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실 요즘 포스팅할만한게 딱히 없어서, 다소 관심이 떨어질만한 주제지만, 그래도 오늘동물병원이 잘하고 있는 게 아닌가 싶은 ‘설거지’에 대한 얘기를 해볼까 합니다. 예전에 오늘동물병원이 수술 부위를 어떻게 소독하는가에 대한 얘기를 했던 적이 있긴한데, 강아지 고양이들의 뱃속에 들어가는 수술도구를 어떻게 소독하는가에 대해서는 얘기한 적이 없는듯 싶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수술도구는 어떻게 준비하는가에 대해 써볼까 합니다. 수술도구를 멸균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기본적인 얘기라서 조금 재미가 없지만, 그래도 어떻게 수술 도구를 세척(‘설거지’)하는가에 관한 얘기부터 해보면 조금 낫지 않을까 싶네요.
수술도구의 멸균에 대해서는 많은 동물병원들이 자랑합니다. 우리 병원에는 무슨 소독 장비가 있고, 모든 수술에서 멸균된 장비를 사용한다… 같은 얘기들이죠. ‘우리 병원은 수술도구 소독에 있어서 FM을 지킨다’는 자랑을 하는건데, 사실 수술을 하기 전에 수술도구를 멸균하는 건 너무 당연한 이야기입니다. 누군가 “저는 초록불일 때 횡단보도를 건너요”라는 얘길 자랑처럼 하고 다닌다면 자랑이라고 하기보다는 왜 당연한 얘길 하지…라고 생각하겠지만, 만약 내 주변의 다른 이들이 드물지 않게 빨간불에 횡단보도를 건넌다면, 내가 초록불에 건너는 걸 자랑처럼 얘기하고 싶어지는 건 참을 수 없는 유혹입니다. (이실직고하자면) 사실 멸균을 홍보하고 싶어하는 동물병원의 심리가 딱 그렇습니다. 몇몇 형편없는 병원들의 이야기이기는 하지만, 위생 상태가 불량한 동물병원들의 이야기가 뉴스에 나올 때면, 당연한 걸 가지고 ‘이거 자랑하면 안될까?’라는 생각이 드는 거죠.


오늘동물병원의 수술도구 멸균에 대해 얘기하자면, 당연한 것들을 당연하게 하고 있습니다. 일전에 얘기했던 것처럼 원내에 플라즈마 멸균기와 고압증기멸균기(오토클레이브)를 두고 환자의 몸에 닿는 모든 것들을 소독합니다. 소독을 하는 데에서 그치지 않고, 모든 것들을 마구 버리죠(일회용품은 생활에서는 줄이는 게 맞지만, 의료계에서는 늘리는 걸 바람직하게 봅니다). 환자의 목구멍에 들어가는 삽관 튜브 같은 것들은 무조건 1회 사용 후에 폐기하고, 환자를 수술할 때 의료진이 입는 수술복도 1회 착용 후에는 폐기합니다. 삽관 튜브, 수술복, 수술포처럼 일회용품이 멸균 포장되어 기성품으로 준비되어 있는 것들은 모두 일회용 제품을 사용하고, 이런 것들은 결코 재사용하지 않습니다. 수의학이 나름 발전했다는 미국의 수의학 세미나를 들을 때조차 기관 삽관 튜브를 재사용한다는 얘길 들을 때가 있는데, 오늘동물병원은 이것까지도 한 번 개봉하면 무조건 폐기하는 것을 원칙으로 합니다. (실제로 동물용 의료기기를 파는 해외 사이트에서 재사용하는 삽관 튜브를 걸어두는 거치대를 판매한다는 걸 보면, 삽관 튜브 재사용은 전세계적인 좋지 않은 관행이라는 걸 알 수 있죠.)

