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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목시실린/클라불란산 항생제, 알면 재밌는 비율의 문제

예전에 독시사이클린 항생제의 작용기에 따라 부작용의 발생 빈도가 달라진다는 얘길 한 적이 있는데, 오늘은 비슷한 얘기를 하나 더 해볼까 합니다. 동물병원에서 독시사이클린만큼 많이 쓰는 아목시실린/클라불란산 항생제에 관한 얘기입니다. (내일부터 시작되는 2021년 미국수의내과학회(ACVIM) 컨퍼런스에 나오는 내용인데, 프로시딩을 미리 보고 재밌는 내용이다 싶어서 올려봅니다.)

아목시실린은 사람과 동물 모두에서 많이 쓰는 항생제인데, 여기에 클라불란산(Clavulanic acid)를 함께 조합해서 만든 약이 아목시실린/클라불란산입니다. 아목시실린은 베타 락탐계 항생제로 세균을 죽이는(bactericidal) 효과가 있습니다. 베타 락탐계 항생제의 경우, Beta-lacatamase라는 효소를 만들어내는 세균에는 효과가 떨어지는 단점이 있는데, 클라불란산은 이 beta-lacatamase를 억제해서 아목시실린이 효과가 없어지는 것을 막습니다. 아목시실린 단독 성분만 있는 항생제도 있지만, 아목시실린/클라불란산을 선호하는 이유는 이런 클라불란산의 효과 때문입니다.

별 부작용 없이 쓸 수 있는 효과적인 항생제이기 때문에 동물병원에서 루틴하게 처방되는 약이기도 합니다.

제목에서 언급했듯, 이 약이 재밌는 점은 아목시실린과 클라불란산의 비율이 달라지는 경우가 많다는 것입니다. ACVIM 컨퍼런스에서 나온 얘기도 이 비율에 관한 얘기입니다. 좀 더 정확하게는 “사람에서 쓰는 아목시실린/클라불란산과 동물에서 쓰는 아목시실린/클라불란산의 차이는 무엇인가요? 동물에서 사람약을 써도 괜찮은가요?“라는 질문에 대한 내용입니다. 미국도 한국처럼 사람에서 나온 약을 동물에서 처방하는 경우가 있다보니, 이런 질문이 컨퍼런스에서도 다뤄집니다.

정답은 괜찮을 수도, 아닐 수도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동물에서는 아목시실린/클라불란산은 아목시실린과 클라불란산의 비율이 4:1인 제품을 사용합니다. 반면 사람용으로 나온 아목시실린/클라불란산의 비율은 매우 다양합니다. 2:1부터 16:1 정도까지 매우 다양한 비율이 있습니다. 한국에서 많이 사용하는 약들은 2:1 비율(클라불란산의 비율이 일반적인 동물용보다 좀 더 높은 것)과 4:1짜리가 있습니다. 동물은 체중이 작다보니 아무래도 조제의 편의성 때문에 2:1 비율을 꽤 많이 사용합니다(같은 제약회사에서 나온 제품이더라도 한 알의 용량이 작은 제품은 2:1, 큰 제품은 4:1 비율을 가지고 있습니다)

사람약에서 이 비율이 달라진 것은 아목시실린이 클라불란산 대비 더 많아지면 세균을 억제하는 농도(MIC, 최소억제농도) 이상으로 약효가 유지되는 시간이 길어지기 때문입니다. 반면 클라불란산이 아목시실린 대비 더 많아지면 소화기 부작용을 유발할 가능성은 높아지는데, 약효가 더 늘어나지는 않습니다.

동물에서 4:1짜리를 사용하는 건 2:1짜리와 비교했을 때, 클라불란산 비율이 높은 2:1짜리가 항생제의 감수성을 (4:1짜리 대비) 1%밖에 올려주지 않는다는 실험 결과가 있기 때문입니다. (2:1짜리도 임상적으로 효과가 있습니다.) 약효는 1% 밖에 올라가지 않지만, 클라불란산의 양이 많아지는 셈이기 때문에 소화기 부작용이 나타날 가능성이 조금 더 높아지게 됩니다.

동물용이 사람용에 비해 약가가 조금 더 비싸다는 문제 때문에 사람용 아목시실린/클라불란산을 사용하는 경우들이 꽤 많지만, 오늘동물병원은 이런 부분에 대한 점을 이해하고 아목시실린/클라불란산을 사용할 때는 동물용 제품을 사용합니다.

4:1 비율을 가진 사람용 약은 보통 한 알의 용량이 600mg 이상으로 체중이 작은 강아지 고양이에서 처방과 조제가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4:1 비율을 가지고 있으면서 좀 더 정확하게 처방이 가능한 동물용 제품을 쓰는 거죠.

사소한 디테일이고, 독시사이클린이 그랬듯이 진료를 볼 때 보호자분들에게 안내를 드리는 내용도 아닙니다만, 오늘동물병원은 이런 부분이 모이면 좀 더 나은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100마리에게 이 약을 처방했을 때, 그 중 4~5마리라도 이 약을 먹고, 소화기 부작용이 덜 나타난다면 그것대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조금이라도 부작용이 덜한 약을 먹일 수 있다면, 그게 결국엔 아이와 보호자분, 그리고 병원을 위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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