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2022 AAHA 강아지 백신 가
블로그

2022 AAHA 강아지 백신 가이드라인 업데이트

블로그에 쓸만한 주제가 늘 생각나지 않는 가운데, 때마침 AAHA(American Animal Hospital Association, 미국동물병원협회)에서 2022년 강아지 백신 가이드라인을 업데이트해서 예전에 썼던 주제를 재탕해볼까 합니다. 새로 업데이트된 AAHA 강아지 백신 가이드라인에서는 이렇다할 새로운 바뀐 내용은 없지만, 기존의 내용들을 조금 더 보완하는 식의 이야기들이 나옵니다. 그 중 하나가 (오늘동물병원 블로그에서 이전에 얘기한 적 있는) 항체가 검사에 관한 것이죠.

먼저 백신을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은가에 대해서는 기존의 내용과 크게 달라진 것이 없습니다. 종합백신(DHPPi) 보강 접종은 3년에 한 번, 논코어 백신인 켄넬 코프(Bordetella)나 인플루엔자는 1년에 한 번, 광견병은 법에서 정하는대로… 등등, 2017년 가이드라인에서 얘기했던 것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이 블로그에서도 일전에 정리했던 적이 있었죠.

딱히 달라진 게 없기 때문에 이번에 얘기하고자 하는 건 항체가 검사에 관한 얘기나 한 번 더 해볼까 합니다. 예전 가이드라인에 비해 2022년 가이드라인에서는 이에 대한 얘기를 좀 더 자세하게 하고 있기 때문이죠.

오늘동물병원은 따로 보호자분의 강력한 요청이 있지 않으면 항체가 검사를 하지 않습니다. 보통 일반적으로는 어릴 때 기초 접종을 다 하고 나면, 중성화 수술을 할 때쯤 마취 전 검사 겸 채혈을 하게 되니, 항체가 검사를 해서 항체가 잘 만들었는지 본다든가 하는 경우가 많죠. 혹은 보강 접종을 할 때가 됐는데, 보강 접종을 하기보다는 항체가 검사를 해서 역가(titer)가 높게 뜨면 보강 접종을 하지 않고, 건너뛴다든가 하는 식으로 검사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때 항체가 검사의 역가가 낮게 뜨면 접종을 한 번 더 하자고 한다든가 하는 식으로 진료가 진행됩니다.

결론만 먼저 얘기해보자면, AAHA 가이드라인에서는 항체가 검사를 추천하지 않습니다. 기초 접종이 끝난 이후에 항체가 검사를 해서 항체가 생성됐는지 확인하는 것도 추천하지 않고, 보강 접종을 해야될 시기에 항체가 검사를 하는 것도 일부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면 추천하지 않습니다.

이유에 대해서 구구절절 설명하는데, 첫번째 이유는 항체가 검사의 “역가(titer)”를 해석하기가 어렵다는 점에 있습니다.

항체가 검사는 크게 3가지 방법으로 진행이 될 수 있습니다. 전문적인 얘기지만, VN test(Virus neutralization test, 바이러스 중화시험)과 HI test(Hemagglutination Inhibition test, 혈구응집 억제 시험), ELISA test(Enzyme-Linked Immunosorbent Assay, 효소결합면역흡착검사)로 진행합니다. 각각의 검사 방법에 따라서 결과값으로 나온 역가를 1대 1 비교할 수 있는 방법이 마땅하지 않고, 검사를 진행한 실험실에 따라서 결과값이 달라지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이걸 그대로 임상에 적용하기가 쉽지 않다는 한계가 있습니다.

또한 좋게 봐준다 하더라도, 항체가 제대로 만들어졌다는 기준선(protective titer)이 매우 한정된 데이터에 기반하고 있기 때문에 특정 역가를 넘어섰다고 정말 환자가 제대로 항체가 만들어져서 질병으로부터 보호가 되고 있는지 판단하기도 애매하죠. 그래서 가이드라인에서는 환자가 질병으로부터 보호되고 있다고 판단할 수 있는 기준선인 “protective titer”가 어느정도나 되는지 명시하고 있지 않습니다. (몇몇 실험실에서는 결과지에 protective titer를 언급하고 있지만, 가이드라인에서는 그걸 인정하지 않는 것이죠.)

