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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아지 고양이의 암성 통증, 어떤 암이 통증을 유발하나요?

“우리 아이가 아플까요?”라는 질문은 아프다는 말을 하지 못하는 강아지 고양이들을 키우시는 보호자분들이 단연코 가장 많이 수의사에게 물어보는 질문 중 하나입니다. 특히 암에 걸린 강아지 고양이를 케어하는 보호자분들은 특히 그렇죠. 사람에서 암은 통증을 유발한다고 알려져 있고, 이 때 발생하는 암에 의한 통증을 암성 통증(cancer pain)이라고 합니다. 사람의 경우 암이 말기로 진행되면 66.4%의 환자가 통증을 느낀다고 하니, 말을 못해서 그렇지 강아지 고양이도 암에 걸리면 통증을 느낄거라고 생각하는 거죠.

동물에서는 사람같은 통계가 존재하지는 않습니다. 얼마나 많은 강아지 고양이 암 환자들이 통증을 느끼는지에 대해서는 알려져 있는 바가 없죠. 다만 암성 통증이 동물이라고 특별히 다를 게 없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아마도 사람과 비슷한 수준이 아닐까 예상할 뿐입니다. 사람과 다른 점은 말을 하지 않는다는 점 때문에 통증이 과소평가되는 경우가 많고, 덕분에 통증이 관리되지 않는 경우도 조금 더 많다는 것입니다.

모든 암이 통증을 유발하는 것은 아니지만, 상당수의 암은 통증을 유발합니다. 그것도 각기 다른 방식으로 통증을 유발합니다. 통증을 유발하는 것으로 악명높은 암이 있는가 하면, 그렇지 않은 암도 있죠. 이런 암에 의한 통증을 이해하기 위해서 암성 통증을 크게 2가지 카테고리로 구분해볼 수 있습니다.

암성 통증은 크게 침해수용성 통증(nociceptive pain)과 신경병증성 통증(neuropathic pain)으로 구분합니다. 침해수용성 통증(nociceptive pain)은 칼에 베였을 때의 통증을 상상하면 됩니다. 통증을 감지하는 말초의 통각 수용체(nociceptive receptor)에 물리적이거나, 화학적인 유해 자극이 가해져서 통증이 생기는 걸 얘기하죠. 이런 침해수용성 통증은 다시 체성통(somatic pain)과 내장통(visceral pain)으로 나뉩니다. 체성통이란 피부나 근육, 뼈의 통증을 얘기합니다. 통증의 위치가 명확하죠. 반면 내장통은 내부 장기의 통증으로 통증 부위가 모호한 특징이 있습니다.

신경병증성 통증(neuropathic pain)은 신경계통의 직접적인 손상이나 신경 기능의 변화에 의해 생기는 통증을 얘기합니다. 신경이 손상되어서 실제로는 별다른 자극이 없었는데, 통증이 있다고 잘못된 신호를 전달한다든가 하는 걸 신경병성 통증이라고 하죠.

침해수용성 통증과 신경병증성 통증은 일부 칼같이 구분이 되는 경우도 있지만, 그렇지 않기도 합니다. 통증이란 일종의 스펙트럼입니다. 일반적으로는 침해수용성 통증이 만성적인 통증으로 발전하면, 통증에 적응하면서 통증 반응이 적어지게 되는데, 어떤 환자들은 이 과정에서 통증이 잘 관리되지 않는 경우, 오히려 신경계통에서 통증 자극을 정확하게 전달하지 못하면서 신경병증성 통증으로 발전하기도 합니다. 통각과민(hyperalgesia, 아주 조금 아픈 자극에도 큰 통증을 느끼는 것)이나 이질통(allodynia, 피부를 만지는 정도의 자극에도 통증을 느끼는 것) 같은 것들이 그 예죠.

