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아지 고양이의 정맥 라인 잡기, 스탠다드를 따라서.
그깟 라인 하나 잡는 게 뭐 대단한 일이라고 이렇게 여러번 글을 쓰게 될까 싶었습니다. 라인 잡을 때 쓰는 테이프를 가지고 포스팅을 했던 적도 있고, 어떤 색의 카테터로 라인을 잡아야 하나를 가지고 포스팅을 했던 적도 있죠. 어쩌면 인턴 때보다 원장이 된 지금이 라인에 대한 고민을 더 많이 하는 게 아닌가 싶네요. 이번 포스팅에서는 조금 더 스탠다드한 […]

동물병원은 꽤 다양한 테이프를 사용하는 곳입니다. 털이 잔뜩 있는 강아지와 고양이게 적당히 잘 붙으면서도, 피부가 약한 아이들에게서 떼어낼 때 자극이 크게 남지 않는, 하지만 고정력은 단단한 테이프를 사용해야하기 때문에 이런저런 테이프들을 용도에 맞게 다양하게 쓰게 되죠. 이번 포스팅에서는 오늘동물병원에서 어떤 테이프를 쓰는지에 대한 얘기를 해볼까 합니다. 당연하겠지만, 교과서에서 어떤 테이프를 쓰라고 얘기해주지도 않고, 정답이 있는 얘기도 아닙니다. 오늘동물병원에서 사용하는 테이프가 정답이 아닐 수도 있고, 더 좋은 테이프가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듭니다만, 적어도 다양한 시행착오 끝에 이렇게 쓰는 게 제일 좋았다…는 경험담 정도는 되지 않을까 싶네요. 가끔 라인 제거 이후에 점착성이 없는 코반으로 지혈 테이프를 감아달라고 하시는 분들이 있는 걸 보면 보호자분들께서 관심을 가지실만한 얘기가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환자의 몸에 테이프를 사용하게 되는 가장 흔한 경우는 처음 사진에 나와있는 것처럼 정맥 라인(IV catheter)을 잡을 때입니다. 강아지 고양이의 몸에 무언가를 붙이게 되는 가장 흔한 경우죠. 보통 동물병원에서 이 때 가장 많이 사용하는 테이프는 3M에서 나오는 마이크로포어입니다. 아래 사진의 왼쪽에 있는 하얀색 테이프가 일반적으로 많이 쓰는 마이크로포어죠.

이 하얀색 테이프는 가장 루틴하게 널리 쓰이는 테이프이지만, 점착력이 강하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사람에서 사용할 때는 피부에 큰 자극을 남기지 않지만, 피부가 약한 동물에서 쓸 때는 고정력은 좋은데, 떼기가 쉽지 않습니다. 테이프의 접착제가 털과 떡지면서 테이프를 제거할 때 환자들이 아파하기도 하고, 어떤 경우엔 잘 안 떨어져서 가위를 이용해 테이프를 자르다가 환자에게 상처를 입히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합니다.

오늘동물병원에서는 그래서 정맥 라인을 잡을 때는 하얀색 마이크로포어 대신 갈색 마이크로포어(스킨톤)을 사용합니다. 하얀색 테이프보다는 (아주 조금 더) 비싸지만, 점착력이 약해서 뗄 때 조금 더 수월하게 제거가 가능합니다. 털에 떡지는 경우는 없고, 가위까지 써야할 일은 더욱 없죠. 제거할 때 크게 아파하지도 않고요. 사람에서도 성형외과 등에서 많이 사용하는 테이프라고 알고 있습니다.
사람에서 정맥 라인을 잡을 때 스탠다드라고 하는 것은 투명해서 카테터가 들어가는 위치를 외부에서 쉽게 확인할 수 있는 점착성 드레싱 제품들입니다. 3M에서 나오는 테가덤 같은 제품들이 대표적이죠. 카테터로 인한 감염이나 부종 등의 문제를 확인하기 쉽기 때문에 이런 투명한 드레싱 제품이 스탠다드로 추천됩니다.

