Hypertrophic Cardiomyopathy, 비대성 심근병증)에서 피모벤단의 사용에 관한 글을 썼던 적이 있는데, 그 글에 HCM 고양이에서 아테놀롤을 사용하는 것에 관한 물어보시는 보호자분이 있으셨습니다. 간략하게 답글을 달긴 했지만, 좀 더 자세한 내용을 써보는 것도 괜찮을듯 싶어서, 이번 글에서는 고양이 HCM에서 아테놀롤을 언제 사용하는지, 최근의 수의학 트렌드는 어떤지에 관해 알아볼까 합니다.

먼저 아테놀롤의 사용에 대해 얘기하기 전에 SAM이 뭔지, LVOTO가 뭔지 알 필요가 있습니다. SAM은 Systolic Anterior Motion의 약자입니다. HCM이 있는 고양이는 심실벽이 심장의 안쪽으로 두꺼워지면(concentric hypertrophy), 심장 안에서 이첨판을 잡아주고 있는 건삭이 붙어있는 유두근(papillary muscle)이 심실중격쪽으로 붙게 됩니다. 이런 구조적인 변화 때문에 이첨판의 anterior leaf이 심장의 수축기에 열려있게 되는 현상을 SAM이라고 합니다. 수축기에 닫혀있어야 할 이첨판이 열려있게 되니까, SAM이 있는 고양이들은 청진기로 심잡음(cardiac murmur)이 들리게 됩니다.

그리고 이렇게 SAM이 있는 고양이들은 수축기에 열려있는 이첨판의 anterior leaf이 좌심실에서 대동맥으로 혈액이 빠져나가는 것을 방해하게 되는데, 이런 걸 LVOTO(Left Ventricular Outflow Tract Obstruction)이라고 합니다. 이렇게 LVOTO가 있는 HCM 고양이들을 HOCM(Hypertrophic Obsturctive Cardiomyopathy)라고 따로 지칭하기도 합니다.

꽤나 어렵고 복잡한 얘기인데, 이게 왜 중요한 걸까요? 처음 고양이의 HCM을 관리할 때 사람에서의 내용을 외삽한 게 많기 때문입니다. 사람의 경우는 SAM이나 LVOTO가 있는 것이 HCM의 예후에 큰 영향을 끼칩니다. 2003년 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에 올라온 사람에서의 논문을 보면 LVOTO가 있는 경우, 심장으로 인한 사망(cardiac death)이나 증상의 심각도에 악영향을 끼친다는 얘기가 있습니다. 이런 데이터가 있는 사람에서는 SAM과 LVOTO가 있으면 가장 처음 사용하게 되는 약이 베타 블로커고, 베타 블로커에 속하는 가장 대표적인 약이 아테놀롤입니다. 고양이 HCM 환자에서 아테놀롤을 쓰는 것에는 이러한 사람에서의 연구가 근거가 됩니다.

그렇다면 고양이도 정말 사람이랑 같을까요? 먼저 SAM이 고양이에서 나쁜 예후인자인가를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2013년 JVIM에 올라온 논문 중에 고양이 HCM 환자에서 예후인자로 볼 수 있는 것들이 무엇이 있는가를 살펴본 논문이 있습니다. 다양한 (매우 전문적인) 얘기들이 있지만, 이전의 연구에서도 그랬고, 이 연구에서도 사람에서와 달리 고양이에서는 SAM이 나쁜 예후 인자로 작용하지 않는다는 얘기가 나옵니다.

나쁜 예후 인자는 아닐 수 있지만, 그래도 아테놀롤을 써서 SAM을 개선시켜주면 고양이가 더 오래 살지 않을까요? 혹은 폐수종이 생기는 시기를 늦춰주지는 않을까요? 이에 대한 논문도 있습니다. 2013년 Journal of Veterinary Cardiology(수의심장학 저널)에 올라온 논문은 무증상 HCM 환자에서 아테놀롤을 줬을 때 5년간의 예후가 어떻게 달라졌는지를 살펴봤습니다.

이 논문의 결론은 다음과 같습니다.

우리의 연구는 무증상 HCM 고양이에서 아테놀롤이 5년간의 생존률에 도움을 준다는 사실을 입증하는데 실패했다.

Our study failed to demonstrate an effect of atenolol on 5-year survival in cats with preclinical HCM.

Effect of treatment with atenolol on 5-year survival in cats with preclinical (asymptomatic) hypertrophic cardiomyopathy

또다른 논문으로 2011년 JVIM(Journal of Veterinary Internal Medicine)에 올라온 논문은 무증상의 HCM 환자에서 아테놀롤을 줬을 때, proBNP나 트로포닌 같은 심장의 혈액 검사 수치들이 개선되는지를 확인했습니다.

이 논문에서도 아테놀롤이 심장 관련 혈액 검사들의 수치를 개선시키는데 별 도움이 되지 않았다는 결론을 내립니다. 그러면 아테놀롤을 아예 안 쓰는 게 좋은 걸까요? 꼭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환자에 따라서 아테놀롤을 쓰게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관련 내용은 2020년에 나온 ACVIM 컨센서스 가이드라인에 있습니다.

무증상 HCM 환자에서 아테놀롤이 큰 도움이 되지 않는 것으로 밝혀지기는 했지만, 아테놀롤을 쓰면 DLVOTO(Dynamic LVOTO)를 완화시켜주고, 심박수를 줄여줍니다. 따라서 아주 심한 DLVOTO(보통 대동맥에서의 혈류 속도가 4.5m/s 이상인 경우)가 있는 경우에는 아테놀롤을 쓰기도 합니다. Dynamic이라는 말에서도 알 수 있듯이, LVOTO는 심박수에 따라서 혹은 환자의 흥분 상태에 따라서 나타났다가, 환자가 진정되면 사라지는 경우들이 있습니다. 병원에서는 대부분 흥분 상태이지만, 집에서는 고양이들이 대부분의 시간을 (평온하게) 잠으로 보낸다는 걸 고려하면 병원에서 SAM이 확인됐다는 것만으로 아테놀롤을 처방해야하는가는 수의사들 사이에서도 논란거리입니다.

폐수종을 한 번 겪었던 ACVIM Stage C 환자에서는 아테놀롤의 사용이 조금 더 조심스럽습니다. 아테놀롤은 심장의 수축력을 감소시키는 약물이라, 일반적으로 폐수종 상황에서는 사용하지 않는 것을 추천합니다. 폐수종을 악화시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미 한 번 폐수종을 겪고, 집에서 이뇨제를 먹으면서 관리를 하는 중이라면 아테놀롤로 큰 문제가 생기지 않을 가능성이 높지만, 이 환자들이 언제든지 다시 폐수종이 재발할 수 있는 환자들이라는 걸 감안하면 이런 환자들이 루틴하게 아테놀롤을 먹는 것이 안전한가에 대한 의문이 생길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이 경우에도 심박수가 너무 빠르거나, DLVOTO가 심하면 아테놀롤을 처방할 때가 있습니다.)

과거 딜티아젬이라는 약이 고양이 HCM에서 루틴하게 사용되다가 효과가 없다는 이유로 요즘엔 거의 쓰지 않는데, 최근엔 아테놀롤이 그런 약이 되고 있다는 느낌이 듭니다. 여전히 쓰임이 있는 약이기는 하지만, 예전에 비해서는 처방이 현저하게 줄었습니다. 현재 고양이 HCM에서 병의 진행을 늦춰주는 것으로 증명된 약은 엄밀하게 말하면 없습니다. 아테놀롤도 예외는 아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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