암 환자에서 침해수용성 체성통은 암 세포가 뼈나 피부, 근육, 인대 같은 것들에 침습했을 때 나타납니다. 침해수용성 내장통은 체성통과 동일하게 암 세포가 내부 장기에 침습했을 때도 나타날 수 있지만, 복강 내나 흉강 내에서 암이 커지면서 다른 장기를 압박할 때도 나타날 수 있죠. 신경병증성 통증이라면 암 세포가 말초 신경을 먹어들어갔거나, 척수 같은 중추 신경계에 영향을 줄 때 나타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어떤 암들이 통증을 유발하는 것으로 악명이 높을까요? 앞서 설명한 내용들을 포함해 반려동물의 암성 통증에 관해 잘 정리한 리뷰 논문이 있습니다. 2014년 VCNA(Veterinary Clinics of North America)에 올라온 Timothy M. Fan의 논문입니다.

이 논문에서 통증을 유발할 것으로 예상되는 종양들은 아래와 같습니다. 영어는 영 보기가 좋지 않으니, 한글로 옮겨보죠.

암성 통증의 종류

해부학적인 위치와 종양의 종류

침해수용성 체성통(Nociceptive somatic pain)

근골격계에 생긴 종양

– 뼈와 관절에 생기는 육종(Bone and joint sarcoma)

– 뼈에 전이된 암종(metastatic carcinoma)

– 뼈에 생긴 형질세포종(osseous plasmacytoma)

머리와 얼굴에 생긴 종양

– 구강에 생긴 종양(흑색종melanoma, 연조직육종fibrosarcoma, 편평세포암종SCC)

– 비강에 생긴 종양 (암종carcinoma, 연조직육종fibrosarcoma, 편평세포암종SCC)

– 머리뼈와 안와에 생긴 종양(다엽성 골육종multilobular osteochondrosarcoma)

– 이도 내에 생긴 종양(암종carcinoma)

생식기계에 생긴 종양

– 염증성 유선 종양(Inflammatory mammary carcinoma)

결합 조직에 생긴 종양

– 비만세포종(Mast cell tumor)

– 아포크린 샘 암종(Apocrine gland carcinoma)

– 주사부위 육종(Injection site sarcoma)

침해수용성 내장통(Nociceptive visceral pain)

비뇨생식기계

– 이행상피세포암종(Transitional cell carcinoma)

– 전립선암종(Prostatic carcinoma)

– 신세포암종(Renal carcinoma)

생식기계 종양

– 자궁 평활근육종(Uterine leiomyosarcoma)

소화기계 종양

– 췌장암(Pancreatic carcinoma)

– 소화기암 혹은 소화기 평활근육종(Intestinal carcinoma or leiomyosarcoma)

내부 장기(visceral organ)

– 간세포암(Hepatocellular carcinoma)

– 혈관육종(Hemangiosarcoma)

– 암종증(Carcinomatosis)

신경병증성 통증(Neuropathic pain)

중추신경계

– 뇌수막종(Meningioma), 별아교세포종(Astrocytoma)

말초신경계

– 상완신경총 종양(Brachial plexus tumor)

근골격계

– 척추체에 생긴 종양이 척수를 압박하는 경우

(Vertebral body tumor with spinal ord compression)

사람에서는 보통 머리나 목에 생기는 종양, 혹은 췌장암이 특히 더 통증이 심하다고 알려져 있는데, 강아지 고양이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강아지 고양이에서는 뼈에 생기는 종양(대표적인 게 골육종)이나 구강이나 코에 생기는 종양, 혹은 비뇨생식기계에서 생기는 종양들이 통증이 두드러진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전이가 되는 케이스들은 어떨까요? 원발 종양이 따로 있고, 종양이 전이가 된다면 전이 위치에 따라서도 통증을 보일 수 있습니다. 림프절은 보통 조양이 통증을 유발하는 위치는 아니라고 하지만, 종양이 진행이 많이 된 상태(=전이된 림프절의 사이즈가 상당히 커진 상태)라면 림프절의 캡슐을 커진 종양이 벌리면서 침해수용성 내장통(nociceptive visceral pain)을 유발할 수 있다고 봅니다(림포마는 통상 통증을 심하게 유발하는 종양이라고 보지는 않지만, 진행이 많이 되면 아플 수도 있다는 얘기죠). 피막(=캡슐)에 쌓인 종양들은 어떤 종양이든 그럴 수 있습니다. 또한 어떤 종양의 전이가 뼈로 됐다면 당연히 통증은 심하게 나타납니다.

