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이 소변을 황금색으로 만든 것엔 다 이유가 있다”는 말이 있죠. 그만큼 소변 검사의 중요성은 두말하면 입아플 정도입니다만, 이상하리만치 동물병원에서 루틴하게 잘 안하게 되는 검사이기도 합니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을텐데, 방광 천자로 소변을 뽑는 게 (수의사 입장에서) 조금 번거로운 일이라는 게 첫번째 이유고, 제대로된 소변 검사를 하기 위해서는 공부도 필요하지만, 손이 많이 간다는 게 두번째 이유입니다. 어떤 경우에는 소변 검사를 하지 않더라도 다른 검사 결과를 토대로 적당히 자신만의 수의학 지식을 동원해 검사의 필요성을 없애버릴 수 있기도 하죠.
이런 건 한국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동물병원에서 실제로 소변 검사를 얼마나 루틴하게 하느냐라는 질문으로 설문조사를 하고 그걸 논문으로 낸 적이 있을 정도로 어느 정도는 전세계적인 문제입니다. 2022년 JSAP에 나온 논문을 보면 전세계적으로 소변 검사를 생략하고 혈액 검사만 하는 경우가 꽤 많다는 얘기가 있죠.

오늘동물병원은 소변 검사를 루틴하게 하는 병원입니다. 특별한 이유(병원 오는 길에 소변을 보고 왔다든가 하는 치명적인 이유)가 있는 게 아니라면, 모든 건강검진에서 소변 검사를 필수 항목으로 보고 있고, 어딘가 아파서 오는 환자의 MDB(minimum database) 검사를 할 때도 소변 검사를 거의 필수적으로 보죠. 하지만 매번 소변 검사를 하면서도 늘 “완전한” 소변 검사를 했느냐하면, 이전에 다른 포스팅에서 고백했던 것처럼 완전한 소변 검사를 하지는 않았었습니다. (손발을 고생시키기보다는 적당히 내과 지식으로 밀어버리는 걸 선호했던 과거의 시절..)
“완전한 소변 검사(Complete urinalysis)”란 뭘까요? 소변으로 알 수 있는 정보는 꽤 많지만, 보통 소변을 통해 루틴하게 봐야하는 것들은 정해져 있습니다. 소변 검사를 판독하는 내용을 담은 Practical Veterinary Urinalysis라는 교과서에서는 소변 검사를 할 때, 필수적으로 봐야하는 routine urinalysis에 대한 얘기를 하는데 크게 3가지를 얘기합니다.

첫번째가 눈으로 보는 소변의 색과 비중(physical properties), 두번째가 소변 스틱(dipstick) 검사를 통한 화학적인 분석(chemical analysis), 그리고 마지막이 현미경을 이용해서 소변 안에 뭐가 있는지 보는 요침사 검사(microscopic elements)입니다. 이 3가지를 모두 다 했을 때 비로소 소변 검사를 완전하게 했다고 얘기할 수 있죠. 이 셋 중에서 소변을 뽑는 수고만 감수하면 첫번째랑 두번째는 보는 게 그리 힘들지 않습니다. 소변을 비중계에 떨어뜨려서 어느 정도의 비중을 갖는지 확인해보고, 소변을 소변 스틱 위에 떨어뜨려서 색변화를 확인해보면 되죠.


(오늘동물병원은 스틱 검사 결과를 자동으로 판독해주는 장비를 사용하지만) 이런 것들은 검사하는 사람이 눈으로 봐도 되는 것들입니다. 요스틱과 비중계만 있으면 여기까진 어렵지 않게 할 수 있죠. 숫자를 읽고 검사 패드의 색 변화를 보는 거니 누구나 쉽게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마지막 요침사 검사(urine sediment exam)의 경우는 그렇지 않습니다. 소변을 원심분리해서 가라앉은 침전물을 슬라이드 글라스 위에 놓고, 현미경으로 하나하나 확인해야하죠. 현미경으로 보는 세포의 모양을 검사하는 사람이 알고 구분할 수 있어야 하고, 정상적인 것과 정상적이지 않은 것이 어떤 것인지 판별할 수 있도록 검사하는 사람의 지식과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렇다보니 요침사 검사는 꼭 필요하다 싶은 경우가 아니면 소변 검사에서 종종 별도 항목으로 검사가 진행되거나, 진행되지 않곤 하는 게 보통의 현실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 오늘동물병원에서 도입한 세디뷰라는 소변 검사 장비는 이런 요침사 검사를 기계가 자동으로 알아서 해줍니다. 소변을 검사 장비에 넣고 검사 시작 버튼을 누르면 알아서 소변을 원심분리해서 소변의 침전물을 장비 안에 있는 카메라가 자동으로 찍어주죠. 이렇게 찍은 수많은 사진들을 인공지능(AI)으로 판독해서 어떤 세포가 소변에 얼마나 많이 보이는지, 어떤 것이 보이고, 어떤 것이 보이지 않는지 검사 결과로 알려줍니다. 이런 걸 사람이 직접 하는 것보다 더 빠르게 해줍니다. 사람이 직접 하는 요침사 검사가 원심 돌리는 시간을 포함해서 대략 15-20분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다면, 세디뷰는 요침사 검사를 3분 이내에 끝낼 수 있게 해줍니다.
기계가 하는 일이니 사람보다 빠른거야 그러려니 하지만, 정확도는 어떨까요? 아이덱스 장비의 장점 중 하나는 전세계적으로 널리 쓰이는 동물 검사 장비이다보니, 논문 자료들이 꽤 있다는 점입니다. (오늘동물병원은 장비를 살 때도 항상 에비던스를 먼저 찾아보는데) 가장 최근에 나온 논문이라면 2023년 3월에 JSAP에 올라온 게 있습니다.

