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2024년 WSAVA 강아지 고양
블로그

2024년 WSAVA 강아지 고양이 백신 가이드라인 업데이트

안녕하세요. 한국 최고(?)의 백신 전문 동물병원을 꿈꾸는(?) 오늘동물병원입니다. 백신에 관해서는 정말 이런저런 포스팅으로 많은 얘기를 했었는데, 이번에 WSAVA(World Small Animal Veterinary Association, 세계 소동물 수의사회)에서 약 8년만에 강아지 고양이의 백신 가이드라인을 업데이트해서 (어쩌다보니 또) 백신에 관한 얘길 해볼까 합니다.

(여러가지 한국적인 상황과 맞물려) 백신이 의외로 잘하기 어려운 진료라는 건 얘길 했던 적이 있는데, 이번 가이드라인 업데이트를 보니 점점 더 잘하기가 어려워지는듯 싶더군요. WSAVA의 2024년 가이드라인은 기존 2016년의 가이드라인과도 일부 달라진 부분이 있지만, 지난 2022년 공개된 AAHA(American Animal Hospital Association, 미국동물병원협회)의 강아지 백신 가이드라인과도 달라지는 부분이 있어, 많은 수의사들에게 혼동을 주지 않을까 싶습니다. 어떤 부분이 달라졌는지, 가이드라인에서 재밌었던 부분은 무엇인지에 관한 얘길 해볼까 합니다.

강아지 고양이의 종합백신 보강 접종 시기

이번 WSAVA 백신 가이드라인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강아지 고양이 종합백신(DHPPi이나 FvRCP)의 첫 보강 접종 시기에 관한 부분입니다. 기존 2016년의 가이드라인은 이랬습니다. 16주령까지 기초 접종이 끝난 강아지와 고양이는 생후 6개월령이나, 1년령 혹은 마지막 접종 이후 1년이 지났을 때 종합백신을 보강 접종하는 게 추천됐었죠. 2016년 가이드라인에 있는 표를 보면 그런 부분이 명확하게 나와 있습니다.

백신 가이드라인을 내는 또 다른 단체인 AAHA에서도 이와 비슷한 권고를 합니다. 2022년에 나온 AAHA 강아지 백신 가이드라인을 보면 종합백신을 마지막 접종한 날을 기준으로 1년 이내에 보강 접종을 하라고 권고하죠.

이렇게 첫 보강 접종을 한 이후에는 두 단체 모두 3년 간격의 보강 접종을 권합니다. 개고양이 모두 이렇게 권고가 됐던 게 고양이에서 먼저 변화가 나타나기 시작합니다. 2020년에 오늘동물병원에서도 블로그로 바뀐 가이드라인을 소개했던 적이 있는데, 2020년 AAHA/AAFP(미국동물병원협회/미국고양이수의사회)에서 고양이 백신 가이드라인을 내면서 첫 보강 접종을 생후 1년령이 넘어서가 아니라 생후 6개월령에 진행하라고 권고하죠.

생애 첫 보강접종의 시기가 생후 1년령 이상이었던 게 6개월령으로 당겨진 이유는 모체이행항체(어미에게서 태반과 초유를 통해 넘겨받는 항체)가 경우에 따라서는 드물게 생후 16-18주령까지 남아있는 경우가 있다는 얘기 때문이었습니다. 어릴 때 새끼 고양이를 전염병의 위협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서 어미에게 넘겨받는 모체이행항체라는 것이 있는데, 이 모체이행항체는 새끼 고양이를 전염병의 위협으로부터 보호해주기도 하지만, 동시에 백신 접종을 통해 만들어져야 하는 항체의 형성을 방해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접종이 효과를 내려면 이 모체이행항체가 새끼 고양이에게서 없어져야 하는데, 그 시기가 개체별로 들쭉날쭉이라 어떤 강아지 고양이는 8주령이면 없어지고, 다른 개체는 14주령은 되어야 없어진다는 게 문제입니다. 그래서 강아지 고양이의 기초 접종은 언제 모체이행항체가 없어질지 모르니, 그냥 16주령(대부분의 강아지 고양이에서 모체이행항체가 없어져있을 시기)이 될 때까지 반복 접종을 하기로 정한 거죠.

그랬던 게 개중에는 16주령이 되어서도 모체이행항체를 가지고 있는 개체가 있어서, 기초 접종 이후에도 적절하게 항체 형성이 되지 않는 경우가 있다는 얘기가 있어, 이런 개체들을 커버하기 위해 6개월령에 보강 접종하는 걸로 AAHA/AAFP 가이드라인이 보강 접종 시기를 변경합니다. 6개월령이 되면 확실히 모체이행항체가 없어졌겠지…라는 개념이죠.