수술에 따라 다르지만, 오늘동물병원은 수술용 석션 팁도 일회용을 사용합니다. 수술을 할 때 환자에게서 나는 피를 제거하거나, 환자의 복강을 세척하거나 할 때 석션(Suction, 액체를 빨아들이는 역할을 하는 장비)을 하는데, 이 때 환자의 몸에 닿는 것을 일회용으로 사용해서 감염이 생길 가능성을 더 줄이려고 하죠.

이런 것들은 사실 당연한 걸 조금 더 당연하게 하는 것에 가깝습니다. 좀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당연하게 해야하는 것들을 (당연하지만) 조금 더 엄밀하게 하는 것에 가깝죠.
요즘엔 이렇게 멸균을 철저하게 하는 병원이 많습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그리 멀지 않은 과거만 하더라도 수술 도구 멸균이 병원의 마케팅 포인트가 될 정도로 멸균을 대충하는 병원들이 적지 않았습니다만, 요즘엔 멸균을 하지 않는 병원을 찾기가 오히려 더 어려워졌죠. 수술 도구 멸균이 그렇게 어려운 것도 아닙니다. 오늘동물병원처럼 비용을 감수하고, 기성품으로 나온 일회용품을 사용하거나, 아님 대부분의 동물병원들이 하듯이 멸균 장비를 병원에 구비해두면 됩니다. 도구에 따라, 소모품에 따라 멸균 방식이 달라져야 하기 때문에 보통 고압증기멸균기(오토클레이브)와 플라즈마, 혹은 EO 가스 멸균기 같은 것들을 원내에 구비해두면, 멸균을 하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그래서 오늘동물병원은 (이게 병원 소개에 쓸만한 얘기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이번 포스팅에서 멸균이 아니라 수술 도구의 세척에 대한 얘기를 해볼까 합니다. 모든 수술도구를 일회용으로 사용하는 건 불가능한 일이고, 반복 사용해야하는 도구들(수술용 가위나 포셉 같은 것들)이 있는데, 수술이 끝나고 나면 이런 것들을 어떻게 세척(=설거지)하는지에 대해서요.
퐁퐁은 누구나 알고 있는 주방용 세척제이지만, 이게 어떤 곳에서는 수술도구를 세척하는 데에도 쓰인다는 걸 아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어차피 세척제라는 게 계면활성제인데, 수술도구를 세척할 때는 쓰면 안되냐…라고 묻는다면 솔직히 답은 잘 모르겠습니다. 수술 도구 세척에는 세척제의 pH가 중요하다고 얘기하는데, 퐁퐁은 대표적인 중성세제 중에 하나고, 수술도구는 원래 중성세제로 세척하니까, 딱히 틀린 일이 아닌 것 같기도 합니다(실제로 요즘 나오는 주방용 세제들은 먹는 과일을 세척할 수 있을 정도니까요). 물론 교과서에서는 수술 도구 세척에 주방 세제를 쓰라고 얘기하지는 않습니다.
수술도구의 경우에는 수술도구를 세척하는 전용 세제가 있습니다. 수술도구를 세척할 때는 세정제의 pH도 중요하지만, 이 세정제가 효소를 이용해서 수술도구에 남아있는 유기물을 제거할 수 있는지가 중요합니다. 그래서 수술용 세정제를 보면 효소 세정제(Enzyme cleaner)이라는 부가 설명들이 붙어있죠. 오늘동물병원의 경우는 수술 기구의 세척에 이런 전용 세정제를 사용합니다. 아래 사진에 있는 것들이죠. 한 통의 가격이 10만원이 훌쩍 넘다보니 일부 병원에서 주방세제를 사용하는 게 이해가 됩…