종양이 아니라 종양에 의한 증상(?) 때문에 나타나는 통증도 있습니다. 어떤 종양이 종양과는 별개의 뜬금없는 무언가의 작용을 해서 증상을 나타내는 걸 부종양 증후군(paraneoplastic syndrome)이라고 하는데, 이런 부종양 증후군에 의해서도 통증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비만세포종 같은 경우는 히스타민을 과하게 분비하면서 위장관에 궤양을 유발할 수 있는데, 이런 궤양이 생기면 당연히 침해수용성 내장통이 나타납니다. 다발성 골수종(multiple myeloma) 같은 경우, 부종양 증후군으로 사구체신염을 유발할 수 있는데, 이런 것도 통증을 유발할 수 있죠. 원발성 폐 종양의 경우 간혹 부종양 증후군으로 증식성 뼈병증(hypertrophic osteopathy)를 유발하는 경우가 있는데, 뼈에 영향이 가는거니 당연히 통증을 유발합니다. 암 환자를 케어할 때, 수의사들은 이런 통증을 유발할만한 케이스에 대해 공부해두곤 하죠.


WHO는 암성 통증을 관리할 때 어떻게 해야하는가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공하고 있는데, 동물에서의 암성 통증 관리도 이 기준을 대략적으로 따라갑니다. WHO는 암성 통증을 관리하고자 할 때, 3단계의 구분법을 가지고 통증 관리를 하라고 합니다. 쉽게 생각해서 가벼운 통증(mild pain), 중등도의 통증(moderate pain), 심한 통증(severe pain)이라고 볼 수 있죠.

약을 사용하는 것에 비유하면 보통은 마약성 진통제 없이 관리를 우선 해보고, 이것으로 해결이 안되면 가벼운 마약성 진통제(사람은 보통 코데인이나 트라마돌)을 써봅니다. 이걸로 해결이 안되면 조금 더 강력한(펜타닐이나 몰핀) 진통제로 통증 관리를 하라고 하죠. (그래서 말기 암환자에서 통증 관리가 안되면 펜타닐 패치를 붙여야 한다는 얘기가 나오는 겁니다.)


암 환자들은 얼마나 오래 사느냐도 중요하지만, 무지개 다리를 건너기까지 얼마나 편안하게 사느냐도 중요합니다. 그래서 환자가 어떤 암을 앓고 있는지를 토대로 통증을 가늠해보고, 실제 보호자분과 함께 환자의 통증 정도를 평가해서 환자가 아프지 않게 하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그냥 몸을 떨어서 아픈 것 같다는 느낌보다는 체계적인 통증 평가 시스템과 예상되는 통증의 정도를 토대로 약을 쓰죠. 통증 관리 과정에서 중등도 이상의 통증이 나타나면 마약성 진통제 없이는 통증 관리가 어려운 경우도 있으니, 통증 관리를 위해 동물병원의 약제실에 필요한 약들이 준비되어 있기도 해야합니다. 마약성 진통제가 준비되어 있어야 한다는 건 당연한 얘기고, 뼈에 발생하는 종양에서 사용하는 파미드로네이트 같은 약물들까지도 (자주 사용하진 않더라도) 구비가 되어 있어야 하죠. 오늘동물병원은 암 자체에 대한 관리만큼이나, 통증과 환자의 삶의 질에 대한 관리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그래서 통증 관리를 위해서 가용할 수 있는 수단을 가능한 다 쓰려고 노력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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