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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다가도 모를 고양이 턱드름, 어떻게 관리해야하나요?

수의사 입장에서 봤을 때는 사실 그리 중요하지 않은 경우가 많은데, 보호자분 입장에서는 중요하고, 심지어 잘 낫지도 않는데, 왜 생기는지도 알 수 없는 병이 있습니다. 고양이 턱 여드름(속칭 턱드름) 얘기입니다. 턱드름은 단순히 미용 상의 문제에 그치는 경우부터 시작해서 환자가 턱 아래에서 피와 농을 뚝뚝 흘리는 경우까지 매우 다양한 스펙트럼의 증상을 보입니다. 피가 나고 농이 나오면 당연히 수의사들도 중요하게 생각하지만, 단순히 여드름(검은 깨)만 있을 때는 미용 상의 문제에 그치기 때문에 중요성이 떨어집니다. 그렇다보니 턱 아래에서 검은 깨만 보일 때는 수의사가 대수롭지 않게 얘기하지만, 보호자분 입장에서는 계속 눈에 보이는 피부병이다 보니 신경이 쓰여 어떻게든 없애려고 집착하게 되는 병이기도 합니다.

고양이 턱드름을 없애기 위한 민간요법(?)은 정말 다양합니다. 동물병원에서 주는 분홍색 소독약(클로르헥시딘)으로 계속 닦아주는 방법, 미온수로 모공을 열고 닦아주는 방법, 턱드름에 효과적이라는 사람용 클렌저를 이용하는 방법, 고양이 턱드름에 효과가 좋다고 광고하는 제품을 쓰는 방법, 밥그릇을 바꾸거나 사료를 바꿔주는 방법, 칫솔로 블랙헤드가 떨어질 때까지 박박 닦아주는 방법, 직접 짜는 방법 등등 정말 다양한 방법이 시도되고 있고, 어떤 경우에는 효과를 봤다는 얘기들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사족이지만, 다른 건 몰라도 직접 짜는 건 절대 하면 안됩니다. 오히려 자극을 주고 상처를 내서 턱드름을 악화시킬 수 있습니다.)

이렇게 다양한 방법들이 시도되고, 병원마다 턱드름에 대한 얘기가 조금씩 다른 건 사실은 수의사들도 턱드름이라는 병에 대해 딱히 아는 게 없기 때문입니다만, 이번 포스팅에서는 턱드름에 대해 뭘 알고 뭘 모르는지를, 논문이나 수의학 자료들을 토대로 살펴보려 합니다.

턱드름은 왜 생기나요?

턱드름이 생기는 원인에는 다양한 “썰”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결론만 먼저 얘기하자면, 왜 생기는지는 정확히 모르고, 모낭에서 각질이 축적되면(disorder of follicular keratinization) 턱드름이 나타난다고만 알려져 있습니다. 왜 모낭에 각질이 축적되는가는 수의사들도 모르는 셈인데, 몇몇 가지 가설들이 있기는 합니다. 그루밍을 잘 못하는 경우, 피지 분비가 비정상적인 경우,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 바이러스 감염, 면역력 저하, 알러지(아토피, 푸드 알러지, 접촉성 알러지) 같은 것들이 턱드름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가설”들입니다. 현재 이런 가설들 중에서 정말이라고 과학적으로 증명된 것은 하나도 없습니다. 그냥 이렇지 않을까라는 추측만 있을 뿐이죠.

고양이 턱드름은 앞서 얘기했듯이 수의사들 사이에서는 그리 대수롭지 않은 경우가 많은 병이고, 그다지 팬시한 연구 분야도 아닙니다. 그렇다보니 관련 논문도 턱없이 적죠. (턱드름에 관련된 대부분의 논문 서론이 보통 그렇게 시작합니다. 잘 알려진 병이지만, 대부분은 경험적인 얘기 뿐이고, 과학적으로는 연구된 적이 적다고요) 몇 안되는 논문 중 캡쳐로 소개한 것은 Danny W. Scott의 턱드름에 관한 논문입니다. 1988년부터 2003년 사이에 턱드름으로 진단된 고양이 74마리를 두고 공통점이 뭔지, 치료는 보통 어떻게 하는지 살펴본 논문이죠. 이 논문에 그런 얘기가 나옵니다. 고양이 턱드름의 원인이라고 꼽는 가설 중에 과학적으로 확인된 것은 없다고.

