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혈이 있으면 환자들의 호흡이 빨라집니다. 빈혈이란 조직에 산소 공급이 잘 안되는 상황을 뜻하고, 몸이 산소 공급이 잘 안된다 생각하니, 산소를 더 효율적으로 공급하기 위한 보상 과정으로 호흡이 빨라지죠(숨을 더 쉬어서 산소를 더 받아들이려는 겁니다). 그래서 빈혈 환자에서는 숨을 어렵게 쉬는 모습을 흔하게 보게 됩니다. 숨 쉬는 게 어려워보이니 산소를 주면 도움이 될까요? 숨 쉬는 게 어려우니 산소를 더 주자는 건 몹시 직관적인 생각입니다. 수의사도 그렇게 생각하곤 하곤, 보호자분들도 숨쉬는게 어려워보이니 산소방을 대여해서 숨쉬는 걸 조금 더 편하게 해주는 게 어떻겠냐고 물어보시죠.
빈혈 상황에서 산소를 공급하면 조직에 산소 공급을 더 잘해줄 수 있을까요? 빈혈이란 기본적으로 숨 쉬는 산소가 부족한 게 아니라, 숨은 잘 쉬는데(=폐에서 산소 교환이 잘 되고 있는데) 폐에서 전달받은 산소를 조직까지 운반해줄 배달원(=적혈구)이 부족한 상황을 얘기합니다. 비유를 하자면, 택배기사가 부족한 상황인데, 택배 물량을 더 늘린다 하더라도 각 가정에 택배 전달이 수월하게 전달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인 상황이죠. 그래서 조금만 생각해보면 산소를 보충해주는 게 빈혈 상황에서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걸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습니다.
이걸 공식으로 생각해볼 수도 있습니다.
DO2 = CO x CaO2
이 식에서 산소의 전달능(DO2)을 늘리려면 심장이 뛰는 것(CO)이 일정하다는 전제 하에 동맥혈 내 산소의 총량(CaO2)을 늘려줘야 합니다.
CaO2 (mL/dL) = [Hb](g/dL) x 1.34 (mL/g) x SaO2 + (0.003 x PaO2)
동맥혈 내 산소의 총량은 다시 위와 같은 복잡한 식으로 계산하게 되는데, 빈혈 상황에서 수혈이 도움을 주는 정도와 산소가 도움을 주는 정도는 차이가 날 수 밖에 없습니다. 수혈(=Hb를 늘려주는 것)은 1.34라는 상수를 곱한 값만큼 동맥혈 내 산소의 총량을 늘려주지만, 산소를 늘리는 건 동맥혈 내 산소분압(PaO2)을 늘려주더라도 거기에 0.003을 곱해버리니 아주 미미한만큼만 동맥혈 내 산소의 총량을 늘려주죠. 대충 계산을 실제로 해보면 이렇습니다.
헤모글로빈 수치를 6이라고 가정해보죠. 이 상황에서 산소 보충을 해주지 않은 케이스(=room air)와 산소 보충을 한 케이스를 비교해서 동맥혈 내 산소의 총량이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비교해볼 수 있습니다. Room air에서 SaO2를 97%, PaO2를 88로 계산하고, 산소 공급을 했을 때, SaO2는 100%로, PaO2는 200으로 늘어난다고 계산해볼 수 있습니다(보통 산소 보충을 해줬을 때 기대하게 되는 정도를 대입한 겁니다.) 산소 보충이 없는 상태에서 CaO2는 이렇게 계산이 됩니다.
(6 x 1.34 x 97) + (0.003 x 88) = 779.9 + 0.264 = 780.1
산소를 주면 이렇게 변하죠.
(6 x 1.34 x 100) + (0.003 x 200) = 804 + 0.6 = 804
동맥혈 내 산소의 총량이 조금 늘어나는 건 맞습니다만, 이걸 수혈과 비교하면 이 효과가 몹시 미미하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수혈을 해서 헤모글로빈을 6에서 10으로 늘린다고 가정해보죠.
(10 x 1.34 x 97) + (0.003 x 88) = 1299.8 + 0.264 = 1300
훨씬 더 드라마틱하게 동맥혈 내의 산소 총량을 늘려주는 걸 볼 수 있습니다. 산소를 줬을 때는 수치 상으로 24 정도의 미미한 이득만 있을 뿐이지만, 수혈을 했을 때는 520 정도의 큰 이득이 있죠.
그래서 빈혈 환자에서 산소를 주는 건 (도움이 안 되는 건 아니지만) 산소방을 대여해야할 정도로 도움이 되는 건 아닙니다. 다만 이걸 단순히 이렇게 수치상으로만 생각하는 건 아니고 (환자가 스트레스만 받지 않는다면, 산소 자체는 큰 해가 되지 않기 때문에) 산소를 보충해서 수혈을 하기 전까지 버티려고 노력을 하기는 하죠. 실제 사람에서의 논문을 보면, 이 수치 변화가 미미한 건 사실이나, 임상적으로는 산소 공급이 일정 부분 빈혈 환자에게 도움이 된다는 얘기가 있습니다. 산소 공급을 해서 PaO2를 400mmHg까지 늘릴 수 있으면, 흡사 3g/dL의 헤모글로빈이 늘어나는 것과 비슷한 효과를 낸다는 말이 있죠.
이런 내용들을 임상적으로 적용해보면 이렇습니다. 신부전 같은 기저 질환으로 만성적인 빈혈이 있는 환자들에서 평상시 산소방으로 산소 공급을 해주거나, 병원에서 입원한 상태로 산소를 주는 게 환자에게 큰 차이를 주지 못합니다. 반면 수혈이 예정된 환자들에서 혈액이 도착할 때까지 시간을 조금 벌어주는 목적이라면 산소 공급이 (드라마틱하지는 않더라도) 환자를 조금 편하게 해줄 수는 있는 거죠. 수의사라면 기계적으로 빈혈 환자에게 산소 공급을 하고 청구를 하기보다는 환자에 맞는 개별적인 플랜을 짤 수 있는 겁니다. 폐수종 환자처럼 장시간의 산소 공급이 아니라, 혈액이 도착하기까지 반나절에서 하루 정도를 산소로 버티는 느낌에 가깝습니다. 산소 보충이 주는 차이는 미미하지만, 때로는 이 미미한 차이가 삶과 죽음을 가르는 경우가 있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