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검진을 온 어떤 고양이에서 소변 비중이 정상보다 낮았고, 혈액 검사를 했는데, A 장비에서는 크레아티닌 1.8mg/dL, B 장비에서는 1.4mg/dL, C 장비에서는 2.4mg/dL가 나왔다면, 이 환자의 신부전은 몇 기인 걸까요? A 장비 기준으로는 2기일테고, B 장비 기준이라면 1기, C 장비 기준이라면 2기 말 정도가 되지 않을까 싶네요. 동일한 환자라는 걸 생각하면, 어떤 혈액 검사로 검사를 했느냐에 따라서 환자의 신부전 기수가 달라질 수 있다는 얘기가 됩니다.
혈액 검사 장비의 bias란 이런 문제를 유발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보니 보호자분들 입장에서는 그럼 제일 정확한 혈액 검사 장비를 쓰는 병원을 어디일까에 대한 고민을 해볼 수 있겠지만, 사실 그런 건 없습니다. 모든 장비는 각각의 수치에 대해서 일정 부분은 bias를 가지고 있죠. 그렇다고 혈액 검사 장비를 믿을 수 없다는 얘기냐 하면 꼭 그런 것은 아닙니다. 각각의 혈액 검사 장비들은 bias가 있을지는 몰라도 재현성(동일한 검사를 했을 때, 비슷한 검사 결과를 뽑아주는 것)은 좋은 편이라 똑같은 혈액 검사 장비로 반복 검사를 한다면, 환자의 경향성이나 상태에 대한 평가는 비교적 명확하게 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말하자면, 병원을 너무 자주 옮겨다니면서 이 장비 저 장비로 혈액 검사를 했다면, 각각의 결과지는 어차피 일대일 비교가 어렵기 때문에 큰 의미가 없다는 얘기이기도 합니다.
혈액 검사 장비를 만드는 회사들도 자신들의 장비가 bias가 있다는 사실을 압니다. 그래서 혈액 검사 장비들마다 정상 범위(reference interval)가 다르죠. 어느 정도 비율에 따른 차이(proportional bias)가 있으니, 상식적으로는 정상 범위도 똑같이 proportional하게 달라질 거라고 생각이 됩니다. 만약 A라는 장비가 B라는 장비보다 20% 정도 수치를 더 높게 뽑아내는 경향이 있다면, A라는 장비의 정상 범위가 B보다는 20% 더 높겠거니…라고 생각할 수 있죠.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는 게 수의학의 비극입니다.
사람에서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Harmonization이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서울에서 혈액 검사를 하든, 부산에서 혈액 검사를 하든 정상 범위가 항상 동일하도록 만든 거죠. 그래서 환자가 어느 병원을 가서 검사를 하든 장비나 병원에 상관없이 일대일 비교가 가능하도록 하는 개념이 있습니다. 하지만 동물은 아직 이런 게 없습니다.
그럼 동물병원들은 여태 야바위 하듯이 혈액 검사를 했다는 얘기냐…하면 그런 건 아닙니다. 이게 어쩔 수 없는 현재 기술의 한계라는 얘기에 가깝죠. 이런 기술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서, 수의사들은 어떤 수치를 비교할 때는 동일 장비로 한 결과값을 비교할 때만 의미를 둔다든가 하는 노력을 합니다. (수의사가 조금 예민하게 굴면, 다른 병원에서 한 검사 결과를 그대로 받아들이기보다는 똑같은 검사임에도 다시 한 번 검사를 하자고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보호자분의 비용 부담은 늘지만, 혈액 검사 장비가 다르니, 이전 검사 결과를 그대로 받아들이기보다는 자기 병원의 혈액 검사 장비로 검사를 하고자 하는 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