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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생제 감수성 검사 결과, 실험실에 따른 비교 리뷰

이번 포스팅은 아마도 정말 철저하게 (가끔 블로그를 찾아주시는) 수의사 선생님들을 위한 내용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수의사가 아니라면 이해가 어려운 내용들이 있는데 (자세하게 풀어쓰지 않을 생각이고), 개인적인 호기심을 풀어본 걸 약간은 내돈내산 리뷰 형식으로 쓸 계획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애초에 보호자분들이 보기엔 그닥 유용한 정보도 아닙니다(알면 흥미로울 수는 있지만, 이걸 안다한들 수의사를 믿는 것 말고 보호자분들이 할 수 있는 건 없습니다.). 수의사가 보기엔 몹시 유용한 정보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드는데, 흔히 동물병원에서 외부로 의뢰하는 배양 검사에 대한 외부 의뢰 업체별 비교이기 때문입니다. 똑같은 환자에게서 채취한 검체를 각각 다른 업체에 배양 검사를 보냈을 때, 다들 어떻게 결과 리포트를 해주는지 비교해보고, 어디가 제일 괜찮은지 내돈내산 리뷰를 해보는 거죠.

오늘동물병원의 경우 외부의뢰 검사를 할 때는 보통 동일 검사에서 제일 퀄리티 좋은 결과값을 뽑아주는 업체에 의뢰를 합니다. 의뢰 비용보다는 결과의 퀄리티가 의뢰 업체를 정하는 기준이 되죠. 만약 퀄리티에 큰 차이가 없을 것으로 생각된다면, 보통은 비용이 조금 더 저렴하거나, 결과를 더 빨리 알려주는 쪽에 의뢰를 합니다. 의뢰 비용이 적으면 보호자가 부담해야하는 의료비가 줄어든다는 장점이 있고, 결과가 빨리 나오면 나올수록 환자에게 더 적합한 관리를 빠르게 해줄 수 있으니까요.

헌데 이게 늘 애매했던 부분이 항생제 감수성 검사입니다. 조직 검사 같은 건 쉽습니다. 굳이 비교 평가를 해보지 않더라도 ACVP(미국수의병리학) 전문의들이 자기들끼리 상의해서 결과를 리포트로 뽑아주는 아이덱스(IDEXX)나 앤텍(Antech)이 좀 더 믿음이 가죠. 항생제 감수성 검사도 일정부분은 배양 검사 장비가, 혹은 정해진 프로토콜이 결과값을 알려주는거니 랩(Lab)에 따른 차이가 그리 크지 않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항생제 감수성 검사는 결과를 리포트하는 방식에 사람의 손길이 개입합니다. 조직 검사처럼 특정 임상병리학자의 손길이 아니라, 사람이 정해둔 랩 차원의 결과 리포트 방식이 개입하죠.

랩에서 그 기준을 어떻게 세워뒀느냐에 따라서 임상가가 실수 없이 조금 더 적합한 항생제를 쓸 수 있기도 하고, 잘못된 항생제를 선택하도록 이끌 수도 있습니다. 혹은 똑같은 감수성이 뜨는 항생제들 중에서 가장 효과적인 항생제를 선택할 수 있게 해주기도 하죠. (제일 좋은 건 수의사가 결과지의 함정에 빠지지 않게 스스로 잘 알고 있는거지만, 세상이 늘 그렇게 쉽지만은 않더군요.)

그래서 여기서는 한국의 동물병원에서 흔히 외부 의뢰 검사를 하는 실험실 4곳의 배양 검사를 비교해보려 합니다. 한국의 임상수의사라면 한 번쯤 다 들어봤을법한 아이덱스, 팝애니랩, KVL, 그린벳의 배양 검사 결과를 비교해보는 거죠(네오딘은 포스팅을 하는 23년 12월 기준 배양 검사를 하고 있지 않습니다. 7월부터 배양 검사는 개점휴업 상태입니다). 그냥 제일 단가 저렴하고, 결과 빨리 나오는 업체가 아니라, 임상가의 관점에서 가장 괜찮다 싶은 랩을 찾아보는 겁니다.

검체 의뢰, 결과가 가장 빨리 나오는 곳은?

일단 검체를 먼저 의뢰해보죠. 환자는 14살의 말티즈로 아토피로 만성적인 피부 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입니다. 최근에 세균성 피부염이 다시 도지기 시작하면서 온몸에 피부 병변이 확인됐습니다. 약용 샴푸로 관리를 하는 환자였고, 전신 항생제를 투약했던 적은 한 번도 없었는데, (배양 검사가 필요했던 환자는 아니었지만) 비교분석을 위해 이 환자에게서 검체를 채취했습니다.

세균이 있다는 걸 명확하게 하기 위해서 세포학 검사도 했죠.

세균이 있다는 걸 명확하게 확인하고, 동일한 병변에서 동일한 방식으로 검체를 채취해 동시에 실험실 4곳에 의뢰를 했습니다. (내돈내산 실험실 배양 검사 리뷰)

금요일 오전 11시 20분쯤 실험실 홈페이지를 통해 검사를 의뢰했습니다. 병원이 서울에 있다보니 아무래도 지방의 동물병원과 비교했을 때, 검체 수거 방식이 다르다는 차이는 있겠지만, 서울 기준으로는 팝애니랩, KVL, 아이덱스, 그린벳 순으로 검체를 수거해갔습니다. 아마 의뢰 시점이 오후였다면, 팝애니랩, 그린벳, KVL, 아이덱스 순으로 검체를 수거해가지 않았을까 싶네요. 서울 기준 팝애니랩의 장점은 오전/오후로 검체 수거를 해서 빠르게 의뢰가 가능하다는 점입니다. 반면 그린벳의 경우, 주간 진료만 하는 병원 기준으로 새벽에 병원문 앞에 검체를 걸어둬야 하기 때문에 썩 마음에 들진 않았습니다. 누군가 제 3자가 가져갈 수도 있다는 게 (검체를 누가 가져가겠냐마는) 괜히 찝찝한 부분일 수 밖에 없고, 여름철이라면 보관박스만으로 냉장 보관이 잘 될까 하는 의문도 있으니까요.

이후 며칠을 기다리자 검사 결과가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가장 결과가 나오는 속도가 빨랐던 곳은 팝애니랩입니다. 금요일에 의뢰했는데, 토요일에 세균이 검출됐다는 1차 리포트를 주고, 월요일에 감수성 검사 결과 리포트를 주더군요. 감수성 검사 결과까지 나오는 데 걸린 시간이 대략 3일 정도였습니다. 월요일 정오가 조금 넘어서 결과가 나왔는데, 세균이 자라는데 시간이 필요하다는 걸 생각하면 엄청난 속도라는 생각이 들었죠.

은메달은 의외로 아이덱스였습니다. 아이덱스는 배양 검사를 자체적으로 하지 않고, 국내에 한해서 배양은 외주로 검사를 진행합니다. 아이덱스에 배양을 의뢰하면 배양 검사는 인의용 랩인 삼광의료재단에서 진행되죠(결과 리포트에 그렇게 쓰여져 있습니다). 어차피 검사 결과 빨리 나오는 걸로 유명한 곳은 아니다보니 별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화요일 오후 5시쯤이 되니까 결과가 나오더군요.

