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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이동장, 고양이를 위한 제품을 선택하세요

이미 많은 곳에서 언급됐던 내용이라 보호자분들 사이에서도 잘 알려져 있는 얘기지만, 가볍게 써볼만한듯 싶어서 고양이 이동장에 대한 얘기를 해볼까 합니다. 고양이를 데리고 외출할 때(보통은 동물병원 갈 때) 쓰게되는 이동장은 정말 다양한 제품이 있습니다만, 어떤 제품이 가장 좋은가에 대해서는 의외로 비교적 명확한 기준이 있습니다. (보통 이 기준을 따라가면 한국에서는 거의 정해진 제품을 구입하게 됩니다.)

이런 걸 가이드라인으로 정해놓다니 재밌다 싶지만, 고양이 이동장(캐리어)에 대한 추천이 언급된 가이드라인은 2011년 AAFP(미국고양이수의사회)와 ISFM(세계 고양이 수의사회)가 함께 낸 “Feline-Friendly Handling Guidelines(고양이 친화적 핸들링 가이드라인)“입니다. 이 가이드라인에서는 여러가지 내용들이 언급되지만, 어떤 이동장이 가장 고양이에게 친화적인 이동장인지 언급되죠. 대충 내용을 캡쳐해보면 이렇습니다.

이동장의 조건으로 튼튼해야하고, 고양이가 안정감을 느낄 수 있으면서 동시에 보호자가 쉽게 들 수 있고, 이동장을 열었을 때 고양이가 놀라지 않을 수 있는 것이 좋은 이동장의 조건이라고 얘기하죠. 보통 병원에서 이동장 밖으로 스스로 나오는 고양이는 많지 않기 때문에 이동장에서 쉽게 고양이를 꺼낼 수 있으면서, 동시에 이동장 안에서 검사가 가능하도록 위가 열리는 이동장이 추천된다는 얘기를 합니다. (이 때만 해도 천으로 된 이동장을 나쁘게 얘기하진 않았습니다.)

이 가이드라인 비교적 최근인 2022년에 한 번 더 업데이트가 됐는데, 이번에는 구체적인 이동장의 조건을 가이드라인에서 직접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지만, 외부 링크를 통해 어떤 이동장이 가장 좋은 이동장인지에 대한 얘기를 합니다.

링크를 그대로 가져와보면 이렇습니다.

고양이를 옮기기 적절한 이동장에 대해서 ISFM은 비교적 빡빡한 기준을 얘기합니다. 먼저, 천으로 된 이동장은 사용하지 말라고 얘기합니다. 이동장이 지저분해졌을 때(예를 들어, 이동 중에 고양이가 침을 흘리거나, 소변을 보거나, 구토를 했을 때) 깨끗하게 닦기가 어렵고, 이동장을 열었을 때 이동장이 무너지면서 고양이에게 스트레스를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동시에 백팩 형태로 만들어져 있는 이동장도 사용하지 말라고 얘기합니다. 이동 중에 과하게 움직이면서 고양이에게 스트레스를 줄 수 있고, 공간 자체가 좁기 때문에 고양이가 불편함을 느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동장 내로 환기가 잘 안되면서 고양이가 숨쉬기 불편해한다는 점이나 투명한 창을 통해 외부로 고양이의 시선이 그대로 노출되어 있다는 점도 고양이의 스트레스를 늘리는 요인 중 하나입니다.

ISFM에서 추천하는 이동장은 튼튼한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져 있어서 쉽게 청소가 가능하고, 상단 부분이 쉽게 열릴 수 있어서 상단 부분을 치워둔채로 고양이가 이동장의 하단부 안에서 간단한 검사를 받을 수 있는 이동장입니다. 익숙하게 많이 보는 아래와 같은 형태의 이동장이죠.

쉽게 분리가 되는 잠금 장치가 있는 앞문, 상단부를 분리할 수 있되, 위로 열 수 있는 지붕(?)을 가지고 있는 제품을 추천하죠.

동물병원에서 일을 해보면 정말 수많은 이동장을 보게 되는데, 이런 기준에 부합하는 제품은 몇 개 되지 않습니다. 대표적인 게 릿첼이라는 회사에서 나오는 이동장이고, 조금 저렴한 옵션으로 가면 (열리는 지붕이 없긴 하지만) 푸르미 이동장 같은 것들이 있습니다. 특정 제품을 언급하게 되는 이유는 저런 플라스틱 이동장 중에서도 고양이 친화적이지 않은 제품들이 있어서 그렇습니다.

