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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환경 풍부화, 어떤 것을 살펴야 할까요?

고양이 특발성 방광염은 꽤 흔한 병이고, 보통 병원에 가면 원인이 스트레스 때문일 수 있으니, 스트레스를 없애기 위해서 환경풍부화(MEMO, Multimodal Environmental Modification)를 해줘야 한다는 얘길 듣게됩니다. 집사가 출근해서 사료값 벌어오는 동안, 집에서 등 따숩고 배부른 생활을 하는 고양이가 스트레스를 받아서 혈뇨를 보고, 배뇨 곤란이 나타난다는 게 이해가 잘 안되는 경우들이 있지만, 어쨌든 다양한 근거들이 고양이 방광염의 원인이 스트레스 때문일 수 있다고 얘기합니다.

방광염 자체에 관해서 자세히 알아보는 것은 다른 기회에 알아보도록 하고, 이번 포스팅에서는 도대체 고양이들의 스트레스를 줄이기 위한 환경 풍부화를 어떻게 해야하는가에 대해 살펴볼까 합니다.

Multimodal Environmental Modification, 약자로 MEMO는 다각도의 방법을 이용해서 환경을 풍부하게 바꿔준다는 개념입니다. 특발성 방광염 환자에서 환경 풍부화를 했을 때 증상을 조금 더 잘 컨트롤할 수 있다는 것은 논문으로 제안된 내용입니다. Prospective controlled study(전향적 비교 연구)가 없다는 이유 때문에 때론 중요성이 과소평가되기도 하지만, 고양이 특발성 방광염(혹은 판도라 증후군이라고도 합니다)에서 환경 풍부화는 (딱히 해가 될 이유도 없기 때문에) 오늘동물병원을 비롯한 많은 동물병원에서 보호자분들께 권하는 보조적인 치료 방법 중 하나입니다.

그렇다면, 이미 등 따숩고 배부른 고양이들에게 무엇을 더 어떻게 해줘야 한다는 얘기일까요? 고양이들이 기분이 상하지 않게 비위를 더 잘 맞춰줘야 한다는 얘기인데, 이에 대해 아주 잘 정리된 내용이 있습니다. 오하이오 주립대 수의학과에서 소개하는 내용으로 알기 쉽게 정리되어 있어서 간단하게 한글로 소개해볼까 합니다.

고양이가 경험하는 “환경”은 크게 5가지 부분으로 나뉘어집니다. 5가지는 공간(Physical resource), 영양(Nutrition), 배변/배뇨(Elimination), 사회(Social), 행동(Behavior)입니다.

공간(Physical Resource System)

공간은 확실성, 지속성, 예측성을 담보하는 고양이가 생활하는 장소를 말합니다. 공포를 느끼지 않고, 스트레스를 받지 않은 상태로 늘상 하던 일은 예측 가능하게 할 수 있게 해주는 공간이 고양이에게는 필요합니다. 실내 생활을 하는 고양이들은 소음이나 강아지, 다른 고양이로부터 떨어져 있을 수 있는 독립된 쉴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합니다. 집에 어린 아이들이 있다면, 아이들로부터 벗어나서 혼자만의 시간을 편안하게 보낼 수 있어야 합니다. 수직 공간이 있어서 높은 곳에 올라가서 다른 영향을 받지 않고, 집안을 관조할 수 있어야 합니다.

집에 고양이가 여러마리 있다면, 각각의 고양이들은 최소 1-3미터 정도의 사회적 거리두기가 되어야 합니다. 이 거리는 수평적으로도, 수직적으로도 비슷하게 떨어져 있어야 합니다. 어떤 고양이들은 가까이 붙어서 서로 그루밍을 해주거나 함께 쉬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고양이들은 장소는 똑같은 장소를 사용하되, 사용 시간을 나눠쓰는 식으로 자기만의 시간을 갖습니다.

영양(Nutritional System, Food and Water)

영양학적으로 균형잡힌 사료를 하나만 먹고 산다 하더라도 건강에는 큰 문제가 없을지 모르지만, 고양이들도 싫증을 느낍니다. 좋아하는 음식과 싫어하는 음식이 있으며, 과거에 오래도록 자주 먹었던 사료보다는 새로운 사료에 더 관심을 보이고는 합니다. (이런걸 monotony effect라고 합니다)

다묘 가정이라면 밥을 같이 먹기보다는 고양이마다 밥그릇이 따로 있고, 서로의 눈에 띄지 않는 곳에서 밥을 먹는 것을 조금 더 선호합니다. 소리가 나는 냉장고나, 식기세척기, 드라이기 같은 가전과는 거리가 떨어져 있는 곳에 밥그릇이 있는 것이 아이들이 조금 더 편하게 밥을 먹을 수 있습니다.단순히 사료를 주기보다는 고양이의 사냥 본능을 일깨워서 밥먹는 일 자체를 즐겁게 느낄 수 있도록 퍼즐 장난감에 간식을 넣어준다든가, 호기심을 가지고 머리를 써가면 간식을 먹을 수 있게 해주는 것이 환경 풍부화에는 더 많은 도움이 됩니다.