세번째는 아이덱스와 거의 비슷한 시간에 결과가 나온 그린벳이었고, 마지막은 하루가 더 지난 수요일에 결과가 나온 KVL이었습니다. 그린벳은 아이덱스 결과가 나오고 1시간 정도 후인 화요일 오후 6시 30분쯤 결과가 나왔고, KVL은 다음날 오후 4시 즈음이 되어서 결과가 나오더군요. 의외의 긴 글에 스크롤을 쭉쭉 내리고 있을 바쁜 수의사들을 위해 순서를 요약하자면…

  1. 팝애니랩 (의뢰 후, 3일차에 결과 발송)

  2. 아이덱스 (의뢰 후, 4일차에 결과 발송)

  3. 그린벳 (의뢰 후, 4일차에 결과 발송)

  4. KVL (의뢰 후, 5일차에 결과 발송)

가장 빠른 팝애니랩과 가장 느린 KVL은 대략 이틀 정도의 속도 차이가 납니다. 이 케이스 같은 피부 환자라면 이틀이 큰 의미가 없겠지만, 패혈증 같은 질환으로 요단강에 한쪽 발 담궈놓고 오늘내일하는 환자에게 이틀은 생사를 가를 수도 있는 시간이니 결과를 빨리 알려준다는 건 중요할 수 있죠. 환자에 따라서는 (수의사가 감수성 검사 결과 판독을 스스로 잘 할 수 있다는 전제 하에) 결과 리포트의 퀄리티보다는 속도가 중요한 경우가 있을텐데, 그럴 경우 팝애니랩의 빠른 검사 속도는 매우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결과지 비교를 위한 배경 지식

항생제 감수성 검사 결과를 판독하고자 하면, 당연히 결과지를 받아보는 수의사도 어느정도는 배경지식이 필요합니다. 대부분의 수의사들이 알고 있을 내용이라 믿지만, 이후에 서술할 기준을 설명하기 위해서 간단하게 리마인드만 하고 가죠.

먼저 항생제 감수성 검사는 크게 2가지 방식으로 구분이 됩니다. 항생제 디스크를 기준으로 배지에서 세균이 어느 반경까지 자라는지 확인하는 디스크 확산 방식(Disk diffusion test)이 있고, 항생제가 각기 다른 농도로 섞여 있는 배양액에 세균을 자라게 해서 어느 정도 농도에서부터 자라기 시작하는지 확인하는 Broth microdilution test(통칭 MIC법)가 있죠. 랩에서 어떤 방식으로 검사를 해주는지 구분이 그렇게 어렵지는 않은 게 MIC(Minimum Inhibitory Concentration)를 알려준다면, microdilution test로 검사를 진행한거고, 배지에 항생제 디스크가 콕콕 박혀있는 사진을 보내주거나, 억제대 직경(zone diameter)를 알려준다면 디스크 확산법으로 검사한 겁니다. 각각의 방법은 장단이 있죠.

어떤 항생제가 세균에 감수성이 있는지 없는지를 알려면 감수성 여부를 평가하는 기준이 필요합니다. 기준이 되는 지표를 breakpoint라고 하죠(혈액 검사 장비의 정상 범위를 생각하면 쉽습니다). 보통은 CLSI(Clinical and Laboratory Standards Institute)나, EUCAST(European Committee on Antimicrobial Susceptibility Testing) 같은 곳에서 기준을 정합니다. 세균이나 항생제의 종류에 따라 동물용 breakpoint가 있는 경우도 있고, 동물용이 없는 경우에는 사람용 breakpoint를 기준으로 삼을 때도 있습니다. 랩에서 어떤 breakpoint를 레퍼런스로 삼느냐에 따라서 S(Sensitive, 감수성)냐 R(Resistant, 저항성)이냐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어중간한 값을 갖는 경우에는 I(Intermediate)라고 표시하게 되죠. 예를 들면 이런 겁니다.

피부에서 자주 보게 되는 Staphylococcus pseudintermedius의 경우, CLSI 기준 세포벡신(=컨베니아)의 레퍼런스가 되는 breakpoint는 다음과 같습니다.

디스크 확산법 기준으로는 24mm 이상이면 감수성이 있다고 S가 뜨고, 20mm 이하면 저항성이 있다고 보기 때문에 R이 뜹니다. MIC법 기준으로는 MIC 0.5ug/mL 이하일 때는 감수성이 있다고 S, 2ug/mL 이상일 때는 저항성이 있다고 보고 R을 띄워주죠.

랩에서 어떤 breakpoint를 쓰느냐는 매우 중요합니다. 이 breakpoint를 결과지에 알려준다면, 그것도 어떤 항생제를 처방해야할지에 관한 도움이 되는 정보가 되죠. 똑같이 감수성이 있는 항생제라며 S가 떴다 하더라도 아슬아슬하게 억제대가 24mm라서 S가 뜬 세포백신보다는 breakpoint 기준으로 훨씬 더 큰 직경까지 억제가 된 다른 항생제가 더 효과적일 수 있습니다. 위에 있는 CLSI 표를 기준으로, 세포벡신과 앰피실린을 비교해보죠. 만약 감수성 검사 결과에서 세포벡신의 MIC가 0.5ug/mL라고 뜨고, 앰피실린의 MIC가 0.1ug/mL라고 해보죠. 이런 경우, 둘다 breakpoint보다 낮은 MIC값을 갖기 때문에 감수성 검사 결과에서는 S로 뜨겠지만, 세포벡신은 breakpoint에 턱걸이를 한 항생제고, 앰피실린은 여유있게 breakpoint를 넘어선 항생제가 됩니다. 둘 중에 조금 더 효과적일 가능성이 높은 항생제는 당연히 앰피실린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걸 일반화하면, breakpoint를 검사에 나온 항생제의 MIC로 나눈 값이 클수록 조금 더 효과적인 항생제라는 얘기가 됩니다. MIC 숫자만 1대1 비교해서는 어떤 항생제가 더 효과적인 항생제인지 알 수 없습니다. 같은 세균에 대해서 MIC가 4ug/mL가 나온 아미카신이랑, MIC가 2ug/mL이 나온 세프포독심 중에 뭐가 더 효과적인 항생제냐고 누군가 묻는다면, 대답할 수 없죠. MIC의 절대값은 세프포독심(MIC 2)이 아미카신(MIC 4) 보다 더 낮지만, 그게 세프포독심이 아미카신보다 더 효과적인 항생제라는 얘기는 아닙니다. Breakpoint를 알면 그때서야 정확한 답을 말할 수 있는데, 아미카신의 breakpoint가 64ug/mL이고, 세프포독심의 breakpoint가 8ug/mL이라고 해보죠. Breakpoint를 MIC로 나눈 값을 계산해보면, 아미카신은 64/4로 16이고, 세프포독심은 8/2로 4입니다. 16이 4보다 큰 값이니 여기서 예시로 든 특정 세균에 대해서는 아미카신이 세프포독심보다 더 효과적인 항생제라고 얘기할 수 있습니다. 표로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MIC

Breakpoint

Breakpoint/MIC

아미카신

4ug/mL

≥ 64ug/mL

64/4=16

세프포독심

2ug/ml

≥ 8ug/mL

8/2=4

이렇게 breakpoint를 토대로 항생제의 효과를 예측해볼 수 있기 때문에 (혹은 breakpoint/MIC 값이 높다면, 항생제의 용량을 적게 써도 효과적으로 세균을 사멸시킬 수 있을 거라고 예측 가능하기 때문에), 랩에서 레퍼런스로 삼는 breakpoint를 알려준다면, 조금 더 감수성 검사를 판독하는데 도움이 됩니다. 굳이 CLSI 레퍼런스북을 뒤져가면서 일일이 찾지 않아도 되니까요. 또한 이 breakpoint가 동물용 레퍼런스인지 사람용 레퍼런스인지를 알려준다면 그 또한 도움이 됩니다. 동물과 사람의 대사는 다르고, 사람 기준으로 감수성이 있다고 뜬 게 동물에서는 없을 수도 있으니까요. 대표적인 것이 시프로플록사신 같은 약입니다. 한국 동물병원에서는 시프로플록사신이 잘 처방되지 않는 항생제이긴 하지만, 시프로플록사신은 강아지에서는 생체이용률(bioavailability)이 떨어지기로 유명한 항생제죠. 만약 랩에서 시프로플록사신을 감수성 검사 결과에 알려줬는데, 사람의 breakpoint를 기준으로 삼았다면, S가 떴어도 환자의 치료 반응이 떨어질 가능성이 높을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어쨌든 이런 배경지식을 토대로 하나하나 결과지를 살펴보죠. 일단 보기 좋게 쭉 나열해보겠습니다.


