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에서 혈전색전증은 아주 무서운 병 중 하나입니다. 다양한 원인에 의해 발생할 수 있지만, 보통 심장병(HCM 같은 심근병증) 때문에 발생하는 경우가 가장 흔합니다. 고양이에게 심장병이 생기면 좌심방이 확장되는 게 일반적인데, 좌심방이 확장되면서 혈액이 좌심방에서 와류하면, 혈액이 빠르게 흐르지 않고, 정체하게 됩니다. 이렇게 혈액 흐름이 느려지면 고양이의 적혈구는 응집하는 경향을 갖게 되는데, 이렇게 적혈구가 응집한 것을 혈전(Thrombus)이라고 합니다. 보통 혈류 속도가 가장 느린 좌심방귀(Left auricle)에서 혈전이 잘 생기고, 이렇게 생긴 혈전이 심장을 빠져나와 동맥을 타고 가다가 어느 순간 막히게 되면, 고양이 동맥 혈전색전증(FATE, Feline Aortic Thromboembolism)을 유발합니다.
보통 혈전이 가장 잘 생기는 부분은 대동맥이 양측 뒷다리로 분지되는 위치로, 이 위치를 혈전이 막아서 뒷다리로 혈액 흐름이 잘 생기지 않게 되는 것을 따로 saddle thrombus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뒷다리로 혈액이 흐르지 않는 것이기 때문에 고양이는 이 때 후지 마비가 오고, 극심한 통증을 느끼게 됩니다. 혈액이 흐르지 않으니 분홍색 발바닥 패드가 보라색으로 변하기도 하고, 뒷다리만 체온이 낮아지기도 합니다.
갑작스레 혈전색전증에 대해서 얘기를 하는 이유는 고양이 혈전색전증의 치료에 대해 보호자분들께서 알고 있는 내용이 최근 들어서 조금씩 바뀌고 있기 때문입니다.
사람에서는 혈전색전증이 생기면, 혈전이나 색전을 제거하는 시술을 합니다. 혈전을 녹이는 약물을 혈전 근처에서 주입해서 혈전을 녹이고, 정상적인 혈류흐름을 회복하는 것이 사람에서의 치료입니다. 사람에서의 내용을 따라서, 과거에는 고양이에서도 혈전을 녹이는 시도를 했습니다. 이런 치료를 혈전용해(thrombolysis) 치료라고 합니다. tPA(tissue plasminogen activator)나, 유로키나제, 스트렙토키나아제 같은 혈전용해약물을 주사해서 혈전을 녹이는 치료입니다. 간혹 이 치료에 대해 언급할 때, 항상 함께 나오는 얘기가 ‘골든 타임’이라는 말입니다. 혈전이 생기고 가급적 빠른 시간 내에 혈전을 녹이는 치료를 해야한다는 것이죠.
‘골든 타임’이라는 얘기가 나오는 건 혈전 때문에 혈류 흐름이 막히면 혈액에서 산소와 영양분을 공급받지 못한 뒷다리의 세포들이 파괴되면서 세포내의 칼륨을 분비하게 되고, 사이토카인이나 염증물질들이 축적이 되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축적된 안 좋은 것들이 혈전이 제거되면서 전신으로 퍼지게 되면, 산증을 유발하거나, 갑작스러운 심정지를 유발할 수 있는데, 이런 걸 재관류 손상(reperfusion injury)이라고 합니다. 이 재관류 손상은 FATE 환자의 예후를 극히 불량하게 만들기 때문에 이런 재관류 손상에 의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 ‘골든 타임’ 내에 혈전을 녹여야 한다는 얘기가 나오게 됐습니다.
논문에 따라 재관류 손상을 유발할 수 있는 시간이 얼마나 되느냐는 조금씩 얘기가 다르지만, 혈전이 혈류 흐름을 막은 후, 6시간 정도라는 얘기도 있고, 3시간 내에 혈전용해제가 주사되어야 한다는 얘기도 있습니다. 사람에서는 허혈성 뇌졸증(ischemic stroke)이 발생한 후, 4.5시간 이내에 tPA를 주사해야 예후가 좋다는 얘기가 있어, 문헌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길어도 6시간 정도를 ‘골든 타임’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