동물도 언제든지 정맥 카테터 장착 부위를 확인할 수 있게 투명 필름을 붙일 수 있다면 좋겠지만, 테가덤은 동물에서는 유지가 잘 되지 않습니다. 점착성은 둘째치고, 단단하게 장착되어야 하는 정맥 카테터가 고정이 거의 전혀 되지 않는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테이프 중에 투명한 게 없을까 찾아보고, 그나마 투명하게 테이프 아래를 볼 수 있는 트랜스포어라는 제품을 써봤는데, 이건 점착성이 앞서 말했던 하얀색 마이크로포어보다도 강하더군요. 일단 강아지 고양이 피부에 붙으면 잘 떨어지지 않습니다.
그래서 오늘동물병원은 이러저러한 시행착오 끝에 IV 라인을 잡을 때는 갈색의 스킨톤 마이크로포어를 사용합니다. 하얀색 마이크로포어는 피부에 닿지 않는 것을 고정하고자 할 때 씁니다. 수술 후에 몸이나 수술 부위에 감암주는 붕대나 밴디지를 할 때 하얀색 마이크로포어를 사용하죠. 점착성이 좋기 때문에 밴디지를 단단하게 고정해주어서, 이 경우엔 갈색 마이크로포어보다 하얀색이 더 유용합니다.
IV 라인을 제거한 후에는 어떻게 할까요? 최근에는 코반(압박용 탄력 붕대)을 사용하는 병원이 많아졌지만, 여전히 많은 병원에서 이 때도 하얀색 마이크로포어를 사용합니다. 제거할 때 아프다보니, 어떤 경우엔 보호자분께서 코반을 들고 다니시는 경우도 있더군요. 지혈 테이프 붙일 때 사용해달라고 병원에 부탁하기 위해서요. 사람에서는 귀엽게 생긴 동그란 점착성 밴드를 쓰곤 하지만, 동물의 경우 점착성이 있으면 뗄 때 피부자극이 생기는 경우가 많습니다. 사람처럼 자기가 누르고 있는 게 아니니까, 압박이 잘 안되어서 멍이 드는 경우도 있고요.
코반을 지혈 테이프로 사용하면, 코반 자체가 압박하는 효과가 있으니 적당히 지혈을 도와주면서 동시에 점착성이 거의 없는 제품이라 잡아당기기만 해도 털에 전혀 붙지 않고 쉽게 지혈 테이프를 제거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사람에서는 피부 자극이 크지 않아서 별 부담없이 사용하는 많은 드레싱 제품들이 동물에서는 자극을 유발하곤 합니다. 그래서 상처 치료를 할 때도 adhesive(점착성)라는 말이 붙어있는 드레싱제는 가급적 피하려고 노력하죠. 간혹 아이에게 상처가 나면, 보호자분들께서 그 위에 대일밴드나 듀오덤 같은 걸 붙여서 병원에 오시는 경우가 있는데, 상처를 보려고 드레싱을 제거하면, 실제로 상처보다는 밴드의 점착 성분이 더 빨갛게 피부 자극을 남겨놓은 걸 보게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오늘동물병원에서 상처 치료를 할 때, 젤 타입의 제품이나, 점착성분이 없는 드레싱 제품을 사용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습니다.