슬쩍 봐도 거의 대부분의 항생제에 감수성을 보이는 아주 나이브한 세균이라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세포학 검사에서 구균이 나왔던 것처럼 검사 결과도 Staphylococcus schleiferi로 나왔습니다. 검사 결과지를 보면 어떤 랩에서 MIC법을 쓰고, 어떤 랩에서 디스크 확산법을 쓰는지 알 수 있죠. 둘 모두를 쓰는 곳도 있습니다. 랩마다 알려주는 항생제의 종류가 다르고, 어떤 경우에는 다른 랩에서 S라고 뜬 항생제가 R로 뜨는 곳도 있습니다(아마도 breakpoint를 어떤 걸 쓰느냐에 따라 차이가 나는거겠죠).

각 세균에 따라 항생제의 갯수에는 얼마나 차이가 날까요? 항생제의 갯수가 절대적인 건 아니지만, 아무래도 항생제를 여럿 알려주면 내 병원에 있는 항생제를 알려줄것 같고… 이 중에 하나는 S가 뜨는게 있겠지…라는 생각에 마음이 편안해집니다. 표로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팝애니랩

IDEXX

그린벳

KVL

보고되는 항생제 갯수

19개

14개

22개

24개

같은 세균에 대해서 KVL이 가장 많은 항생제에 관해 알려주고, IDEXX가 가장 적게 알려줍니다. 리포트되는 항생제의 종류는 검출되는 세균에 따라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이게 절대적이지는 않겠지만, 어디가 리포트되는 항생제의 갯수에 포인트를 두는지, 대략적인 랩의 경향 정도는 알 수 있죠. 대부분의 수의사들이 항생제가 적은 것보다는 많은 것을 선호하니 이런 부분에서는 KVL이나 그린벳이 조금 더 낫다고 볼 수 있습니다(디테일하게도 갯수 많은게 장땡인지는 조금 더 따져봐야겠지만요).

그럼 디테일하게는 어떤 차이들이 있는지, 역시나 결과 빨리 보내준 순서대로 하나하나 살펴보죠. 먼저 팝애니랩입니다.

팝애니랩

먼저 팝애니랩은 MIC 농도를 알려주는 것으로 볼 때, microdilution test 방식을 사용하는 랩이라는 걸 알 수 있습니다. 결과지를 받아보는 임상가의 관점에서 MIC를 알려주는 dilution test와, 억제대 반경을 알려주지만 MIC를 알려주지 않는 디스크 확산법 사이에 조금 더 유용한 정보를 많이 주는 것은 팝애니랩 같은 MIC법입니다.

MIC와 breakpoint를 알면 항생제의 효과를 대략적으로 예측할 수 있다고 앞서 얘기했는데, 이는 억제대 반경을 토대로 breakpoint를 적용해도 동일하게 예측이 가능합니다. 예를 들어 디스크 확산법 기준으로 세포벡신의 감수성을 평가하는 breakpoint가 24mm인데, 검사에서 억제대가 32mm가 나왔다면, 이걸 breakpoint인 24로 나눠서, breakpoint 기준 얼마나 더 멀리 확산됐는지(=상대적으로 얼마나 더 낮은 농도에서도 세균이 죽는지)를 알 수 있죠. 그래서 breakpoint 대비 항생제의 효율은 MIC를 토대로 알려주든, 억제대 반경(zone diameter)를 토대로 알려주든 (breakpoint를 알려주기만 한다면) 간단한 계산으로 예측이 됩니다.

반면 디스크 확산법으로는 알 수 없는 게 있습니다. MIC를 알면 항생제의 Cmax(약물 투여 후 최고 혈중 약물 농도)를 토대로 특정 항생제의 약동학과 항생제 감수성 검사 결과를 토대로 이 항생제가 얼마나 더 효율적일지를 더 가능성 높게 예측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보죠. 특정 세균에 대한 감수성 검사에서 아미카신의 MIC가 2ug/mL로 나왔다고 해보죠. 엔로플록사신의 MIC는 0.25ug/mL라고 해보겠습니다. breakpoint를 모르는 상태니 MIC를 기준으로 둘 중에 뭐가 더 효과적인 항생제인지는 알기 어렵습니다만, 어쨌든 둘 다 결과지에 S가 떡하니 박혀있는 상황이라고 해보겠습니다. 둘 중에 뭐가 더 효과적일 가능성이 높을까요? (약전을 찾아보면) 아미카신의 Cmax는 20mg/kg로 줬을 때 65ug/mL고, 엔로플록사신의 Cmax는 20mg/kg으로 줬을 때 4.2ug/mL입니다. 약물의 Cmax를 항생제 감수성 검사 결과의 MIC로 나눠보죠. 그럼 대충 이렇게 됩니다.

MIC

Dose

Cmax

Cmax/MIC

아미카신

2ug/mL

20mg/kg IV

65ug/mL

65/2 = 32.5

엔로플록사신

0.25ug/ml

20mg/kg PO

4.2ug/mL

4.2/0.25 = 16.8

이 경우 약물로 도달할 수 있는 혈중 최고 농도가 MIC를 훨씬 더 많이 웃돌수록 더 효과적일 가능성이 높은 항생제라는 얘기고, 그렇다보니 Cmax/MIC 값이 2배 가량 높은 아미카신이 치료 효과를 담보할 가능성이 더 높습니다. MIC/breakpoint로는 어떤 항생제가 훨씬 더 감수성이 좋은지를 판단한다면, Cmax/MIC는 어떤 항생제가 환자에게서 조금 더 효과적으로 작용할지를 생각해볼 수 있는 거죠.

Cmax는 약전이나, 약의 설명서를 보면 나오지만, MIC는 MIC법(=dilution test)으로 검사한 랩에서만 알려줍니다. 랩에서 검사 방법으로 디스크 확산법을 선택했다면, 억제 반경만 알려줄뿐 Cmax와 연관지을 수 있는 MIC는 알 수가 없죠.

그런 의미에서 임상가 관점에서 조금 더 유용한 정보를 준다 싶은 건 아무래도 디스크 확산법보다는 MIC법입니다. 팝애니랩은 그런 MIC법으로 항생제 감수성 검사를 해주죠. 장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결과지를 보면, MIC는 항생제 옆에 적혀 있습니다만, Breakpoint를 알려줄까요? MIC만 적혀 있을뿐 breakpoint에 대한 정보는 알 수 없습니다. 이 검사 결과를 토대로 수의사가 MIC/breakpoint를 계산하고 싶다면, (저처럼) 직접 CLSI에서 breakpoint 레퍼런스가 있는 PDF를 80달러 정도 주고 구입해서 하나하나 비교해봐야하죠. 왜 랩들이 breakpoint를 잘 알려주지 않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약을 처방할 때 중요한 정보가 되는 부분이라 이걸 적어주는 랩은 당연히 플러스 점수를 받을 수 밖에 없습니다. 이걸 일일이 알기 위해서 242페이지짜리 CLSI 레퍼런스를 뒤지는 건 임상가 입장에서는 너무 비생산적인 일입니다.

Breakpoint를 알려주지 않는다는 얘기는 S, I, R을 적어준 게 사람의 breakpoint 기준인지, 동물의 breakpoint 기준인지(혹은 더 세분화해서는 강아지의 breakpoint 기준인지, 고양이의 breakpoint 기준인지) 알지 못한다는 얘기와 같습니다.

또한 팝애니랩이 항생제를 나열하는 방식을 보면, 아주 심각한 문제를 하나 알 수 있습니다. 항생제를 어떻게 나열하느냐는 랩마다 방식이 다릅니다만, 이런 곳에서 랩의 정책과 검사의 퀄리티를 비교해볼 수 있습니다. 팝애니랩은 S가 뜬 항생제를 우선순위에 두되, MIC의 절대값이 낮은 항생제부터 줄을 세워줍니다. 개인적으로 이건 아주 심각한 문제라고 생각하는데, 감수성 검사를 평가하고자 할 때 하등 도움이 되지 않는 방식이고, 오히려 수의사에겐 함정에 가까운 방식이기 때문입니다. 앞서 언급했듯 MIC는 breakpoint를 알고 MIC/breakpoint 값을 토대로 감수성이 “더” 있는지 아닌지를 판단해야하고, 서로 다른 항생제 사이에서 MIC의 절대값 비교는 두 항생제 사이의 우열을 가늠해주지 않습니다. 이 결과지에서는 MIC 0.12의 프라도플록사신 밑에 MIC 0.25인 에리스로마이신을 나열해서 흡사 감수성이 뜬 항생제 중에서도 프라도플록사신이 에리스로마이신보다 더 효과적인 항생제인 것처럼 보이게 나열했는데, 수의사가 별 생각 없이 이 순서를 토대로 앞쪽에 줄세워진 항생제를 선택하면, 실제 임상적으로는 좋지 않은 치료 결과를 얻게 될 수도 있습니다. (이런 방식으로 나열해서 오해를 불러일으키게 하는 일은 랩이 MIC 판독의 의미를 임상적인 관점에서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게 아닌가…라는 의심까지 들게 하죠.)