비슷한 검사 장비인 조에티스사의 벳스캔과 아이덱스사의 세디뷰가 소변의 결정(crystal)을 확인하는데, 비교적 꽤 정확하더라는 얘기를 하죠. 백혈구나 적혈구 같은 세포를 확인하는데에는 민감도와 특이도가 거의 100%에 달할 정도라는 얘기도 합니다. 이 외에도 2018년과 2021년의 JVIM 논문, 2022년의 VCP(Veterinary Clinical Pathology) 논문을 보면 그럭저럭 꽤 쓸만한 정확도를 보여주더라는 얘길합니다(이런 논문들이 늘 그렇듯, 사람이 한 번 더 확인해야한다는 얘길 하지만요).
이들 논문은 멀게는 5년 전, 가깝게는 1년쯤 전 퍼블리쉬된 것들인데, 그 사이에 인공지능의 발전 속도를 보면 최근에는 조금 더 높은 정확도를 보여주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2021년에 퍼블리쉬된 JVIM 논문에서는 논문에서 확인한 세디뷰의 소프트웨어 버전이 1.0.1.3이라고 하는데, 2019년에 이미 인공신경망(neural network)를 이용한 4.0 버전이 업데이트됐으니까요. (오늘 확인해본 세디뷰의 현재 소프트웨어 버전은 4.3.60.824입니다. 기술발전 만세)
그럼 이 장비를 쓰면 어떤 검사 결과를 보게 될까요? 오늘동물병원은 세디뷰를 다른 곳보다 조금 더 빨리 사용해볼 수 있는 기회를 얻게되어 현재 이 장비를 사용한지 3개월 정도가 됐는데, 실제 있었던 몇 가지 케이스를 보면 이렇습니다. 첫번째 케이스는 IBD로 스테로이드를 복용 중인 고양이입니다. 고양이는 스테로이드 복용 시 간수치가 올라가는 강아지와 달리, 스테로이드 부작용으로 당뇨와 세균성 방광염 같은 것들이 대표적으로 나타납니다. 이런 부작용들은 둘 다 소변 검사를 통해서 확인할 수 있죠. 당뇨와 달리 화장실 모래로 벤토나이트처럼 색 구분이 어려운 모래를 쓰면 고양이가 혈뇨를 보는지 아닌지 보호자가 알기 어려운 경우가 있는데, 이런 환자들에서 세디뷰를 이용한 요침사 검사는 꽤 유용한 정보를 알려줍니다. 환자의 소변 검사(complete urinalysis) 결과는 이렇습니다.

세균(Bacteria, Rods)이 확인된다는 얘기가 있고, 소변에 적혈구(Red blood cells)가 많지는 않지만, 염증 세포인 백혈구(White blood cell)가 비정상적으로 많이(>50/HPF) 보인다는 걸 알려주죠. 소변 스틱 검사를 통해 요당이 경미하게 확인(Glucose 100mg/dL)되지만, 진짜 당뇨라고 보기에는 스트레스성으로 나오는 정도일뿐 실제 당이 아주 많이 검출되는 건 아니라는 것도 알 수 있습니다.
이 검사 장비는 원래 사람이 손으로 직접 하던 걸 기계가 대신해준다는 게 특징인데, 그렇다보니 기계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실제 촬영한 요침사 현미경 사진을 수의사가 직접 리뷰할 수 있게 해줍니다. 촬영한 사진을 직접 보면 이렇습니다.



이렇게 직접 이미지를 리뷰하면서 장비가 판독을 잘못한 건 아닌지, 놓치고 얘기 안해준 게 있는 건 아니지를 더블체크할 수 있게 해주죠. 어쨌든 실제로 환자의 소변에는 다수의 세균이 있는 것으로 보였고, 스테로이드 복용 중 세균뇨(bacteriuria)가 발생했다는 걸 병원에서 정기 검진을 통해 알 수 있었습니다.
이런 케이스도 있습니다. 비교적 최근의 케이스인데, 혈뇨를 보는 고양이의 소변 검사 결과입니다. 소변 보는 걸 힘들어한다든가, 화장실을 자주 들락거리지는 않았지만, 소변에 새빨간 피가 섞여 나온다는 히스토리가 있는 고양이였습니다.

