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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와 고양이, 기관 삽관의 디테일

호흡 마취를 하거나 응급 상황에서 기도 확보를 하려면, 기관 삽관은 필수적인 과정입니다. 삽관 튜브(endotracheal tube, ET tube)를 이용해서 폐로 직통하는 기도를 확보하는 거죠. 수술을 하는 병원이라면 당연히 루틴하게 할 수 밖에 없는 술기이고, 사람과 달리 동물에서는 삽관이 그리 어렵지도 않아, 대부분의 수의사들이 쉽게 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보호자분들은 큰 관심이 없으실지 모르지만) 기관 삽관의 디테일한 부분에 대해서 얘기해볼까 합니다.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고, 오늘동물병원에서는 기도 삽관에서 오는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사소한 부분까지도 완벽을 기하려 합니다.

기관 삽관 튜브의 각부 명칭

​ET tube를 기도에 삽관하고 나면, 커프라고 하는 풍선 같은 것을 부풀리게 됩니다. 사진에서 “High volume, low pressure cuff”라고 쓰여진 부분입니다. 저걸 부풀려서 튜브가 기도에 밀착하게 만들어 공기가 새지 않게 하고, 기도로 물이나 토사물이 넘어가지 않도록 막는 역할을 합니다. 이 커프에는 단점이 하나 있는데, 저 풍선을 너무 많이 부풀려서 과도한 압력을 주게 되면 기도벽에 손상을 줄 수 있다는 점입니다. 그걸 막기 위해서 커프는 너무 과하게 부풀리면 안된다고 얘길 하는데, 대부분의 경우 감으로 커프를 부풀리기 때문에 정확한 압력을 알 수 없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지난달에 나온 JFMS의 논문은 이런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를 알아보기 위해 커프를 부풀리는 방법 4가지를 비교해봤습니다.

커프 압력을 대략적인 감으로 느낄 수 있게 해주는 파일럿 벌룬을 직접 만져보는 방법과, 공기가 새지 않는 수준까지 최소 부피의 공기를 넣어주는 방법, 커프를 부풀리는 일반 주사기에서 저항성이 사라지는 수준까지 공기를 넣는 방법, 그리고 디지털로 직접 커프 내의 압력을 측정해주는 기관 튜브 커프 전용 주사기를 사용하는 방법을 비교했습니다. 이 4가지 방법 중에서 신뢰도 있게 기관벽에 손상을 주지 않고, 적정 압력의 공기를 채워넣을 수 있는 건 디지털 압력계가 달린 주사기를 사용하는 방법 뿐이었습니다.​

비슷한 내용으로 2020년 2월에 Frontier in Veterinary Science에 올라온 논문도 있습니다. 이 논문의 경우도 일반적인 빈 주사기를 이용해 커프를 부풀리는 방법은 적정 압력을 지키기가 어렵다고 얘기하고 있습니다. 빈 주사기를 이용하는 경우 대략 3.3%만 제대로된 압력으로 부풀린다고 합니다.

오늘동물병원에서 사용 중인 커프 주사기

디지털 압력계가 달려있는 커프 주사기는 일반 주사기에 비해 가격도 비싸고, 일정 횟수 이상 사용하면 버려야 하기 때문에 보통 잘 사용하지 않지만, 이런 사소한 디테일을 쫓는다면 당연히 사용이 추천됩니다. 그래서 오늘 동물병원은 개와 고양이 모두 삽관을 하는 환자에서 커프를 부풀릴 때는 항상 위 사진 속에 있는 주사기를 사용합니다. 티가 나는 것도 아니고, 최선이래봤자 기관 손상이나 기관 파열 등의 사고 가능성을 줄이는 정도에 그치지만, 그래도 환자를 위한 최선이라면 하는 게 맞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사족)

고양이를 좋아하시는 분들은 고양이에서 삽관 시 기도자극이 생기는 문제를 줄이기 위해 V-gel이라는 삽관 튜브를 쓰기도 한다는 걸 아실 겁니다. 오늘 동물병원은 고양이 삽관 시에는 V-gel을 이용해서 환자가 마취에서 깬 후 기도 자극 때문에 문제가 생기는 걸 최대한 줄이려고 노력합니다. 아래 사진 같은 제품을 V-gel이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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