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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부전, 2023년 IRIS 최신 가이드라인 업데이트

전세계 모든 수의사들이 강아지 고양이의 신부전을 진단하고, 치료할 때 가이드라인으로 삼는 기준이 있습니다. 바로 IRIS(International Renal Interest Society, 국제신장학회)의 신부전 가이드라인입니다. 신부전 몇 기인지, 각 기수에 따라 어떤 치료법을 선택할 것인지 스탠다드를 정해주는 곳이라고 볼 수 있죠.

IRIS의 가장 최근 가이드라인은 2019년에 업데이트된 것이 마지막이었습니다만, 2023년을 맞아 새롭게 가이드라인이 업데이트된 부분이 있어, 간단하게 뭐가 바뀌었는지 짚어볼까 합니다. 진단 검사와 관련된 내용이 달라진 부분도 있고, 식이와 관련된 부분도 달라진 부분이 있습니다. 치료법에 있어서도, 달라진 부분이 있죠. 신부전 진단과 치료의 스탠다드를 정하는 곳인만큼, 여기서 어떤 내용이 정해지면 (저같은 쩌리 수의사를 포함해서) 전세계 모든 수의사들이 관련 내용을 따라가게 됩니다. (뭐가 바뀌었는지를 IRIS에서 일목요연하게 정리해뒀는데, 약간 내용을 그대로 한글로 옮긴 포스팅이라고 보면 될 것 같네요)

Staging

신부전의 기수를 나누는 것과 관련해서는 SDMA에 대한 내용이 좀 더 구체화되었습니다. 크레아티닌(CRE) 수치나 SDMA 수치를 토대로 신부전 기수를 구분하는 것은 동일하지만, GFR(사구체 여과율, 신장이 기능하는 정도를 평가한다고 생각하면 됩니다)이 떨어지지 않은 상황에서도 SDMA 수치가 올라가는 상황(예컨대 대표적인 것이 림프종)에 대한 명시가 조금 더 명확하게 되었습니다. (굳이 부연설명을 하자면, 림프종 같은 악성 종양이 있는 환자들에서는 단백질 대사가 항진되면서 신장 기능의 손상 없이 SDMA 수치가 증가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경우를 좀 더 구체적으로 명시한 것이죠.)

림프종 같은 케이스에서 신장 기능 손상이 없어도(=신부전이 아닌데도) SDMA 수치가 올라가는 경우가 있다는 건 최근 2022년 VCO(Veterinary and Comparative Oncology, 수의종양학 저널)에도 나왔던 얘기인데, IRIS가 이에 대한 언급을 하는 거라고 볼 수 있습니다.

고양이의 신부전 치료

고양이의 신부전 관리와 관련해서는 크게 4가지가 바뀌었습니다.

첫번째는 단백소실성신장병증(Protein losing nephropathy)가 있는 경우, 혈전이 생길 가능성이 높으니, 클로피도그렐(항혈소판제제)를 처방하라는 내용입니다. 고양이는 상대적으로 PLN(=사구체신염)이 강아지에 비해 드물어서 관련 내용이 많지는 않습니다만, 어쨌든 고양이도 신장에서 단백질이 소실된다면 강아지와 마찬가지로 혈전에 대한 고려를 해야한다는 얘기죠.

두번째는 FGF-23에 대한 얘기가 이제 가이드라인으로 추가됐다는 것입니다. FGF-23은 SDMA처럼 새롭게 각광받고 있는 신부전 검사 중에 하나입니다. 최근 국내에서도 IDEXX가 검사를 진행할 수 있도록 새롭게 서비스를 시작했죠(외부의뢰 검사라는 얘기입니다). 만성 신부전이 있는 환자들은 신장에서 인이 잘 배출되지 않으면서 혈중의 인 농도가 올라가게 되는데, 이런 변화가 생기면 뼈에서 FGF-23의 분비가 증가합니다. FGF-23은 신장에서 인이 배출되는 걸 촉진하고, 칼시트리올의 생성을 억제해서 결과적으로는 체내에서 인이 줄어들게 만드는 역할을 합니다. 바꿔 말해 초기 신부전 환자에서 FGF-23이 올라갔다면, 체내에서 인이 정체되고 배출되지 않아 신체가 보상작용을 하고 있다고 생각할 수 있죠.

