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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AAHA 수액치료 가이드라인, 꿀팁 대방출

AAHA(미국동물병원협회, American Animal Hospital Association)나 ACVIM(미국수의내과학회, American College of Veterinary Internal Medicine)의 가이드라인은 어느 정도는 약간 전세계 수의학의 표준(standard of care)처럼 쓰입니다만, 그 중에서도 AAHA는 일반의(General Practioner)들이 참고하기 좋도록, 기본이 되는 것들을 써주곤 합니다. 그런 AAHA가 꽤 오랜만에 수액 치료 가이드라인을 업데이트했는데, 이미 알고 있는 내용도 있고, 예전에 오늘동물병원 블로그에서 썼던 내용들이 가이드라인으로 명시된 부분도 있어서 몇 가지 흥미로웠던 부분만 발췌해서 한 번 살펴볼까 합니다. 수의사들이 읽어야 하는 전문적인 내용들이지만, 나름 보호자에게도 도움이 될 법한 것들 위주로요.

피하수액에 관해서

수액 치료는 (특히 정맥으로 수액을 주는 경우) 대부분은 병원에서 이루어집니다만, 집에서 수액 치료를 하게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대표적인 게 집에서 하는 피하수액이죠. 이전에 얘기했던 것처럼 수의사마다 어떤 수액을 처방하느냐가 다르고, 시작하는 피하수액 용량도 다릅니다만, 이번 AAHA 가이드라인은 이런 부분을 대충 정해주고 있습니다.

블로그에서 피하수액을 언제 시작하느냐에 대한 얘기를 했던 적이 있는데, AAHA도 이런 부분을 나름은 명료하게 얘기하고 있죠. “환자가 스스로 수화 상태를 유지할 수 있으면(=euhydrated patient)” 수액 치료를 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수화 상태 유지가 그리 어렵지 않은 신부전 1기나 2기의 환자, 혹은 설사를 좀 하더라도 스스로 물을 마시고 회복할 수 있는 환자들에서는 수액이 지시되지 않는다는 얘기죠.

수화 상태를 스스로 유지할 수 있는 환자에게 피하수액을 처방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는 에비던스가 없고, 심지어는 경우에 따라 오히려 해가 될 수 있다(detrimental)고 얘기하죠.

피하수액이 필요한 환자라면 어떤 수액을 쓰는 게 좋을까요? 여기에 대해서도 이전에 블로그로 다뤘던 적이 있습니다만, AAHA는 용량까지 조금 더 정확하게 알려주고 있습니다. 웃기는 일이지만, 루틴하게 처방이 됨에도 불구하고, 피하수액 처방 용량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명확한 에비던스가 있다기보다는 환자의 상태에 따라, 수의사의 경험에 따라, 다소 자의적인 기준으로 처방이 됐었는데, AAHA는 이 정도 용량에서 시작해서 환자 상태 봐가면서 용량을 변경하라는 얘길 해줍니다.

0.9% 생리식염수(normal saline)은 pH가 낮고 주사 맞을 때 아프니까 피하고, 대신 버퍼가 들어있는 하트만(Lactated Rigner’s)나 플라즈마 솔루션(Plasma-Lyte) 같은 수액을 피하수액으로 쓰라고 얘기합니다. 처음 피하수액을 시작할 때는 20-30mL/kg 정도로 시작하되, 환자 상태를 봐가면서 용량을 변경하고, 주사 부위 하나당 10-20mL/kg 정도의 수액을 주사하라고 얘기하죠.

이런 것들도 AAHA가 어떤 에비던스를 가지고 하는 얘기는 아닙니다만, 어느 정도는 전문가들의 경험적인 것들을 가이드라인이라는 형식을 빌어 대략적인 시작점을 정해준다는 점에서 꽤나 편해졌달까요.

빈혈이라고 수액을 못 주는 건 아닙니다

역시나 블로그에서 한 번 다뤘던 주제입니다만, 이런 게 가이드라인에서 명시되면 어쩐지 기분이 좋습니다. (그만큼 이 부분에 대해서 판단을 어려워하는 경우들이 많다는 반증이겠죠.)