건사료보다는 습식 캔을 주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수분 섭취량을 늘려주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물을 줄 때도 아이의 기호에 따라서 흐르는 물을 선호하면, 분수대 같은 물그릇을 마련해주고, 관절염 등으로 물 마시러 가거나 밥 먹으러 가는 걸 힘들어하는 하는 고양이들을 위해서는 방마다 물그릇을 놔서 좀 더 쉽게 물을 마실 수 있게 해주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배뇨/배변 (Elimination System, Litterboxes)

화장실의 개수가 집에 있는 고양이의 마리수보다 하나 더 많아야 한다는 건 이제 보호자분들 사이에서도 상식 같은 이야기입니다. 고양이의 화장실은 충분히 커서 고양이가 쉽게 들어갈 수 있어야 하고, 지저분하지 않게 관리되어야 합니다. 뚜껑이 없는 화장실의 경우에는 독립된 공간이라는 느낌 때문에 선호하는 고양이들도 있지만, 화장실 냄새가 갇혀 있어서 지저분하게 느껴지고, 다른 고양이에게 공격을 받을 경우, 도망갈 수 없다는 점 때문에 싫어하는 고양이도 있습니다. 화장실에 반드시 밥 먹는 공간과는 떨어져 있어야 합니다.

화장실은 매일 하루 한 번은 치워야 하며, 최소 일주일에 한 번은 화장실 안의 모래를 완전히 교체해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화장실 박스는 향기가 없는 부드러운 세척제로 한 달에 한 번 빈도로 닦아줘야 합니다. (너무 자주 닦는 경우에는 오히려 배뇨/배변 문제를 유발할 수 있습니다)

사회적 관계 (Social System)

고양이는 집 안의 모든 생물과 사회적 관계를 맺습니다. 사람 뿐만 아니라 집 안에 있는 다른 강아지나, 다른 고양이와도 사회 관계를 맺습니다. 사람이 그렇듯 사회적 관계를 고양이에게 강요하기보다는 고양이가 스스로 다가올 타이밍과 기간을 선택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고양이는 서열을 이루지 않는 경향이 있고, 원하지 않는 만남은 그냥 피해버리거나 움직임을 줄이는 쪽으로 대응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다른 생물과 가까이하지 않길 원하는 고양이들에게는 밥그릇과 물그릇, 화장실, 쉴 공간들을 따로 마련해주어야 합니다.

고양이들 사이의 갈등은 잘 드러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서로 하악대거나, 털을 세우거나 하는 경우에는 둘 사이에 갈등이 있다는 걸 쉽게 알 수 있지만, 갈등이 잘 드러나지 않는 경우는 쉽게 알기가 어렵습니다. 갈등이 잘 드러나지 않는 경우에는 고양이가 거리를 두고 멀리 떨어져 있다가, 갈등 관계의 고양이가 사라졌을 때 보호자 주변으로 다가온다든가 하는 식으로 은밀하게 갈등을 나타냅니다.

행동 (Behavioral System)

환경 풍부화가 잘 이루어진 상태라면 고양이는 자연스런 행동을 보여줍니다. 스크래칭을 한다든가, 우다다를 한다든가, 신나게 뛰어논다든가 하는 식의 행동이 고양이의 정상적인 행동입니다. 고양이는 자고 일어나면 스크래칭을 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이런 정상적인 고양이의 행동을 보장해주기 위해서 스크래쳐는 고양이가 평상시 자주 활동하는 공간이나 쉬는 공간 주변에 있는 것이 좋습니다.

고양이는 뭔가를 질겅거리면서 씹는 것도 좋아하기 때문에 캣닢이나 마따따비 같은 것을 주는 것도 좋습니다. 육포나 말린 생선, 저키류의 간식 같은 것들도 고양이가 씹는 행동을 하기 좋게 만듭니다.

고양이의 사냥 본능을 자극하면서 놀아주는 것도 환경 풍부화를 위해서는 필수적입니다. 고양이 낚시대를 이용해 뭔가를 쫓도록 놀아주는 것도 좋고, 배터리로 동작하는 장난감도 나쁘지 않습니다. 레이저 포인터도 고양이들이 좋아하는 것 중 하나입니다. (단 레이저 포인트처럼 빛을 이용한 놀이는 항상 끝에는 먹을 것을 줘서 사냥에 성공했다는 느낌을 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장난감은 며칠에 한 번씩은 다른 장난감으로 바꿔줘서, 새로운 장난감을 가지고 놀고 있다는 느낌을 고양이에게 주는 것도 좋습니다.

더 개선해야할 점이 있지는 않은지, 약물의 도움이 필요한 건 아닌지가 궁금하다면 당연히 수의사와의 상담이 필요합니다. 특히 만성화되는 고양이 특발성 방광염의 경우에는 이런 부분에 대한 깊이 있는 상담이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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