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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심장 청진의 가치

얼마 전에 블로그 댓글로 받은 질문 중에 고양이에서는 심장 청진의 가치가 떨어지는가에 대한 얘기가 있었습니다. 수의사들 사이에서 “고양이는 건강한 경우에도 심잡음이 있을 수 있고, 심장병이 있어도 심잡음이 없을 수 있다”는 얘기가 있죠. 이 얘기는 꽤나 유명해서 보호자분들도 강아지와 달리 고양이에선 심잡음이 별 문제 없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게 알려져 있기도 합니다. 건강해도 들릴 수 있고, 병이 있어도 안 들릴 수 있다는 얘기는 심잡음으로 환자의 건강 상태와 관련된 무언가 결정적인 정보를 알기 어렵다는 말과 같기 때문에 수의사들 중에는 고양이 심장 청진의 가치가 떨어진다고 얘기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한편으로는 그래도 심잡음이 들리면 일단 의미가 있을 수 있고, 결정적인 정보는 아니더라도 심장 청진은 루틴하게 이루어져야 하는 신체 검사라고 말하는 수의사도 있죠. 오늘동물병원은 고양이에서도 심장 청진의 가치가 있다고 보는 쪽인데, 그래서 이번 포스팅에서 고양이 심잡음에 대한 얘기를 해볼까 합니다.

고양이 심잡음은 크게 늘 들리는 것과, 들렸다 안 들렸다 하는 가변적인(dynamic) 심잡음으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선천적인 심장 질환(폐동맥 협착증(Pulmonic stenosis)이나 동맥관 개존증(PDA))이 있는 경우엔 상황에 상관 없이 늘 심잡음이 들릴 수 있죠. 어린 고양이에서 심장 청진을 하게 되는 이유는 (상대적으로 강아지보다는 흔하지 않지만) 선천적인 심장 질환에 대한 진단에 도움을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어린 고양이에서 심잡음이 들린다면, 일단 선천적인 심장 질환 가능성을 생각해볼 수 있는 나이니 심장 초음파를 봐야 한다는 얘기가 될테니까요.

일반적으로 얘기하는 고양이의 심잡음은 보통 들렸다 안 들렸다 하는 가변적인 심잡음(dynamic heart murmur)를 뜻합니다. 다이나믹하다는 얘기는 상황에 따라 심잡음이 크게 들렸다가 잘 안 들렸다가 하는 식으로 변하는 심잡음을 얘기합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아예 안 들리게 되는 경우도 있죠. 심장병이 있든 건강하든, 동일한 환자에서 들렸다 안 들렸다 하니… 진단적인 가치가 떨어지는 건 당연합니다. 진단적인 가치가 높으려면 일관된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데, 다이나믹하다는 건 일관되지 않는다는 얘기니까요.

하지만 이런 고양이의 심잡음이 보통 언제 들리는가를 이해하면, 고양이의 심장 청진이 아예 안 하는 게 합리화될 정도로 쓸모가 없는 검사는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습니다.


고양이는 흉곽이 유연(?)한 동물(compliant thoracic cage를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이라 청진기를 가슴에 세게 꽉 누르는 것만으로도 (운 나쁘면) 심잡음이 들리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경우를 제외하면 고양이의 가변적인 심잡음은 보통 둘 중 하나의 경우 때문에 나타납니다.

하나는 대동맥 협착(정확하게는 subaortic stenosis)가 있는 경우 나타날 수 있습니다. 조금 더 쉽게 얘기하자면 심장병이 있는 경우에 나타날 수 있는 심잡음입니다. 비대성 심근병증(HCM, Hypertrophic Cardiomyopathy)이 있는 고양이 중에서는 좌심방과 좌심실 사이에 있는 이첨판이 대동맥쪽으로 끌려들어가면서 좌심실에서 대동맥으로 흘러나가는 혈액 흐름을 방해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걸 SAM, Systolic Anterior Motion이라고 합니다. 이게 있는 고양이들을 HOCM(폐쇄성 비대성 심근병증, Hypertrophic Obstructive Cardiomyopathy)라고 하죠(SAM은 조금 복잡한 개념이라 동영상으로 보는 게 이해가 빠릅니다).

HCM이 있다고, 무조건 SAM이 있는 건 아니지만, SAM이 있으면 HCM이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래서 심장 청진을 통해서 심잡음이 들린다면 이 가능성을 고려해두고, 실제로 환자의 심잡음이 SAM 때문에 나타나는 건 아닌지 확인을 해봐야하죠. 심잡음이 들리는 고양이에서 심장 초음파가 지시되는 건 그래서입니다.

한편으로는 DRVOTO(Dynamic Right Ventricular Outflow Tract Obstruction의 약자지만, 그대로 읽어서 닥터보토라고도 합니다) 때문에 심잡음이 나타나는 경우도 있습니다. DRVOTO가 왜 생기는지는 수의사들도 아직 잘 모르지만, 수화 상태에 변화가 있을 경우(신부전 때문에 탈수가 있거나, 갑기항이나 빈혈 때문에 혈류역학에 변화가 있을 경우)에 나타나는 게 아니냐는 썰이 있죠. DRVOTO에 의한 심잡음은 양성적인 심잡음이라고 보기 때문에 병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고양이 심잡음이 까다로운 건 청진만으로는 이게 SAM에 의한 것인지, DRVOTO 때문인지를 감별할 수 없다는 점 때문입니다. 심잡음이 들리면, 이게 왜 생기는 심잡음인지를 알기 위해서 심장 초음파 검사를 해야만 하죠. 심잡음이 들리면 proBNP 검사를 통해서 심장병 유무를 가늠해볼 수는 있겠지만, 심잡음이 정확한 원인은 심장 초음파 검사로만 감별이 가능합니다.

실제 고양이에서 심잡음이 얼마나 흔한가는 정확한 데이터가 있지 않습니다. 심잡음이 있는 고양이 중에 몇 퍼센트나 심장병이 있는가에 대한 데이터도 명확하지는 않습니다. (반대로 HCM 고양이의 67%가 심잡음이 있더라…는 얘기는 있습니다) 이런 비율에 대한 데이터가 명확하지 않으면 그 검사를 하는 게 실제로 유용한가에 대해서는 다소 애매해지는 부분이 있습니다. 일전에 proBNP를 가지고 얘기했던 것처럼 전체 고양이의 심장병 유병률에 따라 검사의 유용성이 달라질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그럼에도 오늘동물병원은 고양이 심장 청진이 가치가 있다고 보는데, 그건 심장 청진이 돈이 들지 않는 검사이기 때문입니다. 쉽게 할 수 있는 검사고, 환자에게 해가 되는 검사도 아니죠. 실제 병을 발견할 가능성이 어떻든, 어쨌든 쉽게 할 수 있는 공짜 검사라면 병이 있을 가능성이 낮다 하더라도 도움이 될 수 있으니까요.

더군다나 심장 청진에서 심잡음이 아닌 gallop sound(분마음, 말 달리는 소리)가 난다면, 이건 높은 확률로 심한 심장병이 있을 가능성을 뜻합니다. 고양이에서 청진만으로 심장병의 가능성을 높게 볼 수 있는 소리 중 하나죠. 심장 청진의 가치를 낮게 보고, 아예 하지 않는다면 들을 수 없는 소리겠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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