가이드라인에서는 빈혈이어도 환자에게 수액이 필요한 상황이라면 빈혈 수치(Hematocrit)가 떨어지는 걸 두려워하지 말고 수액을 줘야한다고 얘기합니다. 빈혈이 문제가 되면 그 땐 수액을 안 주는 게 아니라 수혈로 해결하라고 말하죠. 수액을 줘서 미세 관류(microvascular flow)를 개선시키면 오히려 전체적인 산소 전달능이 더 좋아진다는 부분을 지적합니다.

어떤 수액을 줄 것인가

수액의 종류는 단순 크리스탈로이드(crystalloid)에 콜로이드, 혈장 등까지 감안하면 생각보다 꽤 많습니다만, 일반적으로 수액을 처방하고자 할 때 수의사들끼리 하는 얘기가 있습니다. “무슨 수액을 써야할지 모를 때는 걍 하트만”을 쓰면 된다는 얘기입니다. 하트만을 처방했을 때는 어지간하면 수액 처방이 틀리기가 어렵기 때문이죠. 이번 AAHA 가이드라인에서도 비슷한 얘기를 하는데, 하트만을 쓰면 안되는 게 아닌가 싶은 미심쩍은 부분에서도 그냥 하트만을 쓰라는 얘길 반복적으로 해줍니다. 몇 가지 예시를 보죠. 첫번째는 저염소혈증(hypochloremia) 환자에서의 수액 처방입니다. Chloride 수치가 낮아서 대사성 알칼리증이 있는 환자에서는 염소가 많이 들어있고, pH가 낮은 0.9% 생리식염수를 줘야 하는 게 아닌가…라는 얘기에 대한 해답이죠.

이전에 포스팅에서 지적했던 것처럼 0.9% 생리식염수에는 chloride가 너무 많이 들어있어서, 오히려 고염소혈증(hyperchloremia)의 리스크를 높이는데, 이게 신장으로 가는 혈관을 수축시켜서 신장으로의 혈액 관류를 저해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염소 수치가 낮게 나온다고 n/s를 무지성 처방하면 안된다는 얘길 하죠.

칼슘 수치가 높은 경우에 대한 얘기도 합니다. 칼슘 수치가 높은 경우 과거에는 0.9% 생리식염수를 줘서 calciuresis(소변으로 칼슘이 빠져나가도록 하는 것)를 시키라고 했었는데, 역시나 같은 이유(=신장으로의 혈액 관류량 감소)로 balanced isotonic crystalloid(=하트만)을 주라고 얘기합니다.

마지막으로 N/S를 선호했던 또 다른 케이스로 고칼륨혈증(칼륨 수치 높은 경우)가 있습니다. 하트만 같은 수액에는 칼륨이 포함되어 있으니, 고칼륨혈증일 때는 하트만이 아니라 칼륨이 없는 생리식염수를 줘야하는게 아니냐는 얘기죠.

하트만 같은 수액에 들어있는 칼륨의 양은 아주 미미하기 때문에 환자에게 큰 영향을 주지 않는 반면, 환자의 산-염기 균형을 생리식염수보다 빠르게 교정하기 때문에 이 경우에도 하트만 같은 balanced isotonic crystalloid를 쓰라고 얘기하죠. 옛날에는 애디슨 환자(나트륨은 낮고, 칼륨은 높은 환자들)에서 부족한 나트륨을 보충하고, 칼륨을 더 주지 않기 위해 0.9 생리식염수를 쓰라는 얘기도 했었는데, 이번 가이드라인에서는 그런 게 오히려 환자에게 해가 될 가능성이 높으니까, 애디슨 환자에서도 하트만 수액이 더 선호된다고 얘기합니다.

자잘한 디테일, 어떻게 수액을 투여할 것인가

병원에서 정맥으로 수액을 줄 때 어떻게 수액을 줄 것인가에 대한 얘기도 있습니다. 소형견이나 고양이가 대부분인 한국에서는 대부분의 환자들이 인퓨전 펌프만 있으면 수액 속도 조절을 용이하게 할 수 있지만, 아주 큰 대형견이나 아주 작은 새끼 강아지와 고양이에서 어떻게 수액을 주느냐에 대해서도 가이드라인이 알려주는 게 있습니다. 대형견의 경우는 수액을 좀 빠르게 주고자 할 때 인퓨전 펌프로는 빠른 수액 속도에 대응할 수 없기 때문에 프레셔백(Pressure bag)을 이용하라고 합니다.