팝애니랩의 다른 케이스 검사 결과를 보면 이 랩의 결과 보고 방식에 대해서 조금 더 재밌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예전에 오늘동물병원에서 올렸던 MRSP(Methicillin resistant Staphylococcus pseudintermedius) 케이스는 팝애니랩에서 배양 검사를 했었는데, 그 때 결과를 옮겨보면 이렇습니다.

이 리포트에서 Staphylococcus pseudintermedius 항목을 보면 세팔로틴이 S라고 뜨는 걸 볼 수 있습니다. 이건 몹시 안타까운 부분인데 이유는 이렇습니다. 메티실린에 저항성 세균이냐 아니냐를 볼 때 중요하게 보게 되는 건 옥사실린이라는 항생제입니다. 아무도 옥사실린을 쓰지 않지만, 옥사실린이 항생제 감수성 검사의 항목에 뜨는 이유는 이게 메티실린의 모델 항생제이기 때문입니다. 옥사실린에 저항성이 뜨면 메티실린 저항성이 있는 MRS라고 생각하죠.

리포트를 보면 19번째 항목에 있는 옥사실린이 R로 뜨는 걸 볼 수 있습니다. 여기에 R이 떴다는 얘기는 이 세균이 (블로그에서 썼듯이) MRSP라는 얘기고, 그러면 실제 실험실 검사에서 S가 뜨는 결과가 나왔다 하더라도, 1세대 세파인 세팔로틴은 R이 떠야만 합니다. 베타 락탐 계통의 항생제에 저항성을 갖는 게 MRSP니까요. 하지만 팝애니랩의 결과지를 보면, 옥사실린 결과와 무관하게 세팔로틴에 S를 띄워주죠. 랩에서 이런 부분에 대한 고려를 한다면, 실제 실험실 결과와 상관없이 수의사가 착각하지 않도록 세팔로틴에 R을 띄워주는 것이 맞습니다. (이런 부분은 그랬으면 좋겠다…는 제 바람이 아니라 랩에 레퍼런스를 제공해주는 CLSI의 권고 사항입니다.)

세균 중에는 intrinsic resistance라는 걸 갖는 세균들이 있습니다. 내재성 내성이라는 뜻으로 그 세균이면 이 항생제는 절대 안 듣는다…고 얘기할 수 있는 것들입니다. CLSI에서는 이런 걸 예시로 듭니다.

예를 들어, Enterobacteriaceae에 속하는 대장균(E.coli)의 경우는 클린다마이신에는 intrinsic resistance를 갖습니다. 실험실에서 S가 떠도 클린다마이신에는 대장균이 죽지 않는다는 얘기죠. 흔하게 볼 수 있는 녹농균(P.aeruginosa)의 경우엔 Non-Enterobacteriaceae, nonfermenting gram-negative bacteria에 속하는데, 1세대 세파와 클린다마이신, 아목시실린/클라불란산 같은 항생제에 intrinsic resistance를 갖습니다. 랩에서 조금만 신경을 쓴다면 배양된 세균을 토대로 이런 내재 내성을 갖는 항생제를 R이라고 띄우든가 아예 보고하지 않는 쪽으로 하는 게 권고되죠. 실제 팝애니랩이 이런 것까지 신경을 써주는지는 모르겠지만, 만약 MRSP에서 그렇듯 실험실 검사 결과를 있는 그대로 보고한다면 아마 이런 부분이 리포트에 반영되지는 않을것 같네요.

여기까지가 팝애니랩의 결과지만 보고 고민해볼 수 있는 문제점들인데, 동일 세균으로 검사를 한 다른 랩의 결과와 비교해보면 조금 더 안좋은 점이 있습니다. 비슷한 MIC법을 사용하는 그린벳의 결과를 가져와보죠.

여길 보면 팝애니랩에서 R로 확인됐던 세프포독심과 세팔로틴이 S라고 뜨죠. 같은 검사 방식은 아니고, 디스크 확산법(그린벳은 디스크 확산법과 MIC법을 조합해서 결과 리포트를 해줍니다)을 이용한 것이긴 합니다만, 이렇게 결과가 나오면 아무래도 breakpoint의 레퍼런스 문제가 아닌가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두 랩이 서로 다른 breakpoint를 쓰고 있는 건 아닌가…하는 생각을 하게 되는 거죠.

서로 상반된 결과를 알려줬는데, 어떤 랩이 맞을 가능성이 높을까요? 또 다른 곳의 결과를 보면 그린벳과 아이덱스, KVL은 (모두 디스크 확산법을 이용해) 세프포독심과 세팔로틴에 S가 뜬다고 보고했고, 팝애니랩만 R이 뜬다고 보고했습니다. 세팔로틴이 대부분의 1세대 세파(예컨대 피부 질환에서 제일 많이 쓰는 세팔렉신)를 대표하는 모델 항생제라는 것을 생각하면, 팝애니랩의 결과만 놓고 봤을 땐 제일 부작용 부담이 적고 만만한 항생제를 피해야만 하는 게 되어버립니다.

팝애니랩의 문제는 하나가 더 있습니다. MIC를 알려주는 건 고마운 일인데, MIC를 보고하는 방식에 관한 문제입니다. 그린벳의 검사 결과를 보면, 독시사이클린의 MIC로 ≤0.5라고 쓰여져 있는 걸 볼 수 있습니다. 같은 항목을 팝애니랩에서 보면 그냥 0.5라고만 쓰여져 있죠. 이렇게 부등호를 표시해주느냐 마느냐는 굉장히 중요한 부분 중 하나입니다. MIC가 0.5 “이하”라는 얘기는 이 랩에서 독시사이클린에 대해 microdilution test(MIC법)으로 검사를 할 때, 검사하는 항생제의 최저 농도가 0.5ug/mL라는 얘기입니다. 만약 랩에서 0.25ug/mL로도 세균이 자라는지 검사를 했다면, MIC는 더 낮아질 수도 있다는 얘기죠. 이건 랩에서 검사해주는 최저 농도를 알려주는 것이기 때문에 단순히 0.5라고만 알려주는 것과는 다릅니다. 0.5라고 하면 그 밑에 0.25, 0.1 같은 더 낮은 농도가 있는데, 거기서는 세균이 자란건가…라고 생각하게 되지만, 0.5 “이하”라고 하면 이게 이 랩에서 하는 검사의 최저 하한이라는 얘기군…이라고 생각할 수 있죠. 이건 당연히 중요한 개념일 수 밖에 없는데, 같은 항생제라고 했을 때, MIC가 0.5인 것과 0.5 “이하”인 것 사이에서 아무래도 breakpoint 대비 MIC가 더 낮을 ‘가능성’이 있는 0.5 “이하”가 더 효과적인 항생제일 가능성을 갖기 때문입니다. 팝애니랩은 이런 정보를 대충 뭉뚱그려버리는 바람에 하나도 알려주지 않죠.

그 외에 어떤 항생제가 목록에 들어가 있느냐도 퀄리티의 기준이 될 수 있습니다. 검사 결과에 포함된 니트로푸란토인을 보죠. 니트로푸란투인은 S라고 떠서 이 세균에 감수성이 있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니트로푸란토인은 자주 쓰는 항생제는 아니지만, 어쨌든 종종 처방하는 곳이 있는 걸 보게 되는 항생제 중 하나죠. 이 항생제는 재밌는 게 동물에서는 요로계 감염, 그 중에서도 방광염에만 사용한다는 것입니다.