이런 세정제들은 이전 수술을 하면서 도구에 남아있을 수 있는 환자의 조직을 완전하게 제거해줍니다. 사진에 있는 파란색 통에 담긴 EZ-Zyme이라고 하는 효소 세정제로 수술도구를 5분 이상 물에 담궈두고, 수술도구에 묻어있는 환자의 조직이나 혈액 같은 것들이 사라질 수 있도록 하죠.
그 다음에는 수술도구를 직접 손으로 하나하나 닦습니다. Manual cleaning이라는 이 과정에서 브러쉬를 이용해 수술 도구의 틈새에 붙어있을 수 있는 것들을 제거합니다. 이 때 사용하는 브러쉬는 일반적인 칫솔 같은 것이 아닙니다. 수술 도구 세정용 나일론 브러쉬와 스테인리스 스틸 브러쉬를 이용해서 일반적인 도구들은 나일론 브러쉬로, 톱니 모양의 틈새가 좀 더 많은 기구들은 스테인리스 스틸 브러쉬를 이용해서 닦습니다.

이렇게 손으로 하나하나 수술도구들을 깨끗하게 닦아내고 나면, 혹시나 손으로 닦아내지 못했을 가능성을 고려해서 초음파 세척기를 이용해 한 번 더 수술도구를 세척합니다. 초음파 세척기를 사용하면 눈에 보이지 않는 것조차 깨끗하게 세정이 가능하고, 이 때는 단순히 초음파 세척기에만 의존하는 게 아니라, 세정제(세정제 겸 윤활제)를 초음파 세척기에 함께 넣어 수술도구를 한 번 더 깨끗하게 세척할 수 있도록 합니다.

이렇게 초음파 세척기로 충분한 시간을 들여 세척을 한 후에는 흐르는 물을 이용해서 수술도구에 묻어있을 세정제를 완전히 제거합니다. 이 때 어떤 물을 사용하느냐가 중요한 부분 중 하나인데, 일반적으로 수돗물을 많이 사용하지만, 오늘동물병원은 필터를 이용해 여과된 물을 이용해 수술도구를 세척합니다. 일반 수돗물의 경우, 수돗물에 포함된 미네랄 때문에 수술 도구가 변색될 수 있기 때문에, 오늘동물병원의 경우 수도꼭지에 필터를 달아놓고, 수술도구를 세척할 때는 필터를 통해 여과된 물을 사용합니다.

혹시나 이렇게 세정이 끝났는데, 녹이 슨 수술 도구가 있거나 한 경우, 심하면 수술도구를 폐기합니다만, 경미한 경우에는 녹 제거제를 이용해 수술 도구가 항상 깨끗한 상태로 있도록 합니다. (이렇게 수술 도구의 녹을 제거하기 위한 수술도구용 녹 제거제가 따로 있습니다).

여기까지 끝나면, 타월을 이용해 수술도구에 묻은 물기를 어느 정도 제거하고, 남은 물기는 공기 중에서 충분히 건조될 수 있도록 합니다. 이렇게 완전하게 세척된 수술 도구는 일회용 수술포에 포장되어서 멸균 과정을 거치죠. 사용 빈도에 따라 개별 도구만 비닐 파우치에 포장되어서 멸균되기도 하고, 자주 쓰는 수술팩은 이중으로 포장되어 팩 채로 멸균 과정을 거칩니다. (수술도구가 고온에 녹느냐 녹지 않느냐에 따라 고압증기멸균을 하기도 하고, 플라즈마 멸균을 하기도 합니다)
주방세제를 사용하지 않고, 수술도구용 전용 세제를 사용하면서, 동시에 손으로 닦고, 효소제로 녹이고, 초음파 세척기까지 이용해서 최대한 깨끗한 상태로 수술에 사용되도록 합니다. 설거지가 이렇게 복잡할 일인가 싶지만, 수술에 사용되는 것이고, 뱃속에 들어갈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이렇게 합니다. 설거지가 궂은 일인 것처럼, 이렇게 번거롭게 여러 과정을 거쳐 수술도구를 세척하는 건 눈에 띄지도 않고 힘듭니다. 하지만 오늘동물병원의 스탭 모두가 환자를 위해서 당연하게 해야 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