이번 업데이트된 가이드라인에서는 초기 신부전(신부전 1기나 2기) 환자에서 인 제한 식이(처방식을 먹여야 하느냐 마느냐)를 할지 말지에 대해 FGF-23을 활용할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옵니다. 2019년 가이드라인에서는 신부전 2기부터 처방식을 적극 권장하는 내용이 있었는데, 이제는 FGF-23을 통해 인 제한 식이를 할지 말지 결정하라는 얘기죠. (3,4기는 여전히 신부전 처방식이 적극 권장됩니다)

오늘동물병원의 경우, 최근들어 신부전 1기나 2기 환자에서 FGF-23을 보호자분께 권유드리고 있는데, 이 내용이 이제는 가이드라인으로 들어가서 좀 더 편안한 마음으로 추천드릴 수가 있을 것 같네요. (FGF-23을 검사하는 것이 추천되는 환자가 있고, 똑같은 초기 신부전이라도 굳이 검사가 필요하지 않은 환자가 있는데, 이런 부분에 대해서 케이스를 조금 쌓아 블로그에 올려볼까 하는 찰나에 IRIS에서 먼저 업데이트가 됐습니다.) 국내에서 이 검사가 가능해진 건 작년 10월 즈음인데, 이렇게 빨리 가이드라인에 올라오다니 IRIS도 꽤 재빠르다는 생각이 듭니다(IDEXX의 힘이 크지 않을까 싶긴 합니다.)

세번째는 신부전 3기나 4기에서 칼시트리올 치료를 하는 것이 에비던스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더는 권장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강아지와 달리 고양이 신부전 환자에서 칼시트리올은 별 이득이 없다는 얘기가 나온 건 꽤 됐는데, IRIS가 이 부분을 반영한 가이드라인을 올렸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한국의 경우 칼시트리올 처방 자체가 까다롭다는 문제가 있어, 사실 가이드라인과는 별개로 신부전 관리에 칼시트리올을 처방하는 곳은 거의 없는 것과 마찬가지였는데, 이제는 가이드라인에서도 내용이 사라진 셈이니, 한국 수의사들한테는 조금 마음 편안한 소식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네요.

네번째는 신부전 2기에서도 식욕촉진제나 항구토제를 이용해서 환자의 메스꺼움(nausea)나 구토를 컨트롤하라는 내용이 추가됐다는 것입니다. 기존에도 언급이 전혀 없던 내용은 아닌지라, 굳이 뭘 이렇게까지 구체적으로…라는 생각이 들긴 하지만, 어쨌든 신부전 환자의 임상증상을 대증적으로 컨트롤하기 위한 처방에 대한 얘기가 한 번 더 강조됐다고 보면 좋을 것 같네요.

강아지의 신부전 치료

강아지도 고양이와 마찬가지로 몇 가지가 달라졌습니다.

첫번째는 단백뇨가 있는 강아지 사구체신염 환자의 경우, 단백뇨를 평가하는 UPC(Urine protein creatinine ratio) 수치를 정상 범위인 0.5 밑으로 내리는 게 불가능한 경우가 있다는 걸 인정하고, (환자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선에서) UPC 수치의 목표를 현실적인 선(치료 시작하기 전 UPC 수치의 50% 이하)으로 설정하라는 얘기입니다. 이쪽이 조금 더 실현 가능한 목표라는 얘기죠.

또한 단백뇨를 치료하고자 할 때는 퍼스트 초이스로 ACEI(-프릴로 끝나는 약들, 에날라프릴, 베나제프릴 같은 약) 대신 ARB(-사탄으로 끝나는 약들, 텔미사탄, 이베사탄 같은 약)로 선택하라는 얘기가 포함됐습니다. 오늘동물병원에서 사구체신염에 대한 포스팅을 할 때, ARB가 최근에는 조금 더 선호되는 약이라고 한 적이 있는데, 이 부분이 가이드라인에도 포함된 거죠.

사구체신염과 관련해서 혈전을 막기 위한 약물 처방에 대해서도 언급이 있었습니다. 고양이와 마찬가지로 클로피도그렐을 쓰지만, 알부민 수치가 정상이라고 혈전 생성 가능성을 저평가해서는 안된다는 얘기였죠. (바꿔 말하면, 알부민 수치랑 상관없이 클로피도그렐을 써야 한다는 얘기와 같습니다.)