표에 있는 니트로푸란토인 항목을 보면, 하부 요로계에서만 사용한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SST(Skin and Soft Tissue)에서는 쓰는 걸 추천하지 않죠. 이는 니트로푸란토인이 소변 내에서만 고농도로 유지될뿐 혈중 약물 농도가 치료 농도 수준까지 올라가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다른 항생제에 저항성이 있는 하부 요로계 감염을 치료할 때만 사용하죠. 이런 부분을 감안하면 검사를 의뢰하는 수의사가 검체의 채취 부위를 “피부”라고 알려준 상황에서 랩이 해야하는 일은 잘못된 약 처방이 되지 않도록 니트로푸란토인을 아예 리포트에 보고하지 않는 것입니다. (이런 것도 사실 CLSI 가이드라인입니다.)

앞서 항생제 항목이 많다고 얘기했던 KVL이나 그린벳도 이런 문제에서는 자유로울 수 없는데 둘 모두 동일하게 니트로푸란토인을 감수성 검사 항목에 포함된 리포트를 보내줬습니다. (항생제 갯수 많은 게 장땡이 아니라는 디테일) 사실 느낌적인 느낌으로 항생제 갯수가 많으면 일단 편안함을 느끼게 되지만, 그것보다 중요한 건 결과를 리포트하는 방식이라는 거죠. 어쨌든 이런저런 내용들을 대충 요약하면 팝애니랩은 썩 마음에 드는 결과지는 아니었습니다.

팝애니랩 요약

  • 장점

    • 검사 속도가 매우 빠름. 만약 세균이 없다는 걸 확인하기 위한 검사라면 팝애니랩이 가장 유리함. 대신 세균이 있으면 조금 머리 아파짐.

    • MIC 방식으로 검사를 진행해줌.

  • 단점

    • 항생제 나열하는 방식이 아주 나쁨. MIC의 절대값 기준으로 나열.

    • Breakpoint를 알려주지 않음.

      • 사람용 breakpoint인지, 동물용 breakpoint인지는 모름.

    • MIC를 알려는 주는데, 대충 알려줌. 부등호는 어디로?

    • 항생제의 교차 내성에 대한 고려를 하지 않고, 무지성으로 실험실 결과값만 알려줌.

    • 검사를 일단 돌렸으면 검체 채취 부위에 대한 고려를 하지 않고, 일단 결과값만 알려줌.

    • 랩의 피드백이 좋지 않음. Breakpoint에 대한 질의를 홈페이지에 남겼는데, 질문한지 3일이 지나서도 답변이 없음.

아이덱스(IDEXX)

아이덱스는 일단 솔직합니다. 인의용 랩인 삼광의료재단에서 외주 줬다는 얘길 솔직하게 하죠. 이건 사실 검사를 의뢰하는 수의사 입장에서는 몹시 찝찝한 부분 중 하나입니다. 아이덱스는 동물용 랩이지만, 삼광의료재단은 인의용 랩이기 때문에 이 항생제 감수성 검사에 사용된 breakpoint들이 동물용인지 사람용인지 알기가 어렵습니다. 랩에 직접 문의를 해서 확인해보기 전에는 높은 확률로 사람용 breakpoint이지 않을까….라고 추측을 하게 되죠. (검사를 의뢰하는 수의사란 회의적인 인간들이라 날 위해 동물용 레퍼런스를 주지는 않을거라고 비관부터 하게 됩니다.)

아이덱스의 결과지가 만약 사람용 breakpoint를 기준으로 나온 항생제 감수성 검사 결과라면 일단 엄청난 마이너스 요인이 됩니다. 수의사가 치료하는 건 동물이지 사람이 아니니까요. 결과지를 받았을 때 처음 든 생각이었죠. 어쨌든 이런 찝찝함을 안고 하나하나 살펴보죠.

아이덱스는 리포트가 아주 불친절합니다. S, I, R까지는 알겠는데, 옆에 있는 숫자는 무엇이며, 그 옆에 범위로 있는 숫자는 뭘까요. 아이덱스에서 병원으로 보내주는 종합검사 안내서라는 걸 보면 조금 더 친절하게 알려주기는 하는데, 굳이 안내서까지 봐야한다는 건 조금 귀찮더군요(비슷한 해석 방법에 대해서 KVL이나 그린벳은 별도의 페이지를 할애해 리포트에 붙여줍니다). 어쨌든 종합검사 안내서를 보면 배양 검사를 이렇게 한다는 대략적인 얘기가 있습니다. 캡쳐를 해보죠(랩에 전화해서 이 숫자가 뭐냐고 물어봤더니 메일로 이 캡쳐를 보내줬습니다).

검사 안내서는 제법 친절합니다. 일단 디스크 확산법을 이용한 검사라는 걸 알 수 있네요. MIC 법보다 활용도가 떨어진다는 마이너스 요인이 있습니다만, 어떤 항생제는 breakpoint가 디스크 확산법에서만 있는 경우들이 있습니다(그 반대의 경우도 있고요). 어쨌든 항생제의 감수성 여부를 판단하고자 할 때 이번에는 (breakpoint 대비) 숫자가 높은 게 좋은 겁니다.

아이덱스의 항생제 감수성 검사 결과에 가장 박수를 쳐주고 싶은 부분은 breakpoint를 알려준다는 점입니다. 이게 사람용인지 동물용인지는 알려주지 않지만, 어쨌든 옆에 레퍼런스가 될 수 있는 범위를 알려주죠. 이 케이스를 보면 1세대 세파를 대표하는 모델 항생제인 세팔로틴의 억제 반경이 35mm이고, 레퍼런스 범위(breakpoint)는 14mm 부터 18mm라는 걸 알려줍니다. 14 이하면 R, 14부터 18 사이면 I, 18 이상이면 S라는 얘기죠. 세팔로틴의 억제 반경이 35mm이니, 감수성 여부를 평가하는 18을 기준으로 잡는다면, 35 나누기 18(=1.94)를 해서 대략 breakpoint 대비 얼마나 더 효과적으로 세균을 억제하는지 알 수 있습니다. 결과에 있는 엔로플록사신은 23mm breakpoint를 기준으로 25mm 정도의 억제반경을 갖기 때문에 25/23(=1.08) 정도로 똑같이 S라고는 뜨지만, 엔로플록사신을 쓰고자 하면 일단은 용량을 조금 세게 써야겠다는 생각까지 할 수 있죠.

항생제가 적어보이지만, 나름 모델이 되는 항생제(=다른 항생제를 대표하는 것들)이라 큰 문제가 되지는 않습니다. 어떤게 모델 항생제인지는 종합 검사 안내서에 비교적 잘 적혀있습니다. 다만 안그래도 갯수가 빈약해 보이는 항생제 중에서 반코마이신이 들어가 있다는 건 조금 비판의 여지가 있습니다. CLSI는 반코마이신을 사람에서의 공중보건학적인 차원에서 동물에서는 사용해서는 안되는 항생제라고 얘기합니다. 그래서 책임감 있는 랩이라면 반코마이신 같은 인류 최후의 보루 같은 항생제를 리포트에 보고하지 않는 걸 추천하죠. (비슷한 항생제로는 이미페넴이 있습니다)

이미페넴의 경우 아이덱스 뿐만 아니라 KVL이나 팝애니랩 같은 곳도 보고를 해줍니다만(그린벳은 없었습니다), 반코마이신이 보고서에 들어간 건 아이덱스뿐이었습니다. 반코마이신의 공중보건학 차원의 중요성은 수의사들 사이에서도 워낙 유명하다보니, 이걸 루틴하게 처방하는 무분별한 수의사는 거의 없습니다. 하지만 그렇다보니 반코마이신은 항생제 감수성 검사 결과에 리포트가 올라온다 한들 실제 처방되는 일이 거의 없는 약이라, 걍 쓸데없이 칸만 잡아먹는 항생제가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안그래도 제일 항생제 갯수가 적은데, 더 적은 느낌이 드는거죠.