턱드름 치료는 어떻게?

원인을 모르는데 치료는 어떻게 할까요? 당연히 원인을 해결하는 쪽으로 치료하는 게 아니라 증상을 해결하는 쪽으로 대증적인 접근 방식을 취합니다. 각질이 모낭에 쌓이는 것이다 보니 각질이 모낭에 쌓이지 않게 각질을 녹여버리고, 사람 여드름이 그렇듯 기름진 피부가 문제가 되기 때문에 피부가 기름지는 것을 막는 Anti-seborrheic(항지루성) 외용제를 쓰죠.

외용제에 대해 알아보기 이전에 먼저 턱드름을 분류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턱드름은 그 자체로 비정상적인 피부병인 것은 맞지만, 고양이가 턱드름 때문에 힘들어하는 경우가 있고, 아닌 경우가 있습니다. 증상이 있는 경우와 없는 경우인데, 보통은 턱드름이 생긴 부위에 2차적인 세균 감염이 있느냐에 따라서 증상의 유무가 달라집니다. 앞서 언급한 논문에서는 다음과 같은 사진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왼쪽에 있는 고양이는 턱드름이 있지만, 증상이 없는 환자고, 오른쪽에 있는 고양이는 2차적인 세균 감염 때문에 피도 나고, 염증이 생긴 케이스입니다. 고양이 턱드름을 관리하고자 할 때는 이 두 케이스에 대한 접근이 달라집니다.

먼저 첫번째 케이스는 블랙헤드처럼 턱드름만 있는 케이스입니다. 무증상이고, 환자는 그다지 여드름 난 부위를 간지러워하지도 아파하지도 않습니다. 이런 경우 수의사들은 적극적인 치료를 권장하지 않습니다(그래서 대수롭지 않게 얘기하는 거죠). 보호자분께서 딱히 신경을 쓰지 않는다면, 별다른 관리를 하지 않고 그냥 둡니다. 논문에 따르면 고양이 턱드름 환자의 약 60% 정도가 무증상으로 치료가 필요없는 케이스였다고 나옵니다.

하지만 어쨌든 눈에 보이는 부분이다 보니 외관상 보기 좋지 않다는 점 때문에 없애기 위해서 관리를 하고자 하신다면, 이 경우엔 대증적으로 여드름을 없애줄 수 있는 anti-seborrheic 외용제를 추천합니다. 벤조일 페록사이드나, 살리실산, 피토스핑고신 같은 성분이 들어간 외용제를 씁니다. 국내에 출시된 동물용 제품 중 저런 성분을 가지고 있는 것들은 (고양이에게 사용하기 불편하지만) 대부분 샴푸로 출시되어 있어서, 샴푸로 거품을 내서 턱 아래 부분만 닦아 주시라고 말씀드리죠. 국내 제품 중에서는 벤조일 페록사이드 성분을 가진 약용 샴푸들이 동물용으로 나와 있는데, 이런 제품을 추천하곤 합니다. (다만 벤조일 페록사이드는 고양이에서 피부 자극이 있는 경우가 있어 안 맞는 아이들은 사용을 하면 안됩니다. 그런 경우에는 그냥 직구로 anti-seborrheic 기능이 있는 무스 타입 제품을 선택하죠.) 이런 경우는 꽤 오랜 기간 관리가 필요해서 보호자분의 인내가 필요합니다.

두번째 케이스처럼 2차 세균 감염이 있는 경우는 수의사도 치료가 필요하다고 얘기합니다. 염증 때문에 아프고 간지럽고, 피가 나거나 피부에 구멍이 뚫리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런 경우에는 여드름 자체보다는 감염에 대한 치료를 우선합니다. 가벼운 세균 감염에서는 외용제로 클로르헥시딘(분홍색 소독약)을 쓰거나, 항생제인 뮤피로신 연고 같은 것들을 이용합니다. 뮤피로신 같은 경우는 고양이 턱드름에서 감염을 컨트롤하는데 효과적이었다는 논문이 있습니다(하루 2번씩 3주 동안 뮤피로신만 썼더니 좋아지더라는 내용이죠).