두번째는 고양이와 마찬가지로 신부전 2기에서도 메스꺼움(nausea)와 구토에 대한 관리를 하라는 얘기입니다.

세번째는 조금 재밌는데, 강아지에서도 신부전 3기와 4기에서 칼시트리올 치료를 권장하는 부분이 삭제됐다는 것입니다. (사실 오늘동물병원은 이 부분을 한국에서 적용하기 위해 이런저런 고민을 하고 있었는데, 그 부분이 가이드라인에서 삭제된 거죠.) 삭제된 이유는 조금 흥미롭습니다. 고양이는 말그대로 칼시트리올 처방이 딱히 이득이 있는 것 같지 않다는 논문들이 꽤 많기 때문에 삭제될만하지 않았나…라는 생각이 듭니다만, 강아지의 경우는 도움이 된다는 에비던스들이 있기 때문에 이게 왜 삭제됐지…라는 생각이 우선 들었습니다. IRIS에서 얘기하는 삭제된 이유를 보면, 먼저 의견이 만장일치가 아니었다는 말이 나옵니다(칼시트리올 치료가 가이드라인에서 삭제되면 안된다고 하는 사람도 있었다는 얘기죠). 하지만 그럼에도 이 부분이 삭제된 이유는 대부분의 IRIS 전문가 패널들이 이 부분을 강력하게 추천하기에는 에비던스가 아주 충분한 건 아니라는 생각을 했고, 일부 패널은 이온화 칼슘을 타이트하게 모니터링하는 것이 일반 동물병원(general practice)에서 늘상 쉬운 게 아니라는 의견을 덧붙였습니다.

쉽게 얘기하면, (조금 자존심 상하지만) 일반 로컬 병원에서 이온화 칼슘 타이트하게 모니터링하면서 칼시트리올 먹이는 건 어려우니, 가이드라인에 칼시트리올 치료를 적시해서 신부전 관리를 까다롭게 만들지 말자는 얘기인 셈이죠. (겸사겸사 에비던스가 아주 탄탄한 것도 아니고요.) 한국의 경우, 실제 어려운 건 이온화 칼슘 측정보다는, 늘어나는 신부전 관리 비용과 칼시트리올 컴파운딩의 문제가 더 컸는데, IRIS에서 이걸 없애줬으니 약간은 속이 편해진 셈이랄까요.


이런저런 얘기들이 있지만, 크게 실질적으로 자주 보는 신부전 환자에게 적용 가능한 얘기는 2가지입니다.

하나는 신부전 환자에서 PTH(부갑상선호르몬) 독성을 관리하기 위해 칼시트리올을 예방적(혹은 치료적) 차원으로 먹이는 것이 더이상 가이드라인에서 적시할 정도의 권장 사항이 아니라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고양이 초기 신부전에서 FGF-23을 적극 활용하라는 얘기가 추가됐다는 것입니다(이렇게 IDEXX는 SDMA에 이어 FGF-23까지 연달아 신부전 진단 검사로 히트를 칩니다.)

하지 말라는 게 하나, 하라는 게 하나인 셈인데, 초기 신부전 환자들을 좀 더 면밀하게 관리할 수 있는 스탠다드한 검사가 권고된다는 점은 바람직한 점이나, 말기 신부전 환자들을 디테일하게 관리하는 수단 하나가 (다소 납득이 찝찝한 이유로) 러프하게 삭제됐다는 점은 조금 아쉽습니다. (한국에 있는 수의사라 어쩔 수 없이 가이드라인 항목 하나를 무시하고 있는 게 아닌가…라는 찝찝함이 늘 있었는데, 그 부분이 사라졌다는 점은 좋습니다.)

IRIS 가이드라인은 수의사에게나 보호자분에게나 항상 신부전과 관련한 기준이 되는 것입니다. 업데이트 내용 자체가 이미 수의사들 사이에서 많이 언급되던 내용들을 가이드라인에 적시한 것에 가까워서 엄청나게 바뀌는 것은 없습니다만, 국내에서도 최근에서야 검사가 가능하게 된 FGF-23 같은 것들은 신부전 진료의 방향을 조금은 바꿀 수도 있는 부분들이라 유심히 살펴볼만한 업데이트이기도 하지 않나 싶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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