인의용 랩에 외주를 준다는 부분 때문에 이게 동물용이 맞나 싶은… Breakpoint의 신뢰도에 대한 문제가 아니라면 아이덱스의 결과지를 비판할 부분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물론 조금 더 항생제 항목이 다양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긴 합니다. 아이덱스는 이런 문제를 대표성을 갖는 항생제 디스크를 검사에 포함시켜서 보완하려고 하고 있습니다만, 퀴놀론 계통에서 엔로플록사신만 달랑 하나 있다는 건 조금 안타깝죠. 국내에서도 많이 처방되는 마보플록사신 같은 것들이 항생제 항목에 없다는 건 조금 아쉽습니다. (퀴놀론은 같은 계통이어도 서로의 감수성이 다르게 나타날 수 있으니까요.)

한편으로 아이덱스에서 만족스러웠던 부분은 단점이라고 생각했던 breakpoint의 신뢰도 문제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결과지를 받고 가장 먼저 했던 일이 아이덱스 랩에 직접 전화를 해서 breakpoint에 대한 질문을 했던 건데, 현재 아이덱스 배양 검사의 breakpoint는 비록 삼광의료재단에 외주로 배양 검사를 진행하지만, 검사의 레퍼런스 기준은 아이덱스 미국 본사의 기준을 따르고 있다는 대답을 들었습니다. 그러니까 검사는 인의용 랩에서 하는데 레퍼런스는 동물용으로 리포트를 준다는 거죠. 실제로 CLSI의 동물용 breakpoint와 비교를 했을 때 상당부분이 일치하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굳이 조금 더 비판점을 찾자면, 어쨌든 디스크 확산법이라는 점입니다. 디스크 확산법이 MIC법 대비 임상가에게 마이너스 요인을 갖는다는 부분은 앞서 Cmax/MIC를 얘기할 때 언급을 했습니다만, 그런 것 말고도 단점은 있습니다. 임상적인 중요성이 점점 커져가는 MRS(Methicillin resistant Staphylococcus)를 보죠. 앞서 메티실린 저항성을 보고자 할 때는 메티실린의 모델 항생제인 옥사실린을 평가한다고 얘기했습니다만, 디스크 확산법의 옥사실린은 한계가 있습니다. 메티실린 저항성을 평가할 때 판단하는 기준을 적어둔 CLSI 가이드를 보죠.

옥사실린을 MIC법으로 검사하는 경우에는 Staphylococcus spp 전부의 메티실린 저항성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만, 똑같은 옥사실린 감수성이더라도 디스크 확산법을 이용한 검사는 S. aureus와 S. lugdunensis의 메티실린 저항성을 확인해주지 않습니다. S.aureus의 경우 동물보다는 사람에서 더 흔하게 확인되는 균입니다만, lugdunensis는 동물에서도 세균성 피부염을 유발할 수 있는 균 중 하나라서 메티실린 저항성을 평가해주지 못한다는 건 단점으로 작용할 수 있죠. 이런 걸 커버하기 위해 세폭시틴을 디스크 확산법으로 평가하는 방법이 있습니다만, 아이덱스의 검사 항목에는 세폭시틴이 없습니다. 반쪽짜리 MRS 감수성 검사라는 얘기죠.

물론 이런 MRS에 대해서 아이덱스는 제법 괜찮은 방침을 가지고 있는 부분도 있습니다. 앞서 팝애니랩에서 지적했던 부분으로 MRS로 확인되면 실험실 검사 결과에서 S가 떠도 R로 표시해줘야 된다는 부분입니다. 아이덱스는 이 부분을 제대로 하고 있습니다.

인터넷에서 줏은 아이덱스의 항감테 결과를 보면 이 결과에서는 Staphylococcus pseudintermedius가 옥사실린에 저항성을 가지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메티실린 저항성이 있다는 얘기죠. 그럼 베타 락탐 계열에는 보통 저항성을 갖는 것으로 표시해주는 것이 올바른 보고 방식입니다. 실제 베타 락탐 계열의 항생제를 살펴보면 breakpoint를 넘어서 감수성이 있다고 표시될 수도 있는 세팔로틴(breakpoint 18mm에 억제 반경 23mm)이나 이미페넴(breakpoint 16mm에 억제 반경 31mm)이 S라고 표시되지 않고, R로 표시된 걸 알 수 있죠. 이런 부분을 랩에서 먼저 반영해주면, 결과지를 받아드는 수의사는 아무래도 일단 S부터 눈길이 갈 수 밖에 없으니, 조금 더 수월하게 항생제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받아든 결과지를 가지고 내가 다시 R과 S를 분류하고 있을 일이 없는 거죠.

이번에 받아본 결과지와는 별개의 얘기지만, 배양 검사 의뢰 업체로서 아이덱스의 단점 중 하나가 또 있기는 합니다. 아이덱스는 혐기성 세균과 곰팡이 배양 검사를 진행하지 않습니다. 혐기성 세균의 배양이 까다롭다보니 나타나는 문제일 것으로 생각되는데, 병원 입장에서는 늘 호기성 세균 배양만 의뢰하는 건 아니니 아쉬울 수 밖에 없는 부분입니다. 통상 소변이나 피부 같은 경우엔 호기성 배양만 보내도 충분하지만, 입부터 항문까지 연결되어 있는 그 사이 부분 어딘가… 혹은 광범위하게 괴사가 된 상처나 공기가 닿지 않을 것 같은 종양의 괴사된 내부 같은 경우엔 혐기성 세균의 배양이 추천됩니다. 동물병원에서 흔하게 떼는 담낭 같은 것도 일단 떼면 혐기성균까지 배양 검사가 추천되죠. 이럴 때 아이덱스는 호기성 세균 배양만 해주니까 검사 의뢰를 할 수 없습니다. 좋든 싫든 혐기성 세균과 곰팡이 배양을 해주는 랩에 의뢰를 해야하죠.

어쨌든 아이덱스는 외주 검사라는 이미지 때문에 별 기대를 안했는데, 속도도 느리지 않고, 생각보다 나름 만족스러운 리포트를 보내줘서 몇가지 아쉬움은 있었지만, 나름 꽤 마음에 들었습니다.

아이덱스 요약

  • 장점

    • Breakpoint를 알려줌. 동물용 레퍼런스 범위를 최대한 적용해서 알려주는듯. (Breakpoint를 알려주는 랩은 23년 12월 현재, 한국에서 아이덱스가 유일함)

      • 확인하지는 못했지만, 미국 본사의 기준을 그대로 적용하는게 확실하다면 강아지 고양이의 레퍼런스 범위도 다를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됨.

    • Intrinsic resistance까지 감안을 해주는지는 모르겠지만, R이 떠야만 하는 항생제는 검사 결과가 S라 하더라도 R로 띄워줌(메티실린 저항성 반영).

    • 랩의 피드백이 좋음. (전화 했을 때, 처음엔 이런 걸 물어보는 정신나간 수의사가 처음이라 약간의 혼동이 있었던듯 싶지만, 최종적으로는 만족할만한 답변과 피드백을 줌)

  • 단점

    • 항생제 항목이 적음. 반코마이신처럼 어차피 안 쓰는 항생제 제외하면 더 적어짐.

    • 항생제 감수성 검사를 판독하는 방법에 대해서 공부가 안된 수의사들에게는 제일 불친절하고, 제일 가치가 없어보이는 리포트를 보내줌. 리포트를 가지고 뭘 하려면 상당한 공부가 필요.

      • 공부를 한 사람한테는 가장 유용한 리포트를 보내준다는 건 아이러니한 부분. (Breakpoint를 알려준다는 건 그만한 플러스 요인이 있음)

    • 디스크 확산법을 사용함. 그래서 MIC를 알 수 없음.

    • 혐기성 세균과 곰팡이 배양은 안해줌.

    • 비용 차이가 랩마다 아주 많이 나는 건 아니지만 의뢰비용이 제일 비쌈.

그린벳

그린벳은 MIC가 적혀 있는 항생제가 있고, Zone diameter가 적혀 있는 항생제가 있습니다. MIC법과 디스크 확산법을 모두 이용해서 감수성 검사를 해준다는 얘기죠. 디스크 확산법과 MIC법은 각각 다른 breakpoint를 가질 수 밖에 없습니다. 그린벳에서 디스크 확산법으로 알려주는 아목시실린/클라불란산이나 세파졸린 같은 항생제는 CLSI 기준으로 동물용 breakpoint가 MIC 기준으로만 나와 있는 항생제라서, 왜 MIC로 검사가 가능한 랩에서 굳이 저 항생제들을 디스크 확산법으로 검사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임상 수의사는 알기 힘든 랩의 이유가 있겠죠).