오늘동물병원에서는 뮤피로신을 쓰기도 하고, 여드름 자체에 대한 컨트롤을 겸하기 위해 클린다마이신과 벤조일 페록사이드가 함께 섞여 있는 연고를 처방하기도 합니다. 어떤 외용제를 쓰든 하루 1번-2번 정도는 꾸준히 써야 감염을 컨트롤할 수 있습니다.

고양이 턱드름에 의해 발생하는 감염은 감염 자체만 놓고 보면 세균성 피부염인 셈인데, 세균성 피부염은 다시 세 가지로 구분합니다. Surface pyoderma와 Surperficial pyoderma, Deep pyoderma로 세균이 피부에 얼마나 깊숙하게 감염되었느냐를 토대로 구분합니다. 이 중에 surface pyoderma와 superficial pyoderma는 외용제만으로 컨트롤할 수 있지만, 진피층까지 감염된 deep pyoderma(심층성 농피증)은 전신 항생제 투약을 추천합니다. 그래서 턱드름의 경우도 피가 나고 피부에 구멍이 뚫릴 정도까지 세균 감염이 된 deep pyoderma 케이스에서는 외용제만 쓰는 게 아니라 먹는 약으로 전신 항생제 투약이 필요합니다. 항생제는 검은 깨를 치료하는 게 아니라 피가 나고 농이 나오는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쓰는 거죠.

환자의 턱드름 상태에 따라, 세균 감염 여부에 따라 관리하는 방법 자체가 달라지다보니, 모든 턱드름 고양이들에게 보편적으로 적용 가능한 치료법이 있다고 말하긴 조금 어렵습니다. 보호자분이 무증상 턱드름을 견딜 수 있는지, 세균 감염이 있다면 어느 정도 수준의 감염인지에 따라 치료 방법이 달라질테니까요. 예를 들어, 턱드름인 걸 알고 동물병원에서 클로르헥시딘 소독약을 받아서 매일 닦아주고 있는데, 감염 케이스가 아니라 단순히 무증상 턱드름인 상태라면 별 효과가 없을 겁니다. 클로르헥시딘은 세균을 죽이는 소독약이지, 여드름을 없애주는 외용제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고양이 턱드름에 관해 널리 알려진 이야기 중에 밥그릇을 바꾸거나, 사료를 바꾸면 없어진다는 얘기가 있습니다. 실제 수의학 교과서에도 실려 있는 얘기인데, 이 얘기는 경험적인 부분에 가깝고, 실제로 논문에서는 치료 방법으로 밥그릇 교체를 시도해봤지만, 효과가 없었다고 결론을 내립니다. 밥그릇을 바꾸는 건 접촉성 알러지에 대한 가능성을 고려한 부분인데, 접촉성 알러지가 턱드름의 원인인지 명확하지 않기 때문에 효과가 없었던 거죠. (다만, 밥그릇의 위생 상태는 중요할 수도 있습니다. 지저분하게 관리된 밥그릇 때문에 턱드름이 있는 피부에 세균 감염이 생길 수 있을테니까요.)

고양이 턱드름 치료의 예후는 excellent하다기보다는 good에 가깝습니다. 감염을 컨트롤하는 것은 대부분의 케이스에서 가능하지만, 턱드름 자체를 없애기는 쉽지 않습니다. 일시적으로 사라졌다가 다시 재발하는 경우도 잦죠. 그래서 어떤 케이스들은 꾸준히 계속 관리를 해야만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원인을 해결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계속 대증적인 관리를 해야한다고 보면 됩니다.)

죽고 사는 병도 아닌데, 꾸준한 관리가 필요하다니 수의사와 보호자분 모두를 피곤하게 하는 병이죠. 아예 신경 끌 수 있다면 좋겠지만, 눈에 자주 띄이는 부위이다 보니 그러기도 쉽지가 않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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