한가지 더 언급하는 점은 항체가 검사에서 얘기하는 역가가 그게 몇 점이든 상관없이 병으로부터 환자가 보호되고 있는지 아닌지를 알려주지 않는다는 얘기를 합니다. 환자가 실제 병으로부터 보호되고 있는지를 항체가 검사만으로 판단할 수 없다는 얘기죠. 실제로는 병에 걸리느냐 아니냐는 환자와 병원체, 환경적인 요인들이 모두 복합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항체가 검사의 역가만을 가지고 얘기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는 얘기가 나옵니다.

특히 이번 가이드라인에서는 보강 접종 시기에 접종 대신 항체가 검사를 진행하는 것에 대한 코멘트를 명시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3년 간격으로 백신을 접종하는 경우라고 한다면, 루틴한 항체가 검사는 권고되지 않는다고요. 다만 예외로 인정하는 경우가 있는데, 백신으로 부작용이 있었다거나, 백신 때문에 자가면역 질환이 생겼을 가능성이 의심된다거나, 보호자가 보강접종에 대해 꺼리거나 하지 않으려고 하는 경우에는 보강 접종 대신 항체가 검사를 해볼 수 있다고 얘기합니다(물론 이 경우에도 수의사가 보호자와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백신을 꺼리지 않도록 하는 게 먼저고요).

복잡한 얘기를 다 차치하고 얘기하자면, 항체가 검사는 굳이 할 필요가 없고, 정해진 시기에 백신 접종을 잘 해주는 수준이면 충분하다 정도로 정리가 됩니다. 가이드라인 포스터 구석에 있는 “A good rule of thumb, when in doubt, vaccinate(꽤 괜찮은 경험법칙으로, 의심쩍을 땐, 백신을 놔라)”라는 얘기는 항체가 검사에도 적용됩니다. 항체가 있는지 없는지 의심쩍을 때는 복잡한 검사를 하기보다는 그냥 백신을 놓으라는 거죠. 이는 예방 접종을 한지 시간이 꽤 오래 지나서 어떻게 해야할지 애매한 환자에도 적용됩니다. 굳이 항체가 검사를 해서 항체가 아직 있는지를 보기보다는 그냥 백신을 놔주는 게 가이드라인에서 추천하는 조금 더 나은 방법인 거죠.

비슷한 고민이 있으신가요?

아이의 상태가 궁금하시면 편하게 연락 주세요. 전화 또는 카카오톡으로 예약·상담을 도와드립니다.

More · 다른 칼럼

이어서 읽어보세요

금보다 비싼 지푸라기, 삼스카(톨밥탄)

같은 무게의 금보다 비싼 약은 꽤 많습니다. 당장 피모벤단만 해도 5mg짜리 한 정의 가격이 금 5mg보다 비싸죠. 이번 포스팅에서는 그런 비싼 약 중에서도 특히 비싸기로 유명한 삼스카(성분명 톨밥탄)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삼스카(성분명 톨밥탄)는 병원마다 청구가가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30mg짜리 한 정에 적게는 2만원에서 많게는 5만원 정도까지 하는 비싼 약입니다. 포스팅을 쓰는 현재의 금값을 기준으로 순금 30mg의 […]

칼럼 읽기

강아지 고양이의 정맥 라인 잡기, 스탠다드를 따라서.

그깟 라인 하나 잡는 게 뭐 대단한 일이라고 이렇게 여러번 글을 쓰게 될까 싶었습니다. 라인 잡을 때 쓰는 테이프를 가지고 포스팅을 했던 적도 있고, 어떤 색의 카테터로 라인을 잡아야 하나를 가지고 포스팅을 했던 적도 있죠. 어쩌면 인턴 때보다 원장이 된 지금이 라인에 대한 고민을 더 많이 하는 게 아닌가 싶네요. 이번 포스팅에서는 조금 더 스탠다드한 […]

칼럼 읽기

개똥을 약으로 쓰는 경우, 대변 이식(FMT)은 얼마나 효과가 있나요?

“개똥도 약에 쓰려면 없다”는 속담은 어쩌면 현대에 와서 의미가 조금 달라져야하지 않나 싶습니다. 개똥을 실제 약으로 쓰는 경우가 빈번하게 생기고 있기 때문이죠. 흔히 변이식(FMT, Fecal Microbiota Transplantation이라고 합니다)이라고 하는 방법이 강아지와 고양이에서 치료 방법으로 쓰이고 있습니다. 건강한 강아지나 고양이의 변을 아픈 환자에게 먹이거나, 항문으로 관장액 밀어넣듯이 대장에 직접 넣어주는 식으로 변이식을 적용합니다. (놀랍게도) 사람에서 먼저 […]

칼럼 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