앞서 팝애니랩과 아이덱스에서 살펴본 기준들을 하나하나 그린벳에 적용해본다면, 일단 항생제 순서는 ABCD 순서로 나열되어 있습니다. 나쁠 것 없죠. 다만 breakpoint를 아이덱스처럼 결과지에 알려주냐 하면 그렇지는 않습니다. 전반적인 리포트의 퀄리티는 좋다고 하긴 어렵지만, 막 이건 좀 심하지 않나 싶은 부분도 없죠.

한가지 주목해볼만한 건 그린벳의 경우 Inducible Clindamycin Resistance를 알려준다는 겁니다. 이 항목은 팝애니랩에도 ICR이라는 항목으로 있는데 팝애니랩은 왜인지, 정작 결과란은 공란으로 비워져 있습니다. Negative라서 그냥 공란으로 비워둔건지, 아니면 걍 항목만 있고 입력을 안해준건지 모르겠지만, 공란으로 비워져 있는 팝애니랩과 달리 그린벳에서는 이 결과값을 알려줍니다.

Inducible Clindamycin Resistance는 에리스로마이신에 노출된 세균이 (methylase를 발현하면서) 클린다마이신에도 내성이 생기는 걸 얘기합니다. 이게 양성이면 클린다마이신에서 실험실 검사 상에 S가 뜬다고 하더라도 실제로는 저항성을 가질 거라고 생각할 수 있죠. 디스크 확산법으로 D-zone test(대충 에리스로마이신 디스크랑 클린다마이신 디스크를 일정거리 띄워놓고 하는 검사)를 해서 확인하든가, MIC법으로는 같은 시험관(well) 안에 에리스로마이신과 클린다마이신을 섞어놓고 세균이 자라는지 보는 검사를 통해서 확인합니다. Inducible Clindamycin Resistance는 이 케이스 같은 Staphylococcus에서 생길 수 있는 내성이기 때문에 이걸 검사해준다면 항생제를 선택할 때 당연히 도움이 됩니다.

D-zone test나 그린벳처럼 ICR을 명확하게 알려주지 않는다 하더라도 클린다미이신에 감수성이 있는 Staph가 에리스로마이신에 저항성을 갖는다면, 높은 확률로 ICR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클린다마이신 처방을 피하는 식으로 가기도 합니다만, 이렇게 ICR 결과를 알려준다면 더 좋죠. 이 케이스는 ICR positive가 아니라서 ICR positive일 때, 자동으로 클린다마이신을 R로 띄워주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알려주는 건 당연 좋은 일입니다. 비슷한 걸로는 E.coli에서 주로 확인하게 되는 ESBL(Extended-spectrum beta-lactamases) 생성균을 알려주는 것도 있는데, ESBL이 있는 그람 음성균은 베타 락탐계 항생제에 내성을 갖는다고 봅니다. 그래서 흔히 많이 쓰는 베타 락탐계 항생제를 모두 무용지물로 만들죠. 이 케이스는 해당되는 균이 아니라서 ESBL 항목이 없지만, 그린벳의 검사 설명지를 보면 E.coli 같은 게 뜨는 경우에는 ESBL을 알려주는 것으로 보이네요.

이런 정보는 하나의 항생제군을 일괄적으로 배제해버릴 수 있기 때문에 앞서 언급했듯, 항생제 내성을 평가할 때 수의사에게 매우 유용한 툴이 됩니다. 칭찬했던 아이덱스의 경우, 디스크 확산법을 쓰니 ICR을 확인하기 위해서 D-zone test를 통해 ICR을 얘기해줄 수 있겠지만, 그렇게 하지 않고 있고, 하다못해 에리스로마이신이 항생제 항목에 있다면, 임상가가 ICR의 가능성을 점쳐볼 수도 있을텐데, 클린다마이신만 딸랑 있어서 이 케이스가 정말 클린다마이신에 감수성이 있는 케이스인지 아닌지 판단이 모호해집니다. 그린벳의 뚜렷한 장점이라고 볼 수 있죠.

그린벳이 한가지 더 좋았던 점은, 결과지를 받고 모든 랩에 연락을 해서 breakpoint에 대한 질의를 했는데, 여기도 꽤나 성의있는 피드백을 받았다는 것입니다. Breakpoint가 궁금하다고 얘기했더니, 메일로 해당 검사에서 적용한 breakpoint를 그대로 적어서 보내줬죠.

메일에는 그린벳에서 기준으로 삼는 breakpoint가 CLSI vet 가이드라인, EUCAST, FDA, One-health를 참고하고 있다는 답변이 있었습니다. 그린벳에서 보내준 메일에 있는 아미카신은 breakpoint로 (MIC 방법 기준) 16-64ug/mL라고 적혀 있는데, CLSI VET01S의 레퍼런스 기준으로는 Staphylococcus spp 기준 4-16ug/mL로 나와있습니다. 16부터 64ug/mL까지의 breakpoint는 사람의 breakpoint인데, 이런 부분이 명확하게 언급이 되지 않고, 랩의 레퍼런스가 업데이트 되지 않은 건 많이 아쉬웠습니다만, 그래도 이렇게 알려준다는 건 마음에 드는 부분이었죠. (동물용 breakpoint가 나와있는 항생제라면 당연히 동물용 breakpoint로 감수성 여부가 보고되어야 합니다. 사람용 breakpoint를 쓰는 경우에는 가능하다면 사람용이라고 언급을 해주는 게 (실제로 그런 랩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가장 이상적이죠.)

그린벳 요약

  • 장점

    • MIC 방법과 디스크 확산법 모두를 이용해서 결과지에 보고해줌.

    • Inducible Clindamycin Resistance와 ESBL을 알려줌.

    • 꽤나 다양한 항생제를 많이 알려줌. (마보플록사신도 안 알려주는 아이덱스와 달리, 한국에는 출시가 안된 프라도플록사신까지 알려줌)

    • 귀찮은 질문에 대한 랩의 피드백이 좋은 편.

  • 단점

    • 병원문 앞에 걸어두면 밤에 수거해가는 방식이 불편하고, 검체가 사라질까봐 찝찝함.

    • Breakpoint 알려주지 않음. (전화하면 알려줌)

    • 다 찾아보지는 못했지만, 동물용 breakpoint가 있는 항생제에서도 사람용 breakpoint를 쓰는 경우가 있는듯함.

    • 니트로푸란토인 같은 검체 채취 위치와는 무관한 항생제를 불필요하게 리스트에 올림.

KVL(코리아 벳랩)

KVL은 “직경(mm)”을 알려주는 것보니 디스크 확산법을 이용한 감수성 검사 결과를 알려줍니다. 역시나 불필요한 니트로푸란토인 같은 걸 알려주기는 하지만, 항생제 구성이 제법 알차죠. 그린벳이나 아이덱스만큼은 아니었지만, 피드백도 좋았습니다. 전화로 물어봤을 때, KVL 또한 CLSI 같은 가이드라인을 breakpoint로 삼는다고 하더군요.

객관적인 장점이라고 하기는 어렵겠지만, KVL에서 개인적으로 좋았던 점 중 하나는 항생제를 나열하는 방식입니다. 항생제를 같은 계열에 따라서 나열하고, 아무래도 조금 더 세대가 높은 항생제나 보통, antibiotic stewardship 기준, 처방을 자제해야한다고 얘기하는 big gun들을 아래쪽에 나열해서 항생제 처방의 하이라키(Hierarchy)를 직관적으로 알아볼 수 있게 해줍니다. Breakpoint를 알려주지는 않지만, 이렇게 되면 일단은 아무래도 S가 뜬 항생제 중에서 위쪽에 있는 항생제(=처방이 덜 부담스러운 항생제)를 택할 가능성이 높아지죠. 치료 효과와는 별개로 향후 치료가 실패한다 하더라도 이미 big gun에 내성을 갖는 상태가 되진 않을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KVL은 인터넷을 뒤져보면 아이덱스처럼 breakpoint를 알려주던 시절이 있었는데, 이번에 랩과 통화하면서 얘길해보니, 왜인지 모르지만, 방침을 바꿔서 최근에는 breakpoint를 알려주지 않는다고 하더군요. 레퍼런스를 이상한 걸 가져다 쓰는 건 아니지만, 리포트에는 보고하지 않는 쪽으로 바뀌었다고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장점이었던 부분이 나빠진거라고 생각됩니다. (KVL은 재밌는 게 인터넷을 뒤져보면 MIC법으로 검사를 하던 시절도 있습니다. 무언가 미생물 검사에서 지속적으로 내부의 검사 방법이나 방침이 바뀌는듯 싶은데… 이유가 뭔지는 잘 모르겠네요.)