간혹 플라스틱 이동장 중에서 항공 켄넬이라고 상단부가 분리가 되기는 하나 너트와 볼트로 고정되어 있는 제품들이 있습니다(강아지 고양이가 비행기를 타려면 이런 제품을 사용해야만 합니다). 이런 제품들은 동물병원에서 상단부를 분리하려고 하면 옆에서 덜그럭거리면서 너트와 볼트를 모두 풀어야하기 때문에 병원에 내원한 고양이의 스트레스를 불필요하게 늘리게 되죠. (동물병원 내원용 이동장으로는 적합하지 않다는 얘기입니다)

조금 더 까다롭게 가자면 앞문의 조립이 어떤 방식으로 되느냐도 선택의 기준이 될 수 있습니다. 앞서 언급했더 릿첼이라는 회사에서 나오는 다른 플라스틱 이동장을 보면 (이것도 ISFM 기준에 부합하는 꽤 좋은 제품이긴 합니다만) 앞문을 조립할 때, 앞문을 끼워둔 상태에서 상단부를 덮어야 한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이동장을 조립할 때 앞문만 나중에 탈착할 수 있게 되어 있는 게 가장 좋죠. 집에서 이동장을 가지고 이동장 훈련을 하고자 할 때도 앞문의 탈착이 가장 마지막에 이루어질 수 있는 제품이 조금 더 편리합니다.

고양이의 성격에 따라 다르지만, 예민한 고양이들 중에서는 보호자분이 선택하신 이동장이 어떤 이동장이냐에 따라서 똑같은 고양이인데도 어떤 이동장은 고양이를 꺼낼 수 없어 검사조차 안되는 경우가 있고, 어떤 이동장은 조심스레 아이를 꺼내 검사가 가능한 경우가 있습니다. 호냥이인데 UFO 이동장에 넣어서 데리고 왔다거나하면, 그 날은 검사를 못할 가능성이 몹시 높습니다. 고양이가 병원에 오는 일련의 과정은 아래 그래프처럼 스트레스가 누적될 수 있는 과정이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스트레스를 줄일 수 있는 제품과 방법을 선택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이런 스트레스를 완화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이동장을 구입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구입한 이동장에 적응하게 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간혹 좋은 이동장을 가지고 있지만, 이동장만 꺼내면 아이가 숨어버려서 예약 시간에 늦을 것 같다는 전화를 받게 되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경우들은 이동장 적응 훈련을 잘 하지 못한 케이스들입니다. ISFM은 이런 부분을 어떻게 해결해야하는지도 언급하죠.

이동장이 고양이에게 병원에 간다는 트리거로 작용해서는 안되기 때문에 이동장은 항상 집에서 고양이가 볼 수 있는 곳에 꺼내져 있어야 합니다. 이동장을 보관하는 개념이 아니라, 이동장이 고양이의 일상 생활 공간 중 하나가 되어야 하죠. 고양이에게 어떤 개념을 익숙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점진적인 적응 훈련이 중요한데, 그래서 처음에는 이동장 없이 좋아하는 담요 같은 것부터 시작하고, 그 담요를 (상단부 없이) 이동장 하단부에만 넣어놓고, 고양이가 적응할 수 있도록 합니다. 그 다음에는 앞문 없이 상단부만 덮어서 상단부까지도 적응할 수 있게 해주고, 적응이 되면 문을 닫은 상태로도 편하게 있을 수 있도록 합니다. 이동장은 고양이에게 편안한 공간으로 만들어주는 과정인거죠.

요즘엔 스타일리쉬하게 패션 아이템처럼 나오는 가방 형태의 이동장도 있고, 이동장이라는 게 고양이 전용이라기보다는 강아지와 고양이 모두가 쓸 수 있도록 나오는 제품들이다보니 이쁘고 좋아보이는 걸 사려다가 정작 고양이를 위한 최선을 선택하지 못하게 되는 경우들이 있습니다. 사실 고양이가 병원에 간다는 일련의 과정은 병원으로 출발하기 전부터 시작되는 것임에도 말이죠.

한 줄 요약: 천으로 된 건 강아지들 쓰는 겁니다. 비행기 타고 동물병원에 가는 게 아니면 너트와 볼트가 달린 항공 켄넬은 피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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