반대로 체중이 너무 작게 나가서 정밀한 수액속도 조절이 필요한 경우에는 인퓨전 펌프 대신 주사기를 이용한 시린지 펌프를 쓰라고 얘기하죠.

가이드라인의 대부분은 이미 오늘동물병원에서 원칙대로 하는 일이었습니다만, 오늘동물병원에서도 이번 가이드라인을 토대로 잘못하고 있는 부분을 고친 게 있습니다(이런 것이 가이드라인의 존재 이유겠죠). 정맥 라인을 플러싱할 때면 주사기에 생리 식염수를 뽑아서 쓰게 되는데, 병원에서는 아무래도 플러싱을 하는 일이 많다보니, 원내에 100mL짜리 생리식염수를 걸어놓고 필요할 때 수액팩에서 주사기로 뽑아서 플러싱을 하곤 했었습니다. 이렇게 하는 경우, 하나의 생리식염수 백에 반복적으로 주사 바늘을 찌르다보니 아무래도 오염에 취약해질 수 밖에 없는데 (보통은 어른의 사정으로) 많은 병원들이 이런 식으로 하곤 하죠. 하지만 이번 가이드라인에서는 오염의 위험을 줄이기 위해 생리식염수가 미리 채워져 있는 주사기(prefilled syringe)를 개별적으로 사용하라고 권고합니다.

정맥 카테터를 통한 감염을 예방하기 위한 일인데, (막간을 이용해 자랑을 하자면) 오늘동물병원은 이번에 도입한 prefilled 주사기 외에도 감염 관리를 위해 쓰고 있는 소모품이 또 있습니다. 3M에서 나오는 큐로스(Curos)라는 일종의 알콜 마개입니다(이건 사용한지가 좀 됐죠). 수액줄을 환자에게서 빼놨을 때 끝 부분을 막아주거나, 주사병의 마개에 꽂아놔서 매번 주사를 뽑을 때 바이알을 알콜 소독하는 귀찮음(?)을 해결해주는 소모품이죠.

사진 속 초록색 마개 안쪽에 알콜을 먹인 스펀지 같은 게 들어있어서, 달아두면 그냥 수액줄의 끝 부분이나 주사제가 들어가는 부분을 계속 알콜로 소독해줍니다.

라인을 잡는 방법에 대한 얘기도 합니다. 보통은 정맥 라인을 잡아서 수액을 줍니다만, 정맥 라인을 잡기 어려운 상황에서는 지체하지 말고 골수강 내에다가 라인을 장착하라고 합니다. 자주 있는 일은 아니지만, 쇼크 상태에서 라인을 잡기 어려운 아주 작은 환자들의 경우에는 이렇게 하기도 하죠. (오늘동물병원에서도 이런 걸 했던 적이 있습니다.)

뼈에다 구멍을 뚫는다니 끔찍한 일 같지만, 그렇지 않으면 죽을 것 같을 때 하는 방법이니 필요하면 머뭇거리지 말고 라인을 장착해서 환자를 소생시키는 일이 필요합니다.


이런 가이드라인이 소중한 것은 병원마다, 수의사마다 다른 임상 스타일을 어느 정도는 하나의 틀로 맞춰준다는 부분에 있습니다. 예전에도 얘기한 적이 있는데, 현대의 수의학은 탁월한 한 명의 수의사를 길러내는 데에 목표가 있지 않고, 적당한 수준의 수의사 다수를 길러내서 환자가 어느 병원을 가든, 어떤 수의사를 만나든 일정 수준 이상의 진료를 받도록 하는 데에 목표를 둡니다. 그게 사회적인 차원에서 전체적인 의료의 질을 올리는 길이기 때문입니다.

수의사들은 아무래도 다양한 방면의 진료를 모두 보니까, 때로는 (각 분야의 수많은) 가이드라인을 따라가는 것만으로도 버겁다는 생각이 들곤 하지만, 어떤 표준이 정해지고, (깊이 공부할 필요 없이) 표준을 따라가기만 하면 된다는 점에 있어서는 이런 가이드라인이 반갑습니다. 특히 수액 치료는 내과 진료를 보든, 외과 진료를 보든, 거의 모든 임상 분야에 적용이 되는 내용이니 더욱 그렇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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