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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사기 강급은 가능하면 하지 마세요

강아지든 고양이든 밥을 안 먹으면, 그것만큼 보호자분을 힘들게 하는 것이 없습니다. 식욕이 없어진다는 건 어디가 많이 아프다는 신호이기도 하지만, 아이를 케어하는 보호자분들이 보실 때도 이러다 아이가 잘못되는 게 아닌가 겁먹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수의사들도 이런 걸 모르지 않습니다. 2019년 VCNA에 올라온 리뷰 논문 “Perspectives on Feeding and Nutrition“을 보면 이런 부분이 아주 잘 적혀있습니다.

영어로 적혀있는 부분을 간단하게 옮겨 보면, 이런 내용입니다. 많은 보호자들이 반려동물에 대한 애정을 먹을 것을 주면서 표현하고, 그걸 받아먹는 강아지 고양이를 보며 아이가 행복해한다고 느낍니다. 하지만 아이가 음식을 거부하면 이런 사랑이 거부당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게 되어 감정적으로 힘들어집니다. 또한 밥을 먹지 않는 것을 보면, 이러다가 굶어 죽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고, 그 과정을 지켜보면서, 아이에게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해주지 못하고 있다는 무기력함을 느끼게 되죠. 거기다가 식욕이 없으면 (간식에 섞여 먹이곤 했었는데) 약을 먹이기도 훨씬 어려워져 약을 먹이지 못하고 있다는 죄책감까지 보호자들이 느끼게 됩니다.

병원에서는 밥을 먹지 않는 원인을 찾고, 그 원인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지만, 그 원인이 해결 되기 전까지 환자는 밥을 계속 안 먹는 경우가 일반적이고, 그럴 경우 수의사와 보호자가 모두 고려하게 되는 것이 강제 급여, 즉 강급입니다. 수의사들은 식욕이 조금 줄어든 상태인지, 아니면 아예 먹을 것 자체를 입에 대지 않는 식욕절폐 상태인지에 따라서 식욕촉진제 같은 약물적인 접근법도 고려합니다만, 보호자분들께서 아무래도 제일 먼저 떠올리시는 것이 입 안에 음식물을 직접 넣어주시는 겁니다. 처음에는 평상시 좋아하던 간식 같은 것도 줘보고, 손으로 떠먹여 줘보기도 하고(=핸드피딩), 살짝 음식을 따뜻하게 만들어서 줘보기도 하지만, 그래도 밥을 안 먹는다면 결국엔 사료를 갈아서 걸쭉하게 유동식처럼 만든 걸 주사기에 넣어 아이 입에 강제로 넣어줍니다. 때로는 음수량이 부족한 것 같다는 이유로 물을 이렇게 주사기로 강제 급수하시는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수의학은 이렇게 주사기를 이용해 강제로 음식을 입 안에 밀어넣고, 물을 주시는 걸 추천하지 않습니다. 이렇게 강급/강수를 하는 것이 장점보다는 단점이 훨씬 더 많기 때문입니다. 주사기 강급의 단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주사기 강급 자체가 강아지 고양이에게는 괴로운 경험이기 때문에 그 경험이 떠올라서 향후 음식 자체를 기피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습니다. 특히 이런 음식 회피 현상(food aversion)은 고양이에서 더 흔하게 나타납니다. 강급은 꽤나 스트레스를 받는 경험인데, 이런 경험이 학습되면 나중에는 몸이 아프다는 느낌이 들면, 보호자를 피해다니는 아이들도 있습니다.

2. 이렇게 강급을 하는 것은 아이뿐만 아니라 보호자분에게도 상당히 스트레스를 줍니다. 강급을 할 때마다 거부하는 아이와 전쟁을 치뤄야 하기 때문이죠.

3. 주사기 강급으로는 충분한 칼로리를 공급할 수 없습니다. 강급을 해보신 분이라면 아시겠지만, 입으로 들어가는 게 반이면 밖으로 흘러나오는게 반입니다. 그래서 보통은 아이가 필요로 하는 칼로리를 계산해서 양을 정해놓고 먹인다 하더라도 소실되는 양 때문에 필요한 양을 다 먹이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4. 환자 상태가 좋지 않은 경우, 오연성 폐렴의 리스크가 높아집니다. 주사기로 주는 음식이나 물이 기도로 넘어가게 된다면, 폐렴으로 발전해서 환자를 더 나쁘게 만드는 경우가 있습니다. (아주 어린 새끼 강아지/고양이에서도 분유를 먹일 때 주사기로 먹이는 걸 추천하지 않는데, 동일한 이유라고 보시면 됩니다.)

이런 이유들 때문에 수의학에서는 어떤 교과서도 주사기 강급을 추천하지 않습니다. 물론 그렇다고 아무것도 안 먹는 환자에게 주사기 강급이 좋지 않으니, 손놓고 있으라는 얘기는 아닙니다. 수의학에서는 주사기 강급을 해야하는 수준으로 식욕이 없다면, 콧줄(비식도관)이나 식도관 같은 튜브를 이용해서 강급을 하는 것을 권합니다. 2016년 VCNA에 올라온 Sherri Ross의 논문을 보면, 이런 적용법이 소개됩니다. 만성 신부전 환자에서 피딩 튜브를 이용하는 방법에 대한 리뷰 논문입니다.

만성 신부전 환자들은 전반적으로 식욕이 떨어져서 충분한 영양을 섭취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럴 경우 조기에 식도관을 장착해서 환자에게 식도관을 통해 음식과 약, 물을 섭취하게 한다는 거죠.

사진 속 고양이는 논문에서 소개되는 케이스 중 하나인데, 15살에 신부전 관리를 위해 식도관을 장착하고, 21살까지 식도관을 통해 약과 사료, 수분을 공급해준 경우입니다. (총 1893일 동안 식도관을 장착한 채 살았다고 나옵니다) 사족이지만, 이럴 경우 수분 보충도 식도관을 통해서 주기 때문에 피하수액의 필요성도 없어집니다(매일 주사 바늘을 찌를 필요가 없어지는 거죠).

경험적으로 볼 때, (문화적인 차이 때문인지) 많은 보호자분들이 아이 몸에 관을 장착하는 것에 큰 거부감을 가지십니다. 입원 기간 중에 장착하는 콧줄도 그렇고, 장기적으로 영양 공급을 하기 위해 장착하는 식도관도 그렇습니다. 콧줄은 마취가 필요하지 않지만, 식도관은 마취가 필요하기 때문에 마취에 대한 거부감도 큰 편이시고요. 그 때문에 마취나 관을 장착할 필요 없는 주사기 강급을 선택하시곤 하는 경우가 거의 대부분인데, 이게 궁극적으로는 아이와 보호자분 모두에게 좋지 않다는 점을 이해하셔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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