어쨌든 나빠진 방침 때문에 breakpoint를 일일이 뒤져봐야한다는 단점이 있기는 하지만, 앞서 언급했던 intrinsic resistance에 대한 언급이 검사지와 함께 해석지로 딸려오는 것은 좋았습니다.

옥사실린을 통해 MRS를 확인한다는 것도 알려주고, Enterococcus에서 (앞서 언급했듯) intrinsic resistance가 있는 항생제들을 알려준다는 것도 좋았습니다. 이상적이라면 Enterococcus에서 intrinsic resistance가 있는 항생제를 아예 보고하지 않거나, 검사 결과에 상관없이 R이라고 띄워주는 것이겠지만, 어쨌든 임상가가 까먹지 않고 참고할 수 있는 자료를 준다는 건 고마운 일이죠. (저렇게 적어준 걸 보니 검사 결과에 포함되면서, 실험실 결과에서 감수성이 있는 걸로 뜨면 R로 배제해주지 않고, 있는 그대로 S라고 띄워주는 것 같긴합니다만… Staphylococcus가 뜬 이 케이스에서는 확인할 길이 없네요)

KVL의 경우도 아이덱스와 마찬가지로 클린다마이신은 있지만, 에리스로마이신은 항목에 없어서 Inducible Clindamycin Resistance를 가늠해볼 수 있는 방법은 없다는 건 단점입니다. 이런 점은 이 검사를 해주는 그린벳이나 팝애니랩이 우위에 있죠.

KVL 요약

  • 장점

    • 항생제를 나열하는 방식이 좋음. 계열별 나열을 하고, 조금 더 공중보건학 차원에서 처방이 지양되어야 하는 항생제들을 아래쪽으로 나열함.

    • 항생제 구성이 알찬 편. 국내에서 주로 처방되는 항생제 위주로 리스트가 구성됨.

      • 여기도 검체 채취 사이트에 따른 구분은 하지 않는 것으로 보임. 니트로푸란토인이 피부 검체에 들어가 있음.

    • Intrinsic resistance에 대한 얘기를 해주는 유일한 랩.

    • 랩의 피드백은 좋은 편. 그린벳처럼 표로 정리해서 알려주진 않았지만, CLSI 가이드라인을 보내주겠다는 연락을 받음.

  • 단점

    • 검사 결과가 매우 늦게 나옴. 빠른 곳 대비 이틀이나 느림.

    • Breakpoint 안 알려줌.

      • 사람용 breakpoint인지, 동물용 breakpoint인지는 모름.

    • ICR, ESBL 같은 건 안 알려줌.

총평

그래서 어디가 제일 좋았다는 얘기일까요? 요약 정리한대로 랩마다 장단점이 있습니다만, 개인적으로는 breakpoint를 알려주는 것이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고 생각합니다. breakpoint를 알려주는 곳은 23년 12월 현재, 국내에서는 아이덱스가 유일합니다. 그래서 몇몇 단점이 있긴 하지만, 아이덱스가 제일 퀄리티면에서는 낫다고 생각하죠. 검사 의뢰비는 제일 비싸면서 항생제는 제일 적게 알려준다는 점이… 삼광도 남는 게 있어야하고, 아이덱스도 남는게 있어야 하는 어른의 사정이겠거니…라는 생각은 듭니다만, 그래도 항생제 감수성 검사지를 리포트하는 명확한 기준이 있다는 점이, 이런식의 리뷰에서는 궁합이 좋았던 게 아닌가 싶습니다.

2,3등은 KVL과 그린벳 중에서 고민을 조금 했는데(이 둘은 검사 의뢰비도 동일), 그린벳이 조금 더 낫지 않았나 싶습니다. 일단 검사 속도가 KVL보다 빨랐고, MIC로 검사 결과를 알려준다는 점이 Cmax를 통한 Cmax/MIC까지 생각해볼 여지를 줄 수 있어서, 수의사가 항생제를 처방할 때 조금 더 합리적인 선택을 가능하게 합니다. 수의사가 정말 공부를 많이해서, 항감테 나올 때마다 곳곳에 깔린 함정을 다 빠져나갈 수만 있다면, 오히려 아이덱스보다도 더 낫지 않나…라는 생각이 듭니다(물론 저는 공부도 잘 못하고, 귀차니즘 가득한 수의사라 CLSI 레퍼런스 펴놓고, breakpoint를 하나하나 찾아보는 짓은 그닥 하고 싶지 않습니다).

KVL은 그린벳과 비교했을 때 MIC를 알려주지 않는다는 점, 몇가지 유용할 수 있는 정보들을 덜 알려준다는 점이 (그리 나쁘지 않은 결과지임에도) 3등으로 뽑게 되는 이유인듯 싶고요. 배양 검사 결과가 생사를 가를 수 있는 환자라면 아마 결과 보고 속도가 느린 KVL에는 의뢰하지 않을 것 같기도 합니다.

마지막은 팝애니랩입니다. 사실 결과가 빨리 나온다는 점 때문에 팝애니랩에 종종 배양 검사를 의뢰했었는데, 이번에 결과를 비교해보고서는 많은 실망을 했습니다. 제일 충격적이었던 건 항생제를 나열하는 방식이었는데, MIC의 절대값 기준으로 항생제를 나열하다니… 항생제 감수성 검사에 대해 공부가 깊지 않은 저년차 수의사들에게는 함정도 이런 함정이 없습니다. 일부러 함정에 빠지라고 그렇게 했을 것 같지는 않고, 랩에서도 모르고 그런 것 같다는 심증이 생겨서 더 찝찝합니다. 아무리 검사 속도가 빠르다한들, 결과의 퀄리티가 너무 떨어지면 하루 정도의 차이는 감수하게 되죠. (심지어 팝애니랩은 검사 의뢰비도 그리 저렴하지 않습니다)

  • 금메달: 아이덱스

  • 은메달: 그린벳

  • 동메달: KVL

  • 참가상: 팝애니랩


공부를 하고 임상 경험이 많아질수록, 항생제는 점점 덜 쓰게 되는 약이지만, 동시에 공부를 하면 할수록 항생제를 처방할 때는 더 많은 것을 생각하게 됩니다. 항생제 감수성 검사는 (이 케이스는 Staphylococcus를 대상으로 했지만), 어떤 세균이냐, 혹은 어느 위치의 감염을 치료하느냐에 따라서 달라지는 부분들이 또 생겨서 그냥 병리학자의 말을 고개 끄덕이면서 보게 되는 조직 검사지와는 또다른 느낌으로 다가옵니다. 어떻게 보면 결과지를 받아들이는 순간부터가 수의사의 진정한 고민이 시작되죠.

그 고민을 안 하고 싶으니까(=귀찮으니까) 랩에서 함정카드 없이 알아서 걍 써야되는 걸 알려줬으면 좋겠고요.

사족) 여기까지 읽으신 보호자분이라면, 박수를 쳐드리고 싶습니다만… 수의사들이 약을 쓸 때는 이런 고민들도 한다… 정도로 봐주시면 좋을 것 같네요. 최근에는 보호자분들이 공부를 많이 해서 수의사만큼 아는 게 많아졌다는 얘길 들을 때도 있습니다만, 저는 감히 생각컨대, 이런 분야가 비전문가와 전문가를 가르는 기준이 되는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학문에 대한 체계는 구글이나 네이버에서 알려주지 않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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