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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알러지 피부병, 이름이 바뀌었습니다

개에서는 아토피 피부염(Atopic Dermatitis)라는 명칭이 정확하게 있는 반면, 고양이에서는 그 명칭이 때론 논란을 불러일으킨다는 건 재밌는 일입니다. 실제로 고양이의 알러지 피부병은 상대적으로 개에 비해 연구가 덜 되어 있기도 합니다. 사람과 매우 흡사한 개의 아토피 피부염과 달리 고양이는 조금 다른 양상을 보이기 때문이기도 하고, 피부병의 패턴이 개체별로 매우 다양하게 나타나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사람이나 개와는 달리 고양이는 IgE(면역글로불린의 하나)와 알러지 피부병 사이의 관계가 다소 애매한 부분이 있어, 그동안의 정식 명칭은 non-flea, non-food hypersensitivity였습니다. 진단을 할 때, 벼룩에 의한 과민반응은 아닌지 확인하고, 벼룩이 아니라면 음식에 의한 과민반응은 아닌지 확인한 후, 이 둘이 모두 아니라면 고양이의 아토피가 진단되기 때문에 벼룩도, 음식도 아닌 과민반응이라는 의미에서 저렇게 불렀습니다. 그래서 늘 고양이 피부병을 진료할 때면, 아토피라고 보호자분들께 말씀드리면서도, 마음 한켠에는 찝찝함이 남아있었습니다.

헌데, 최근 이런 찝찝함을 날려줄만한 제안이 있었습니다. Veterinay Dermatology(수의피부학 저널)에서 고양이의 알러지 질환에 대한 용어를 정리하자면서 각각의 용어를 깔끔하게 정리해준 것입니다. 총 4편의 시리즈로 나온 리뷰 논문에서 1편은 용어 정리, 2편은 고양이 아토피의 면역병리기전, 3편은 고양이 아토피의 임상 증상과 진단, 4편은 고양이 아토피의 치료에 대해 쓰여있었습니다. 양이 상당히 많은 편이라 전부 소개하지는 못하지만, 이 포스팅에서 바뀐 용어와 보호자분들이 가장 궁금해하시는 치료에 대한 부분을 옮겨볼까 합니다.

먼저, 1편입니다. 1편에서는 단순히 피부에 그치지 않고, 알러지라고 할만한 모든 것들을 함께 얘기합니다. 알러지 피부병, 알러지성 호흡기 질환, 알러지성 소화기 질환을 모두 간략하게 언급하고, 이 모든 것들을 “Feline Atopic Syndrome(FAS)“라고 통칭합니다. 즉 알러지에 의해 발생하는 고양이 천식도 Feline Atopic Syndrome(고양이 아토피 증후군)이라고 할 수 있는 거죠.

피부에 한정되어서는 별도의 용어를 쓰는데, Feline Atopic Skin Syndrome(FASS, 고양이 아토피 피부 증후군)이라고 합니다. 그동안 non-flea, non-food hypersensitivity라고 불렸던 것이 이제는 Feline Atopic Skin Syndrome이 된 거죠. 개에서의 아토피 피부염(Atopic Dermatitis)과는 여전히 용어가 조금 다르지만, 한국어로도 이제 떳떳하게(?) 고양이 아토피라고 할 수 있게 된 셈입니다.

면역병리기전은 수의사가 볼 때도 많이 머리가 아픈 내용이고, 진단은 이전과 크게 달라진 부분이 없습니다. 치료도 사실 크게 달라진 부분은 없지만, 이런 리뷰 논문의 좋은 점은 여러 논문을 살펴보고, 어떤 것이 근거가 빵빵한지 상세히 정리해준다는 데에 있습니다. 4편이 그런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그동안 고양이의 아토피는 사이클로스포린이나 스테로이드를 주치료제로 하되, 아포퀠이 최근 고려되고 있다 정도가 치료와 관련된 내용이었는데, 훨씬 더 상세하게 정리된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보기 쉽게 논문에서 표로 정리를 해뒀습니다.)

QOE는 근거가 얼마나 빵빵하냐라고 볼 수 있고, SOR은 실제 치료에서 추천할만한 정도가 얼마나 되냐로 보면 됩니다. 거의 대부분 “제한적인 근거(limited evidence)”라고 쓰여있는 걸 볼 수 있는데, 그만큼 고양이에서 아토피가 많이 연구되어 있지 않다는 얘기입니다. 하지만 그런 제한적인 근거를 토대로 대략적인 추천내용들이 나와있고, 보호자분들께 고양이 아토피의 치료와 관련된 얘기를 할 때는 이제 이런 것들을 근거로 설명드리게 됩니다.

FASS에서 추천 A가 박혀있는 치료법으로는 전신 스테로이드, 사이클로스포린, 오클라시닙(아포퀠)이 있습니다. 아포퀠이 고양이 아토피 치료에서 좀 더 적극적으로 고려될 수 있는 옵션이 된 거죠(다만 장기 사용시 안전성에 대한 연구는 아직 필요하다는 코멘트가 있습니다). 추천 B가 박혀있는 것으로는 외용제로 쓰는 스테로이드, 항히스타민, 오메가3, 세레니아 같은 것들이 있습니다. 개의 아토피 피부염 가이드라인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내용이 조금 적다는 느낌이 들긴 합니다.

새로운 내용이 있냐하면, 용어를 제외하면 사실 이렇다할 엄청난 새로운 내용이 있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정리된 리뷰 논문은 앞으로 고양이 아토피 치료의 가이드라인 같은 역할을 합니다. 어떤 치료법을 시도할 때, 그게 어느 정도의 에비던스를 가지고 있고, 가이드라인에서는 얼마나 추천하는 치료인지 같은 걸 보호자분과 함께 상의하는 근거가 되는 거죠. “고양이 아토피 피부 증후군” 뿐만 아니라 수의학의 모든 병들이 그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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