하지만 불가피하게 점착성분이 있는 걸 써야할 때도 있습니다. 대표적인 게 진통패치입니다. 진통 패치는 입원 기간을 단축시켜줄 수 있다는 압도적인 장점 때문에 (단점이 없지 않지만) 종종 사용하게 되는데, 이 진통 패치가 효과가 다되어서 제거해야될 때가 사실 종종 곤혹스럽습니다. 피부에 착 달라붙어서 뗄 때 환자가 아파하기도 하지만, 떼어낸 자리가 빨갛게 피부 자극이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혹은 최근 많이 사용하는 CGMS(연속혈당측정기)를 제거할 때도 측정기 안쪽에 있는 점착 성분이 피부자극을 유발하곤 하죠. 빨갛게 변한 피부는 보통 시간이 지나면 좋아지지만, 그래도 신경이 쓰이는 건 어쩔 수가 없습니다.
이럴 때 완벽하진 않지만, 접착제를 제거하는 리무버를 씁니다. 사무용품 중에 스티커 자국이나 테이프 자국을 제거해주는 것들이 있는데, 그런 제품들의 의료용 버전이 아닐까 싶습니다. 진통패치나 CGMS를 제거할 때면 이런 리무버를 이용해서 덜 아프게 떼어내는 거죠.

이런 걸 사용하면, 완벽하진 않더라도 그냥 떼어내는 것보다는 조금 더 환자가 편안하게 접착제를 제거할 수 있습니다. 피부가 빨갛게 올라오는 것도 덜하고요.
이 외에 콧줄을 달아놓는다든가 해서 테이프가 잘 뜯기지 않고, 단단해야할 필요가 있을 때는 마이크로포어 대신 듀라포어라고 하는 조금 더 단단한 테이프를 사용합니다. 듀라포어는 점착성이 강해서 피부에 직접 붙이기엔 부적합하지만, 단단하고 잘 끊어지지 않아서 비식도관(콧줄)에 달아서 피부에 봉합을 고정하거나 할 때는 매우 유용하죠. 잘 끊어지지는 않지만, 손으로 결을 따라 찢으면 잘 찢어져서 사용도 간편합니다.
이런 테이프와 관련된 내용들은 사실 사소한 부분들이긴 합니다. 교과서에 나오지 않는다는 얘긴 이렇게 하든 안하든 크게 중요하지 않다는 얘기이기도 하죠. 하지만 오늘동물병원은 이런 사소한 것들이 쌓여서 병원을 무서워하는 아이들에게 그래도 조금이나마 더 나은 경험을 만들어준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조금 더 세심하게 신경을 쓰려고 노력을 하는 거고요 🙂
그깟 라인 하나 잡는 게 뭐 대단한 일이라고 이렇게 여러번 글을 쓰게 될까 싶었습니다. 라인 잡을 때 쓰는 테이프를 가지고 포스팅을 했던 적도 있고, 어떤 색의 카테터로 라인을 잡아야 하나를 가지고 포스팅을 했던 적도 있죠. 어쩌면 인턴 때보다 원장이 된 지금이 라인에 대한 고민을 더 많이 하는 게 아닌가 싶네요. 이번 포스팅에서는 조금 더 스탠다드한 […]
요즘엔 가정집에 강아지 고양이들을 위해 산소방을 대여해주는 서비스도 있어서, 산소가 필요한 환자에게 산소를 공급해주는 개념이 보호자분들께도 많이 익숙합니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병원에서는 어떤 방식으로 산소를 보충해주는지, 오늘동물병원은 어떤 방법을 쓰는지에 대한 얘기를 해볼까 합니다. 휴일을 맞아, 케이스 포스팅을 좀 해볼까해서 강아지 고양이의 심인성 폐수종에 대한 얘길 쓰고 있었는데, 산소 공급에 대한 얘기가 너무 길어지는 것 같아 […]
사람이나 동물이나 마취는 언제나 긴장됩니다. 특히 동물의 마취는 사람의 마취보다 리스크가 조금 더 높은 편이고, 동물은 사람처럼 가만히 움직이지 않고 참아주는 경우가 없기 때문에 스케일링 같은 걸 할 때도 전신마취가 필요하죠. 그렇다보니 마취를 어떻게 하느냐는 매우 중요한데, 이번에는 오랜만에 병원 자랑도 할겸, 오늘동물병원에서 어떤 식으로 마취를 하는지 살펴볼까 합니다. 보통 마취학(Anesthesiology)에 대해 얘기를 할 때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