이 환자 같은 경우는 보호자분이 집에서 소변을 받아오셨습니다. 바늘로 방광을 찔러서 소변을 채취한게 아닌데, 소변 검사에서 적혈구(Red Blood Cells)가 굉장히 많이 확인되는 걸 알 수 있죠. 세디뷰 검사 결과를 보면 HPF(High power field, 400배 현미경 시야)에서 50개 이상의 적혈구가 보인다는 걸 알려주죠. 적혈구가 이정도 섞여있으면 어딘가에 염증이 있을법하니, 백혈구의 갯수도 덩달아 많을법한테, 이 환자는 특이한게 white blood cell은 정상 수준(2/HPF)로 보입니다. 혈뇨가 있으니, 세균 감염을 의심해볼 수 있지만, 세균은 없다고 하고요. 소변 검사만 놓고 보면, 세균 감염도 없고, 염증도 딱히 없는 것 같은데 혈액만 소변에 섞여있는 특이한 케이스였죠.
소변 검사는 어디까지나 미니멈 데이터이기 때문에 이 환자의 경우, 정확한 진단을 위해 추가적으로 배양 검사(세균이 확실히 없는게 맞는지 컨펌을 위한 골드 스탠다드 검사)도 하고, 비뇨기계의 영상 검사(초음파 검사)도 진행하긴 했습니다만, 이렇게 소변 검사를 토대로 가능한 감별진단 목록을 추려서 최종적으로는 IRH(Idiopathic Renal Hematuria, 특발성 신장 혈뇨)라고 진단됐습니다. 신장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출혈이 있는 병인데, 그렇다보니 소변 검사에서 다른 특이사항 없이 피만 섞여 나온거랄까요. 혈뇨를 유발할 수 있는 여러가지 질환 중에 소변 검사를 토대로 가능성이 더 높은 질환과 그렇지 않은 질환의 순서를 정해서, 가능성이 높은 질환부터 확인할 수 있는 추가 검사를 하게 되는 거죠.
세디뷰가 없다고 요침사 검사를 못하는 건 아닙니다. 하지만 기술의 발전은 검사를 조금 더 효율적으로 단시간에 할 수 있게 해줍니다. 때론 이런 효율이 검사를 하느냐 마느냐를 결정하게 되기도 합니다. 앞서 소개했던 JSAP 논문의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이런 자동화된 소변 검사 장비를 사용하는 곳이 조금 더 루틴하게 소변 검사를 한다는 얘기가 있습니다.

장비가 있으면 검사도 더 수월하게 자주한다는 얘기
장비가 대부분을 알아서 해주고, 의료진의 시간을 잡아먹지 않기 때문에 세디뷰는 소변을 채취하자마자 바로 검사하는 걸 조금 더 수월하게 해주기도 합니다. 소변 검사는 검체 채취 후 30분 이내에 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데, 아무래도 바쁠 때는 소변을 뽑아놓은 채로 그냥 뒀다가 시간이 될 때 검사를 하게 되는 경우도 있으니까요. 간혹 병원에서 소변 검사를 바로 하지 못하고 외부 실험실에 의뢰하는 경우도 있는데, 배송 과정의 딜레이 때문에 검사 결과가 달라질 가능성도 줄어들죠. 사람에 따라 검사 결과가 달라지는 일도 거의 없어지고, 늘 언제나 일관된 검사 결과를 알려준다는 것도 장점입니다. (사람 손을 타는 일들을 기계가 하게 됐을 때의 장점이랄까요)
없으면 안되는 장비냐하면… 이거 없이도 진료를 그럭저럭 봐왔고, 필요할 때 직접 매뉴얼로 요침사를 봤으니, 없으면 안되는 장비는 아닙니다. 하지만 이 장비가 가져다주는 효율이 완전한 소변 검사를 언제든지 손쉽게 가능하게 했고, 이런 것들은 결국 수의사뿐만 아니라 환자와 보호자 모두에게 도움을 줍니다. (물론 수의사가 제일 편함.) 요침사 검사가 알려주는 정보값들을 토대로 상위진단 검사를 선별적으로 적용하게 되니, 전체적인 의료비용도 낮아집니다. (예컨대 스테로이드 복용 중인 고양이에서 요침사를 했는데, 세균이 없는 걸로 나왔고, 증상도 딱히 없다면 굳이 배양 검사를 하지 않는 식으로 활용할 수 있죠.)
현대의 수의학은 템빨이라는 얘기를 종종했는데, 그림 맞추기 기술의 발전(=AI의 발전) 덕에 점점 더 이런 장비들의 정확도가 높아지고, 정확도가 높아지면서 조금씩 사람이 하는 일을 대체하는 걸 보면 놀랍기만 합니다. 기술 발전의 혜택을 사람뿐만 아니라 강아지 고양이들이 경험하게 되는 것도 재밌는 일이고요.