그래서 오늘동물병원의 경우는, 2020년 이후로 고양이는 6개월령에 첫 보강 접종, 강아지는 마지막 종합백신 접종 후 1년 이내에 보강 접종을 하는 걸 프로토콜로 삼아 생애 첫 보강 접종을 해왔는데, 이번 2024년 WSAVA 백신 가이드라인에서는 강아지도 고양이처럼 6개월령에 보강 접종을 권고하는 식으로 권고사항이 바뀌었습니다.

그러니까 강아지와 고양이 모두 생후 6주령부터 16주령이 될 때까지 일정 간격으로 기초 접종을 끝내고 나면, 생후 6개월령이 됐을 때 종합백신 보강 접종을 해서 전염병 감염 리스크를 낮추는 쪽으로 가이드라인이 통일된 셈이죠. (외우기 쉬워졌달까요.)

추천되지 않는 백신

2016년 WSAVA 가이드라인에서는 강아지의 코로나 백신, 고양이의 FIP 백신이 추천되지 않는 백신으로 언급이 됐었는데, 이번 2022년 가이드라인에서는 고양이에서 피부사상균(Microsporum canis, 상품명 비오칸엠)도 추천되지 않는 백신으로 언급이 됩니다. 효과가 있는지 미심쩍다는 게 이유죠.


WSAVA 가이드라인은 AAHA나 AAFP 가이드라인에 비해서 조금 더 포괄적이고 많은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수의사가 공부하기 좋게 기초부터 차근차근 얘길해주죠. AAHA나 AAFP는 어느 정도 기본 지식을 가지고 있는 수의사가 보기 좋은 반면, WSAVA는 현실에서 있을 수 있는 다양한 기출 변형들을 포괄하는 상황에 대해 상정해줍니다.

예를 들어, 면역매개성 질환 때문에 스테로이드를 복용 중인 환자에게서 백신 접종을 어떻게 할 것인가, 항암 치료 중인 환자에서 백신 접종을 어떻게 해야하는가 같은 얘길 해주죠. 혹은 임상에서 비일비재하게 있는 일로, 접종해야되는 날짜에 보호자가 병원에 나타나지 않는 경우, 향후 재내원시에 접종 스케쥴을 어떻게 잡아야하는가에 대한 얘기 같은 걸 자세하게 해줍니다. 백신을 어떤 프로토콜로만 이해하고 있다면, 정답을 맞추기 어려운 기출 변형들을 실제 근거를 가지고 자세하게 설명해주죠. 4월이니 인턴 선생님들이 이제 막 병원에서 백신에 대한 공부를 할 시기인데, 인턴 선생님들이 보기 좋은 자료랄까요.

비슷한 고민이 있으신가요?

아이의 상태가 궁금하시면 편하게 연락 주세요. 전화 또는 카카오톡으로 예약·상담을 도와드립니다.

More · 다른 칼럼

이어서 읽어보세요

금보다 비싼 지푸라기, 삼스카(톨밥탄)

같은 무게의 금보다 비싼 약은 꽤 많습니다. 당장 피모벤단만 해도 5mg짜리 한 정의 가격이 금 5mg보다 비싸죠. 이번 포스팅에서는 그런 비싼 약 중에서도 특히 비싸기로 유명한 삼스카(성분명 톨밥탄)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삼스카(성분명 톨밥탄)는 병원마다 청구가가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30mg짜리 한 정에 적게는 2만원에서 많게는 5만원 정도까지 하는 비싼 약입니다. 포스팅을 쓰는 현재의 금값을 기준으로 순금 30mg의 […]

칼럼 읽기

강아지 고양이의 정맥 라인 잡기, 스탠다드를 따라서.

그깟 라인 하나 잡는 게 뭐 대단한 일이라고 이렇게 여러번 글을 쓰게 될까 싶었습니다. 라인 잡을 때 쓰는 테이프를 가지고 포스팅을 했던 적도 있고, 어떤 색의 카테터로 라인을 잡아야 하나를 가지고 포스팅을 했던 적도 있죠. 어쩌면 인턴 때보다 원장이 된 지금이 라인에 대한 고민을 더 많이 하는 게 아닌가 싶네요. 이번 포스팅에서는 조금 더 스탠다드한 […]

칼럼 읽기

개똥을 약으로 쓰는 경우, 대변 이식(FMT)은 얼마나 효과가 있나요?

“개똥도 약에 쓰려면 없다”는 속담은 어쩌면 현대에 와서 의미가 조금 달라져야하지 않나 싶습니다. 개똥을 실제 약으로 쓰는 경우가 빈번하게 생기고 있기 때문이죠. 흔히 변이식(FMT, Fecal Microbiota Transplantation이라고 합니다)이라고 하는 방법이 강아지와 고양이에서 치료 방법으로 쓰이고 있습니다. 건강한 강아지나 고양이의 변을 아픈 환자에게 먹이거나, 항문으로 관장액 밀어넣듯이 대장에 직접 넣어주는 식으로 변이식을 적용합니다. (놀랍게도) 사람에서 먼저 […]

칼럼 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